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낮이·크기만 조절해도 아이는 즐거워
목소리 높낮이·크기만 조절해도 아이는 즐거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07.10 11:39
  • 호수 4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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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게 동화 읽어주기
▲ 동화를 읽어줄 때 슬픈 내용은 느린 목소리로 희망찬 내용은 높은 목소리로 읽어주는 것이 좋다. 사진은 관악구청에서 운영하는 ‘할머니 동화사랑방’의 모습.

잘 읽어줘야 한다는 부담감 버려야… 길고 어려운 문장은 생략
‘키가 120킬로그램?’, ‘이럴 땐 위험해요!’ 등 상식 담은 동화 인기

맞벌이 하는 둘째 아들 내외를 대신해 손녀를 키우는 오승은(여‧67) 씨는 최근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손녀 때문에 고민이 많다. 구연동화가처럼 재미 있게 책을 읽지 못할뿐더러 동화책의 종류도 다양해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할지 감이 서지 않는 것이 이유.
1990년대 들어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동화가 정서발달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국내 동화시장은 양적, 질적으로 팽창했다. 0~3세 영유아를 위한 책부터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동화까지 세분화돼 있다. 전래동화가 권선징악이라는 교훈적인 소재를 다뤘다면 요즘 동화는 올바른 양치질 법과 스마트폰 사용법을 이야기로 풀어낸 것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동화 읽어주기의 시작을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동화책을 선정하고 읽어줘야 효과가 크다는 것.
본지에서는 손주를 돌보는 노인들이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동화책을 읽어주는 방법과 유익한 동화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화구연’ 부담감을 버려야
먼저 전문가처럼 읽어줘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어색하고 쑥스러운 이유는 ‘실감 나게’, ‘흥미 있게’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는 목소리 톤 하나, 몸짓 하나에 반응을 보이니 조금 서투르더라도 글의 내용에 따라 조금씩 속도와 높낮이를 조절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구슬픈 내용은 느린 목소리, 흥분되는 내용은 빠른 목소리, 경쾌하고 희망찬 내용은 높은 목소리, 무섭고 겁이 나는 내용은 낮은 목소리, 조용하고 나른한 내용은 작은 소리, 활기찬 내용은 큰 소리로 읽어주다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의 상상력과 집중력을 고려해 너무 긴 문장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문장은 생략하거나 줄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전에 읽어보고 지나치게 긴 구절이나 건너뛰어도 되는 문장, 어려운 단어 등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좋다.
어린 아이일수록 그림을 보며 자신이 상상한 내용을 줄줄 읊어대는 경우가 많다. 글을 모르니 어른들이 읽어줬던 내용을 외워서 읊어대거나 상상한 것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도 이렇게 하는 게 좋다. 책 내용에 충실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책에 나온 글을 그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듣는 아이의 상황이나 성격에 맞게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과 표현을 들려주는 것이 아이에게 더 유익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아이의 사고를 막지 않는 자유로운 독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적절하게 질문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너는 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네가 여기에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했을까’ 등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문제를 해결해 내는 대처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구연동화 하듯 항상 즐겁게 읽어주기 벅차다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다. 책 읽는 소리를 녹음해서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집에 있을 때 틀어주면 구연동화 테이프를 들려주는 것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

◇스마트폰‧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는 동화
새로나온 동화책 ‘아빠 게임 그만해!’는 저주에 걸려 게임에 중독된 아빠를 구하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평소 게임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꾸중을 듣던 ‘솔이’가 아빠를 구해 내는 모험을 흥미롭게 그리는데 이 과정을 통해 솔이는 게임에 빠져 살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가족과의 소통 방법도 알게 된다.
‘스마트폰 자격증이 필요해’는 스마트폰에 빠진 ‘마노’를 통해서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준다. 마노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통해 만나는 인터넷 세상이 재미있다. 그래서 몰래 엄마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 혼나기도 한다. 어느 날, 하늘에서 스마트폰이 뚝 떨어졌고 이는 마노의 차지가 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조금 이상하다.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 책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기보다는 스스로 조절하면서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동화로 가르치는 상식
‘키가 120킬로그램?’(열다)은 ‘시·분, ㎝·m, ㎖·ℓ’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위를 투덜대기 잘하는 ‘투덜 마녀’와 참견하기 좋아하는 ‘까마귀 오딘’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준다.
‘오딘의 잠깐 잘난 척’ 코너는 미로 찾기, 실험 등을 통해 단위를 설명한다. 또 각 학년마다 배우는 단위를 모아서 한눈에 보여 주기 때문에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안전교육을 시켜주고 싶을 때는 ‘이럴 땐 위험해요! 하는 거야’(노란돼지)를 읽어주는 것이 좋다. 이 책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유아 대상 안전사고 사례 중 13가지 상황을 선정해 단순히 “위험해요!”라는 말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위험한지 대상과 내용을 재미있는 이야기에 녹여 소개한다.

◇창의력을 키워주는 동화
‘놀면서 떠나는 세계 문화 여행’은 세계 곳곳에 독특한 문화, 다양한 축제와 풍습 등을 150여 개의 스티커와 다양한 그림‧게임‧퍼즐‧미로찾기 등을 하며 돌아보도록 구성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세계의 수많은 볼거리와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둘러보면서 상상력과 함께 상식도 기를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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