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팔아 경로당 살림 튼실해졌어요”
“재활용품 팔아 경로당 살림 튼실해졌어요”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07.17 14:12
  • 호수 4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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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 북삼경로당
▲ 강원 동해 북삼경로당 회원들이 문예교육 시간에 자신들이 쓴 글을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재활용품 수거 사업 매달 50만원 수익… 경로당 식비 등 사용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도… 한글문예교실 학업 열기 뜨거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튼실한 살림살이를 갖추게 된 경로당이 있어 화제다. 대한노인회 강원 동해시지회 북삼경로당이다.
지상 2층 규모로 비교적 넓은 북삼경로당은 재활용품 수거장 사업을 통해 매달 50만원 가량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회원들이 틈틈이 모은 폐지, 공병, 고철 등을 판매해 올린 것이다.
재활용품 수거장 사업은 2010년 시작됐다. 2009년부터 경로당을 맡게 된 우인근 회장(76)과 임원진이 동해시 보조금만으론 경로당 운영이 힘들 것 같아 고안해냈다. 회원들은 우 회장의 뜻에 동조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현재 관내에서 남부럽지 않은 운영비를 자랑하는 경로당으로 변모했다.
이렇게 얻은 수익금은 대부분 60여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의 식사비와 간식비로 쓰인다.
경로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박동화 사무장(80)은 “매달 한 가마니 이상의 쌀과 반찬을 구입할 정도로 식비 지출이 많은 편이나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 덕분에 걱정 없이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남은 돈은 어르신들의 선진지 견학비로 사용된다. 2013년엔 사업 초년부터 모아놨던 자투리 운영비를 알뜰하게 모아 3박4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비행기를 처음 타본 어르신들이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 회원들이 모은 폐지를 자랑중인 우인근 회장.

어르신들은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경로당에서 활기찬 여가생활도 즐긴다.
매주 월·수요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하는 건강체조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관절의 유연성을 키우고 있다. 수요일마다 열리는 노래교실 시간엔 인근 노인복지관 강사와 함께 숨겨왔던 흥을 발산한다.
또한 평생학습관의 도움으로 매주 화·목요일 한글문예교실에 나와 학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 교육은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어르신들이 평생 아쉬움으로 남았던 학업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교육 내용이 쉽고 즐거워 매 시간마다 2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인기 강좌가 됐다.
기자가 경로당을 방문한 지난 7월 14일에도 한글문예교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수업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0명 가까운 어르신들이 모였다.
이날 교육의 주제는 ‘된소리’ 표기법. 어르신들은 ‘꾸벅꾸벅’ ‘호떡’ 등 단어를 공책에 적었다. 그러다 강사가 “이렇게 더운 날엔 호떡 만들어 먹기 힘들죠?”라고 하자 한 어르신이 “해먹을 수 있지 왜 못해요. 그런데 호떡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지”라고 답해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받아쓰기 후 옆 사람과 공책을 바꿔 채점을 하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다. “자네는 벌써 몇 주째 100점이네. 글씨도 참 예쁘게 쓰고….” 일취월장한 한글 쓰기 실력에 서로 한마디씩 칭찬을 건넨다.
변우연(82) 어르신은 요즘 자신의 늘어난 한글 실력에 신이 난다. 교육 초기엔 받아쓰기 시험이 곤욕이었지만, 요즘엔 대부분의 글을 맞춤법에 맞춰 쓸 수 있게 됐단다.
변 어르신은 “앞으로 모든 한글을 완벽히 쓸 수 있도록 교육에 더욱 열심히 참여 할 것”이라며 각오를 전했다.
수업 후 간식시간이 이어졌다. 메뉴는 인절미. 회원들은 떡을 하나씩 들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 바라보는 우인근 회장의 눈가에 흐뭇함이 가득하다.
사실 우 회장은 6년 전만해도 자신이 경로당회장직을 맡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2009년 초, 당시 경로당 건물이 심하게 노후되고 규모도 작아 재건축에 들어갔는데 공사소음이 시끄럽다며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선뜻 회장직을 맡으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때 임원진이 우 회장을 추천해 얼떨결에 지휘봉을 잡게 됐다.
우 회장은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회원으로 가입해 임원직 한번 맡아보지 않은 내게 갑자기 회장직을 맡기니 솔직히 막막했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그는 곧 회장으로서의 기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어르신들이 즐길 여가거리가 부족하다고 느껴 동해시지회를 찾아가 경로당에서 운영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설해 달라고 요청했다. 더불어 경로당 자체 봉사단을 조직해 매달 2회 2시간씩 관내 공영주차장 화단 가꾸기, 마을 환경정화 등 봉사활동을 전개하도록 했다. 이런 그의 노력 덕분인지 부임 초기 30명 남짓했던 회원은 현재 5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한 회원 간의 유대관계도 나날이 돈독해져갔다. 이는 그가 회원들에게 강조한 특별한 정신 덕분이었다. 바로 ‘협조’의 자세이다. 이 협조는 강제성이 아닌 자발적인 것으로, 한 단체에 소속된 개개인의 노력이 모여 훌륭한 단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항상 역설했다.
이후 몸이 불편한 회원을 다른 회원들이 보살펴 주거나, 서로 경로당 식사준비를 하겠다고 나서는 풍경이 펼쳐졌다. 자동차를 소유한 박영식(73) 어르신은 우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급한 볼일이 있을 때면 운전자 역할을 자처하기도 한다.
우 회장은 재활용품 수거장 사업이 성공적으로 펼쳐진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우리 경로당이 이렇게 즐겁고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 차게 된 원동력은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유지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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