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만남
의미 있는 만남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15.07.10 10:57
  • 호수 4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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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만남의 연속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그 만남이 어떠한가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보람된 삶은 의미 있는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 의미 있는 만남 중 중요한 것으로는 가정에서 부모와 형제와의 만남, 학교에서 스승과 친구와의 만남, 직장에서 동료 및 선후배와의 만남, 교회나 절에서 형제자매 이상으로 친밀하게 지내는 신도들과의 만남,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사랑하는 사람 배우자와의 만남 등이 있다. 이러한 만남은 자연스럽고 즐거우며 우리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정서적 만남’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살다보면 자연스럽고 즐겁지만은 않은 만남도 있다. 이러한 만남의 대상은 대개 공식적이거나 사회생활을 잘 하기 위한 필요에 의해 만나야 되는 사람들이다. 결혼해서 법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시댁 혹은 처가댁 부모들, 영업사원이 영업을 하기 위해 교제해야 하는 고객들, 사회기관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직장에서 퇴직한 후 고독을 벗어나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새로이 사귀게 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이러한 만남은 의도적이고 의례적이어서 긴장을 불러일으키지만 잘 관리하면 또 다른 만족감을 주는 ‘사회적 만남’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두 형태의 만남은 완전히 분리돼 있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중첩되기도 한다. 이 두 만남은 우리에게 다 중요하고 의미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어느 한 쪽의 만남에 너무 치중해 다른 쪽의 만남이 부실해지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져서 정상적 삶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노년기엔 정서적 만남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점점 축소되고, 사회적 만남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즉, 자연스럽고 정든 사람들과의 만남보다 의도적이고 공식적인 만남의 빈도가 높아지며 그래서 그 의미가 더 중요해진다.
정서적 만남이 축소되거나 훼손되는 것은 사실 슬픈 일이다. 정서적 만남의 대상자들과 자주 못 만나게 된다거나, 만나도 행복하거나 생산적이지 않은 경우가 점점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평생을 친밀하게 지내온 사람들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니까 생각하기 싫은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게 현실인 걸 어쩌랴?
평생을 의지해 온 배우자, 혹은 오랫동안 사귀어온 친구가 질병으로 눕거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관계가 소멸된다. 현대사회에서 자식과의 관계는 점점 더 소원해진다.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퇴직 후 3~4년이 지나면 거의 다 관계가 희박해진다. 평생을 정서적 만남 위주로 살아와서 사회적 만남의 기술이 부족하거나, 정서적 만남이 축소되거나 소멸되는 데도 사회적 만남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 노년기의 삶은 고독해진다.
또한 정서적 만남은 오랜 세월을 통해 이뤄지는데, 그 관계에 너무 안주하게 되면 친숙하고 편하긴 하나 노년기 삶에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주지 못하고 삶을 지루하고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평생 해로한 부부도 ‘평생 웬수’가 될 정도로 애증관계에 있다. 붕우는 반갑기는 하나 서로 옛날 무용담이나 하고 헤어진다. 자식과는 가치관이 달라 속내를 드러내며 대화하기 어렵다.
노년기 과제 중 으뜸은 시간을 누구와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년의 삶을 위해서는 노년기에 새로이 형성되는 사회적 만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만남을 잘 유지할 대화 기술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공감하며, 나의 불편함을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으면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상담 공부나 인간관계 훈련은 의미 있는 사회적 만남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대학 사회교육원이나 종교기관에서 개설되는 상담교육 과정에 등록할 수 있다. 가톨릭에서 중년 이상 부부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인간관계 훈련인 ME(Marriage Encounter, 부부참만남)가 있으며, 노인복지관이나 호스피스 기관에서 개인 및 그룹을 대상으로 유족상담을 실시하는 사회적응훈련도 있다. 최근 그 필요성이 많이 언급되는 전문 노인상담소는 이런 훈련을 받기에 가장 적절한 곳이다.
앞으로 노인을 위한 사회(복지)기관이 많이 증설될 것이다. 그리고 노인의 사회활동 범위가 넓어져 젊은이와 같이 어울리는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노인들은 이제 ‘새로운 친구 사귀는 기술‘을 연마해 오랜 세월 만나온 정든 사람들 못지않게 사회활동 중에 사귀게 되는 새로운 친구들과의 의미 있는 만남을 심화시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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