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폐업 늘어도 중장년 창업은 증가
자영업 폐업 늘어도 중장년 창업은 증가
  • 정찬필 기자
  • 승인 2015.07.10 11:27
  • 호수 4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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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불안과 구직이 어려운 탓… 숙박·음식점에 집중
평균 1억1700만원 대출… 폐업시 극빈층으로 내몰려

서울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연환 씨(54)는 고민이 많다.
한 달 수입이 200만원도 안된다.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을 빼면 수중에 돈이 남기는커녕 매달 적자다. 6월에는 메르스 여파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다.
퇴직금을 모두 쏟아 부은 건 물론, 은행 대출까지 끌어들여 가게를 차린 김씨. 요즘은 제 2금융권 대출까지 생각하는 등 고민이 많다.
그는 “장사 말고는 수입이 없어 정리가 쉽지 않다. 매달 적자지만 그렇다고 이 나이에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 어렵다”며 푸념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자영업이 무너지고 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수익률도 떨어졌다.
상황은 이렇지만 퇴직 후 ‘자의반 타의반’ 창업하는 중장년층은 늘고 있다. 퇴직 후 특별한 대안이 없고 재취업은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통해 빚을 안고 시작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의 부채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46만3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만9000명이 줄었다. 연령별로 보면 50세 미만 자영업자 수는 2007년 324만명에서 2014년 246만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5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같은 기간 289만명에서 328만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전체 자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7%에서 57%로 대폭 증가했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전국소상공인 실태를 살펴봐도 창업 사업주의 연령은 평균 50세로 고령화됐으며 창업 준비 기간은 평균 8.6개월로 짧았다. 이들의 창업 동기는 ‘생계유지’가 8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의 이경희 소장은 “특별한 노하우 없이 ‘다른 길이 없어서’ 하는 창업인 만큼 실패의 위험도 높다. 폐업을 할 경우 구제대책이 없어 극빈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KB 금융지주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연간 평균소득은 2012년 기준 3472만원으로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 3563만원보다 적었다.
반면 대출규모는 임금근로자보다 월등히 높았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규모는 1억1700만원이었다. 이는 임금근로자 1인당 대출규모인 3800만원의 세 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의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박상현 연구위원은 “중장년 자영업자들은 실업급여나 퇴직금 등 최소한의 안전대책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폐업 시 극빈층으로 내몰릴 우려가 높다”며 “대출 조건 완화 등의 금융지원보다는 실질 소득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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