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자를 찾아서] 오병순씨(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효행자를 찾아서] 오병순씨(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 박영선
  • 승인 2007.05.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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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부터 20년 세월 병든 어머니 봉양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효행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전시대에서 우리 윗세대들이 보여주었던 효심과 달리 요즘은 효에 대한 개념이 바래고 퇴색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깊은 효심으로 부모님을 봉양하며 사회를 밝게 하는 많은 효자·효부들이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전국의 효자, 효부들을 만나 효행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효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하고자 합니다.

 

늘 어머님이 살아만 계시기를 기도···모두 평안 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

 

낡고 좁은 아파트에서 남편과 두 아이들 그리고 병든 친정어머니까지 모시고 살면서도 행복을 일구어 가는 강한 어머니가 있다. 주인공은 전라남도 강진에 사는 오병순(41세)씨.

 

팔순이 넘은 그의 어머니는 지병인 기관지 천식이 심해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고, 몸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이 병약한데다, 10여년 전에 당한 교통사고로 보행까지 불편한 상황이다.

 

2남 5녀 중 막내딸로 태어난 오병순씨에겐 어린시절부터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았다. 그의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한 건 오병순씨를 낳은 후부터다.

 

그의 어머니는 산골에 살면서 시댁 어른들 병수발에 힘든 살림살이와 노동으로 병약했는데, 마흔 여섯 살의 나이에 노산으로 오씨를 낳은 후에는 완전히 자리에 누워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된 것.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품이 아닌 큰언니에 의해 키워졌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오병순씨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마음의 기둥이었고, 때로는 돌봐줘야 할 자식 같은 존재였다. 언니와 오빠들이 모두 출가해 집을 떠난 초등학교 시절부터 오병순씨는 아버지와 함께 병든 어머니를 돌봤다.

 

한밤중에 어머니의 약이 떨어지면 20리 길을 달려가서 약을 사오는 것도 초등학생인 오병순씨의 몫이었다. 산골이라 가로등 하나 없이 깜깜한 그 길을 무서운 줄도 모르고 한달음에 달리곤 했다는 오병순씨. 늘 어머니가 살아만 계시기를 기도하며 보낸 어린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데도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한번도 우울하거나 침울하게 지낸 기억이 없다고 한다. 막내딸이었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칸방 신혼 살림살이를 거쳐 맞벌이로 바쁜 현재까지도 병든 어머니를 돌봐드리는 일은 당연히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 왔다.

 

“위로 있는 언니, 오빠들 모두 어린 시절부터 병약한 어머님을 돌보느라 많이 고생했어요. 막내딸이지만 제 곁에 계신 어머님을 제가 돌봐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 어머님인데 누굴 탓하고 원망한다는 건 생각도 안 해봤어요.”

 

오병순씨는 병든 친정어머니를 모시는 것과 관련해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친정어머니를 모시는 것에 대해 시어머님은 평생을 불편한 내색 한번 안 하시고 오히려 더 잘 모시라고 말씀하시곤 해요. 아마 세상에 우리 시어머님 같은 분도 안 계실 거예요. 그리고 결혼 당시부터 항상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오씨는 지난해 삼성복지재단이 시상하는 ‘제31회 삼성효행상’을 수상했을 당시, 모든 공을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돌렸다. “친정어머니 모시는 일이 무슨 상 받을 일이라고… 제가 받을 상이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기만 하네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현재 오병순씨는 직장 다니랴, 두 아이들의 엄마이자 안주인으로서 집안 살림하랴, 여기에 병든 친정어머니 병수발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한결같이 밝고 씩씩하다.

 

조금 힘들어도 다른 사람이 모두 평안할 수 있다면 기꺼이 제 할 일을 다 하는 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오병순씨. “다른 사람들은 제가 어머니를 모신다고 하지만 사실 어머니 때문에 제가 더 열심히 살아요. 지금도 힘들 때면 병든 어머님이 큰 의지가 되지요. 어머님이 만수무강하시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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