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값 뛰고 전·월세 올라 체감물가 고공행진
농산물값 뛰고 전·월세 올라 체감물가 고공행진
  • 정찬필 기자
  • 승인 2015.06.12 13:44
  • 호수 4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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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물가 시대'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껑충 뛰었다. 배추 등 농산물 가격이 체감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채소코너.

배추·파 등 야채류값 가뭄 여파 60~80% 껑충
전세 4.8%, 월세 6.5% 올라… 주거비 부담 커

“지난해에 비해 생활비가 훨씬 더 드는 것 같다. 마트를 가도 그렇고, 재래시장에서도 물건값이 너무 비싸다” 최정자씨(63세·여)는 장을 볼 때마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배추·감자·파·마늘·고추가루 등 농산물 가격은 물론이고 이따금 삼겹살 파티를 하려해도 가격이 올라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최씨는“뉴스에서는 저물가 시대라고 하던데 정작 마트에 나오면 살게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째 0%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가계부 쓰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통계적 수치와 가계에서 체감하는 물가가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식탁’을 중심으로 한 장바구니 물가가 계속해서 올랐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물가 부담을 덜어줬던 ‘기름값’이 오름세로 돌아섰고 전월세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라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체감 물가상승률은 3.3%로 실제 물가상승률(0.8%)보다 4배나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봐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5월 대비 0.5% 상승했다. 담뱃값 인상분(0.58%P)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지만 피부로 느끼는 체감 물가는 훨씬 높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주요 물가의 등락을 살펴보면 지난해에 비해 신선식품지수(채소와 야채 제품군)가 크게 올랐다. 배추(85.9%), 파(65.6%), 감자(25.7%), 마늘(17.2%), 고춧가루(9.8%) 등 밥상에 자주 오르는 품목들이 대부분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가뭄과 이상고온의 여파로 채소류 작황은 물론 출하량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축산물과 수산물 값도 뛰었다. 삼겹살 1kg은 지난해보다 16.1% 올랐고 갈치와 고등어도 각각 40.8%, 17.4% 상승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이들 품목의 가격 상승에 대해 “돼지고기 가격은 해마다 나들이철인 5월에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한여름 휴가철에 정점을 찍는다. 올해는 지난 겨울 유행한 AI(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닭과 오리 대신 돼지고기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수산물의 경우 해수온도 상승으로 어장 형성이 예전만 못한데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 때문에 식탁에 올릴만한 씨알 굵은 상품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던 기름값도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크게 올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전국 휘발유 평균가격은 6주 연속 상승해 ℓ당 1574.4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4째주 1505.8원과 비교하면 66.6원이 오른 것으로 6주 연속 상승한 셈이다.
전월세 가격 상승도 두드러졌다. 지난해에 비해 4.8%와 6.5%씩 각각 증가했다. 또한 전월세에 거주하는 가구는 소비지출(소비재의 구입을 위한 소비자의 지출)에서 34.5%를 주거비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0년의 30.4%에서 4%P 상승한 수치이며 전월세 가격 급등이 임차인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식품류와 기름값 인상, 전월세 가격 상승이 체감 물가 상승의 주범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체감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이 가장 큰 것은 저소득 및 고령 가구들이라고 말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경제연구소의 임희정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물가지수 관리도 중요하지만 저소득, 고령층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에도 관심을 기울여 체감물가를 안정시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찬필 기자 jcp@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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