인생후반전과 인저리 타임에서-길어진 역전골의 기회
인생후반전과 인저리 타임에서-길어진 역전골의 기회
  • super
  • 승인 2006.08.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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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4강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이 4강에 들것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6강에만 들어도 소원성취라는 생각들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적 같은 4강이었다. 감격도 벅찬 4강의 길을 열어준 결정적 경기는 스페인과의 8강전이 아니라 이태리와의 16강전이었다.


이태리는 축구강국답게 전반 10여분 만에 비에리의 헤딩골로 선취점을 올린 뒤, 추가점을 얻기 위해 우리 진영으로 맹렬한 슛을 퍼부었다. 가까스로 막아내며 전반전을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거센 역공으로 나갔다. 말 그대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후반전이 끝나갈 무렵, “역시 역부족이구나!”하는 것이 온 국민의 안타까움이었다. 그런데 웬걸, 종료 3분전 설기현 선수가 오른발로 터닝슛한 공이 상대의 골문 안으로 널름 들어간 것이 아닌가. 그때의 감격은 지금도 짜릿하게 되살아난다.


후반 연장전의 묘미


이어진 연장전은 완전히 한국팀의 페이스였다. 선수들도 그랬지만 전 국민의 열화와 같은 응원의 함성이 더욱 그러했다.

 

그리하여 연장전 후반 7분, 왼쪽 사이드에서 높이 띄워준 이영표의 볼을 골문을 등지고 점프한 안정환이 뒷머리로 받아, 천금같은 골든 골을 넣었던 것이다.


전반전에 골을 먹어도 후반전이 있어 기사회생할 수 있었고, 그러지 못했어도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를 수 있었다.

 

또 일반적으로 전후반에 판가름 나지 못했어도 2~3분간의 인저리 타임(Injury Time·부상 등으로 인한 추가시간)에서 얼마든지 극적인 결승골이나 역전골을 넣어 승리하는 것이 오묘한 축구의 세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박지성 선수가 지난 3월 30일의 경기 중 전반 46분 인저리 타임에서 그림 같은 결승골을 어시스트함으로써 팀 승리의 원동력이 된 사례 역시 바로 그런 것이었다.

노년은 새 삶의 시작


사람의 일생도 축구경기나 다름없다. 인생살이의 축도이다. 온 세계의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평균 60세를 퇴직정년으로 볼 때, 그 이전 60년 중 평균 30세에 사회에 진출했다고 보면, 입신(立身) 이후 30년이 전반전이고 60세 이후는 후반전에 해당된다.


2005년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세고 2010년은 79세, 2020년은 81세, 2037년에는 88세로 추정된다. 2006년 현재 60세의 사람은 앞으로 평균 28세를 더 살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다.


전반전 기간에 버금할 정도로 후반전 인생이 길어진 만큼 ‘역전골’ 혹은 ‘결승골’을 넣을 기회도 그만큼 길어진 셈이다. 후반전 혹은 인저리 타임의 결승골에 날개를 달면 16강(창업·創業)뿐만 아니라, 8강(흥업·興業), 4강(수성·守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년은 결코 사그라지거나 물러남이 아니라 거듭 나는 인생이며 새 삶의 시작일 뿐이다.

우선순위는 제각각


후반전의 목표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오로지 돈, 누구는 오직 건강, 또 누구는 나름대로의 안식만을 찾기도 한다. 여생에 관한 셈법도 각각이다. 20년이 남았어도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5년만 더 살아도 행복하다는 사람도 없지 않다.


청정 산골에서 보리밥과 풋나물에도 신선처럼 사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대 광실에서 살아도 혈육간의 상속분쟁으로 법정을 드나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축구공이 둥글 듯 인생후반도 둥글기에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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