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 축내는 군인·공무원들의 악습 뿌리 뽑기
국민혈세 축내는 군인·공무원들의 악습 뿌리 뽑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7.17 11:10
  • 호수 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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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온전한 게 이상할 정도다. 군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와 무능은 상상을 초월한다. 육·해·공군 등 이 나라 군대는 1조원 규모의 무기도입 관련 비리를 저질렀다.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들은 지난 30여년간 해외자원개발사업에 35조 8000억원을 투자했으나 회수한 금액은 11조 5000억원에 불과하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진행 중인 사업에 46조 6000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자기 집 단속하는 게 아니고 자기 돈이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다. 국가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대표적인 사례가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 자회사 인수 건이다. 지난 6월 3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해외자원개발업체를 인수해 수천억원의 국고를 낭비한 혐의로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구속했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인수하며 시장 가격인 주당 7.31 캐나다 달러보다 훨씬 높은 주당 10 캐나다 달러를 지불해 회사에 550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다.
검찰에 출두하는 강 전 사장의 얼굴을 TV를 통해 본 순간, ‘아 저렇게 생긴 사람이 저지른 거구나’ 라는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형언할 수 없는 좌절감과 분노가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그의 얼굴을 보기 전엔 ‘석유공사 사장이란 사람은 어떤 인물인가’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저렇게 무책임한 짓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숨을 쉬고 있는 것일까’ 등등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강 전 사장은 2008년 8월 석유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석유공사 대형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전남 장흥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대우에서 잔뼈가 굵은 ‘상사맨’이다. 한 기자가 그에게 외국 기업의 M&A 과정에 “혹시 비싸게 인수한 측면은 없나”라고 묻자 다음과 같은 기상천외한 대답을 했다.
“그런 점은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하베스트사 인수가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이 있는데 인수 협상이 몇 차례 무산될 위기가 있었고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하여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한번은 우리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캐나다까지 출장을 갔다가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바로 귀국한 적도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손에서 땀이 난다.”(월간‘신동아’ 인터뷰)
지금도 대한민국 군인과 공무원 가운데 강영원 같은 이가 도처에 버젓이 앉아 있다. 이들의 눈은 기름이 잔뜩 끼어 세금에 녹아있는 국민들의 피와 땀을 보지 못한다. 이들의 머릿속에 나라사랑은 티끌조차 없으며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조의2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직무를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창의와 성실로써 맡은바 책임을 완수하여야 한다’를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의 녹봉은 일반 샐러리맨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억대의 연봉에 수많은 혜택을 국가로부터 제공 받는다. 퇴직 후에 받는 군인연금·공무원연금도 일반인들의 2~3배에 달한다. 그런데도 성이 안 차 횡령, 배임 등 온갖 부정한 방법을 총동원해 국민세금을 가로채려 한다.
과연 제2, 제3의 강영원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의외로 쉽다. 구상권 청구다. 먹은 만큼 토해내도록 하면 된다. 이번에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 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한 감사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감사원은 “앞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손해가 현실화했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경영진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비리를 저지른 군 장성들은 어떡하면 좋을까. ‘건성건성 박수쳤다’는 이유만으로 기관총을 난사한 김정은에게서 해답을 찾는 건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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