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행자를 찾아서] 홍순애씨(서울시 노원구)
[효행자를 찾아서] 홍순애씨(서울시 노원구)
  • 박영선
  • 승인 2007.05.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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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삼성효행상 수상자…“어머님 사랑 갚을 수 있게 오래사셨으면”

우리 사회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효행 문화도 바뀌고 있습니다. 전시대에서 우리 윗세대들이 보여주었던 효심과 달리 요즘은 효에 대한 개념이 바래고 퇴색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깊은 효심으로 부모님을 봉양하며 사회를 밝게 하는 많은 효자·효부들이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전국의 효자, 효부들을 만나 효행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효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하고자 합니다.

 

어려서 앓은 소아마비로 왼쪽다리가 불편한 몸(지체장애 3급)이지만, 친정어머니(85세)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며 화목한 가정을 일궈 지난해 삼성복지재단에서 시상한 제31회 삼성효행상을 수상한 홍순애(44세·서울 노원구)씨.

 

그의 어머니는 재혼을 해서 늦은 나이에 홍씨를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백일을 갓 넘겼을 때 덜컥 소아마비를 앓았고, 어머니는 홍씨를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려했지만 결국 왼쪽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단다. 어머니는 그런 홍씨를 위해 매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는 등 각별한 사랑을 주었다.

 

홍씨는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되면 어머니를 꼭 모시고 살겠다고 늘 마음속으로 다짐했고, 그의 다짐대로 결혼을 하면서부터 어머니를 모셔왔다.

 

“우리 어머니지만 워낙 까다롭고 깔끔하신 분이어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어요. 어머니는 부지런한 분이라 눈 뜨고부터는 가만히 안 계시거든요. 그래서 사실 제가 모신다기 보다는 어머니께 도움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결혼하고 어머니를 모신 지 5년쯤 지났을까. 어느 날 아침 어머니가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풍이 왔는데, 다행히 실핏줄만 터졌다’고 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풍이 재발을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까지 당해 다리가 부러지고 척추 뼈가 내려앉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

 

홍씨는 저녁이면 몸이 아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안마를 하면서 동화책을 읽어 드리거나, 옛날 일들을 얘기하면서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어머니는 몸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저를 도와주려 하시고, 살림에 대해 물어보면 제일 좋아하세요. 김치 담글 때 옆에서 뭐 넣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시면서 ‘거봐! 나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러느냐’고 하세요.”

 

아직 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럴 때마다 뿌듯해 하신다는 어머니. 홍씨는 사실 그렇게라도 곁을 지켜주는 어머니가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관절과 골다공증이 더 심해지지 말라고 어머니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가지만 홍씨와 어머니는 그것도 쉽지가 않다.

 

혼자 힘으로는 일어나기도 힘들고, 지팡이를 짚어야 겨우 몇 발자국 걸을 정도로 많이 약해진 어머니를 몸이 불편한 홍씨가 모시는 것은 힘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번은 집에서 넘어져 다치시는 바람에 대소변 받아내느라 크게 고생했죠. 다리에 힘이 없으니까 자꾸 넘어지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몸이 불편해서 하루 종일 방안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시는 어머니를 보면 안쓰럽고 죄송하고….”

 

홍씨는 어머니가 지금보다 더 낫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병세가 더 심해지지 않아 지금처럼만 아프지 않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고, 남은 세월 동안 어머니의 삶이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도록 잘 모셔야겠다고 늘 다짐한다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희생을 되갚을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이 허락됐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그 시간은 제가 어머니에게 조금 더 의지하며 살아가고 싶은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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