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국교정상화 50돌 행사 교차 참석… 해빙무드 속 8월 아베담화에 촉각
한‧일 정상, 국교정상화 50돌 행사 교차 참석… 해빙무드 속 8월 아베담화에 촉각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6.26 16:39
  • 호수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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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행사에 교차 참석해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로써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관계 정상화 과정을 밟아 한·일 정상회담도 바라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는 700여명의 국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했으며, 주일대사를 지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이 동참했다.
또한 일본 측에서는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자리했으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는 두 나라가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며 “가장 큰 장애 요소인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양국이 1965년 시작된 화해의 여정을 지속하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도록 그 길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로 한국을 찾은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도 “50년 전 양국 관계를 정상화시킨 우리 선조들의 노력을 돌이켜본다면 우리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도 같은 날 도쿄도(東京都) 쉐라톤미야코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지금까지 50년간의 우호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며 함께 손잡고 일한 양국 간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자”며 “저도 그렇게 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힘을 합쳐 함께 노력해 가고자한다”고 전했다.
또 “일본에 대해선 한국이, 한국에겐 일본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서로 신뢰하고 관계를 발전시켜 가야 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며 “지난 50년을 돌아보면서 양국민이 공유해온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이날 리셉션에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나카타니 겐 방위상,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 등 내각 요인들 등 일본 정계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 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날 행사에 교차 참석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가고 있다. 하지만 앞날은 그리 평탄치 않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여전히 넘어야 할 걸림돌이 도처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가 쟁점 현안에서 주도권을 잡고 리드할 때에 양국 정상이 밝힌 대로 한일관계는 미래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관계자는 “손을 맞잡았던 한‧일이 다시 멱살을 잡는 장면이 수도 없이 되풀이되지 않았느냐”며 “한‧일 관계 개선만큼 어려운 과제도 없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반쪽짜리 정상화’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대의 숙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한·일관계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양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 것인지, 또 오는 8월 예정된 아베 담화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 ‘디테일’을 주시해야 하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의 경우 이미 논리적으로 해결할 단계를 지났기 때문에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어느 선에서 인정할 것인지는 양국 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미국 상하원에서 가진 합동연설에서 과거사 사죄 발표에 대한 압박을 크게 받으면서도 언급을 회피한 바 있다. 따라서 오는 8월 15일 전후에 발표될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그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로 사죄와 반성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억지로 풀려고 하면 오히려 안 푸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인내심이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 모처럼 조성된 양국 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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