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공짜 복지’ 즐기다 국가 부도… 가계 빚 많은 한국,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그리스 ‘공짜 복지’ 즐기다 국가 부도… 가계 빚 많은 한국,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7.03 13:33
  • 호수 4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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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지난 6월 30일 자정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갚기로 한 채무 16억 유로(약 2조원)를 상환하지 못해 사실상 부도를 맞았다. 1944년 IMF 출범 이후 선진경제국이 채무 상환에 실패해 국가부도에 이른 것은 71년 만에 처음이다.
그리스는 유럽안정화기구(ESM)에 2년간 국가채무 상환용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기존 구제금융을 단기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써 그리스는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히는 등 경제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오는 5일 국민투표를 실시해 그리스가 채권단 요구에 굴복할 것인지 묻기로 했다. 채권단이 이기면 치프라스는 쫓겨나고 반대라면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사태의 근본 원인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다. 정치권은 감당할 능력이 없는데도 공짜 복지를 남발했으며 국민은 그러한 정치인들에게 표를 몰아줬다. 공무원은 ‘황제 복지’를 누렸다. 85만 공무원에게 주는 월급이 GDP의 50%가 넘었으며 58세면 퇴직해 재직 때 월급의 98%만큼 연금을 평생 받았다. 그 결과, 청년 실업률은 50%까지 치솟았으며 국가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적자 폭은 지난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15%까지 불어났다.
더 이상 자력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리스는 지난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구제금융 자금은 대부분 그리스 경제를 살리는 데 쓰이지 않고 빚을 갚는 데 사용됐다. 우리나라도 1998년의 외환위기 때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구제금융을 얻어 쓴 대가는 강력한 긴축이었다. 우리는 그 고통을 이겨내고 예상보다 짧은 기간에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었다. 그리스도 처음에는 우리와 같은 길을 걸었다. 독일을 비롯한 국제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안을 받아들였다. 구제금융 이후 13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근로자 임금이 2009년 대비 평균 38% 하락했으며 연금은 45%나 깎였다.
긴축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자 이때부터 그리스 국민은 우리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치러진 총선에서 반(反)긴축을 공약으로 내건 급진 좌파정당 ‘시리자’를 선택,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다. 또 한 번의 포퓰리즘이 반복됐고 그 결과 구제금융 협상 결렬과 국가부도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문제는 파장성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예측할 수 없는 경로로 뜻밖의 충격과 피해를 부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까지 번지면 국제금융 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이 분명하며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는 그리스와의 교역 규모가 작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선진국보다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이 더 먼저 빠져나간다. 실제로 그리스 부도가 가시화된 지난달 29일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 중국·일본 증시가 충격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스 사태는 빚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이다. 1100조원이 넘는 가계 빚을 떠안고 있는 우리나라도 금리가 오르고 돈이 돌지 않기 시작하면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으로 주춤거리는 가운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한국 경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리스의 사태까지 닥치면 안팎으로 휘청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기 전에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메르스 사태와 같은 오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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