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저명한 교수 초청해 시사‧역사‧문학 등 특강
매주 저명한 교수 초청해 시사‧역사‧문학 등 특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6.26 15:34
  • 호수 4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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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교육 현장을 가다]정릉평생대학

“북악산 기슭에 영기 찬 터전 우리들 배움터 여기 세웠네.”
지난 6월 18일 서울 성북구 정릉교회 본당 지하 1층 예배실에서는 정릉평생대학의 2015학년도 1학기 마지막 수업이 진행됐다. 예배실에 모인 학생들은 신순연(여‧74) 권사의 지휘에 맞춰 교가를 불렀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곳곳에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보였지만 100여명의 학생들은 병마를 몰아내듯 한 음절 한 음절 힘차게 노래를 불렀다.

▲ 정릉평생대학은 국내 최초의 노인교육기관으로 일찌감치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완성해 다른 노인대학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사진=조준우 기자

1975년 문 연 국내 최초 노인교육기관… ‘60세 이상 입학’ 기준 유지
비기독교인 비중이 70% 이상… 매년 장학금 모아 청년 대학생에 지급

정릉평생대학은 지난 1975년 문을 열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노인교육기관으로 교회 노인학교의 롤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이곳은 현재 41기 신입생(1년 과정) 43명과 동문회 소속 200여명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대한노인회산하 노인대학은 수료생들이 교육을 더 받고 싶은 경우 재입학이나 노인대학원에 들어가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곳은 소정의 요건을 갖추면(출석률 60%) 수료를 시켜주고 이후에도 수업을 듣고 싶은 경우 동문회 가입을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학교 이름에 걸맞게 ‘평생 교육’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초창기에는 정릉교회 교인들은 수강을 못하게 했지만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신도들의 요청으로 현재는 이를 허용해준 상태. 그래도 비기독교인의 비중이 7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 수업이 진행되는데 11시부터 한 시간 가량 예배를 드리는 것이 특징이다. 정릉평생대학은 노인의 생활의 질 향상과 선교 목적으로 개설됐기에 학교가 세워지고 5년 후인 1980년부터 예배 시간을 지켜오고 있다.
11시가 되자 신입생을 비롯한 동문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10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즐거운 노래’, ‘복음성가’ 수업 때는 빈자리가 많았지만 하나 둘씩 채워져 어느덧 만석을 이뤘다. 예배가 시작되고 정릉교회 지도목사인 류홍식 목사의 설교가 이어지자 자못 경건해졌다.
41기 라이남(여‧74) 어르신은 “한 시간 동안 즐겁게 노래를 부르다 예배를 드리고 나면 밝아진 기분으로 오후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좋다”며 예배의 장점을 설명했다.
정릉평생대학의 연간 운영비 3400여만원은 전액 정릉교회에서 지원해준다.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치르던 시절에 지어진 학교여서 아직도 처음의 입학자격(60세 이상 노인)을 유지하고 있다. 65세 이상으로 상향하자는 얘기가 나와 논의했는데, 더 맣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견에 따라 그대로 두기로 했다.
김찬묵(67) 정릉평생대학장은 “학장인 제가 최연소일 정도로 학생 대부분은 70~80대 어르신들”이라면서 “고령임에도 매년 80% 이상이 수료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예배가 끝난 후 학생들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모였다. 학생들은 오후 1시~2시 ‘레크레이션’과 ‘명상’, 오후 2시~3시 ‘대학교수 초청 특강’, 오후 3시~4시 ‘특별활동’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정릉평생대학은 매주 저명한 대학교수를 초청해 시사‧역사‧사회‧문화 등의 특강을 진행하고 학생들의 요구와 특성에 맞춰 요가‧무용‧국악‧일어회화‧종이접기‧탁구‧서예부 등 특별활동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날은 학기 마지막 수업이어서 각 특별활동부가 한 학기 동안 이뤄낸 성과를 공개하는 발표회가 펼쳐졌다.
국악부는 흥겨운 가락에 맞춰 ‘신앙가’ 등 타령을 선보였고 일어회화부는 성경 시편을 일어로 유창하게 낭송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또 연극부가 선보인 ‘너는 내 아들이라’와 요가부의 생활체조로 강의실은 땀과 열기, 웃음으로 가득 찼다.
국악부 김찬기(78) 어르신은 “평생대학에 다니면서 신앙심도 키우고 삶의 여유도 되찾을 수 있었다”면서 “하계방학 기간에도 틈틈이 교회를 찾아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곳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 것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장학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예배시간에 모이는 헌금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돈을 모아 현재 1억6500만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매년 10여명의 지역 청년 대학생에게 90~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김 학장은 “장기적으로 홀몸노인들이 살 수 있는 일종의 기숙사를 지어서 교육과 함께 사회공헌 사업도 진행하려 하고 있다”며 “평생대학이란 이름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릉평생대학을 비롯해 전국의 교회 노인학교는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이하 연합회)를 결성해 노인 교육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12년 현재(복지부 실태파악 전수조사) 3209개 교회에서 노인학교를 운영 중이며 연간 학생 수는 약 25만 명에 달한다. 학교별 연간 운영비는 100명을 기준으로 3000만원에서 5000만원에 이르는데 대부분을 해당 교회에서 지원하고 있다.
대한노인회와 연합회는 지난해 5월 업무협약을 맺으며 노인 교육 질 향상에 나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강채은 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총장은 “대한노인회 노인대학 담당 실무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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