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위해 등뼈가 휘는 노인
가족 위해 등뼈가 휘는 노인
  • 관리자
  • 승인 2007.05.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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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노인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 요 며칠 사이에 보도되는 노인관련 뉴스의 핵심은 이 한마디로 집약된다. 노인복지정책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현실 노인들의 삶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단하기 짝이 없다. 가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가치관에 따라 나이가 들어서도 가족을 위해 경제적으로 혹은 비경제적으로 희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운 탓이지만, 오늘날 장성한 자식들이 연로한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은 다반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60대 노인의 83%가 은퇴한 뒤에도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70대도 64%나 됐다고 한다.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하면 2배나 된다. 가족을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은퇴 노인의 고혈을 짜내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젊은이들이 어른한테 버릇없고 부모의존도가 높은 것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다. 하지만 요즈음 같이 연로한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시대도 예전에는 없었다. 오죽 했으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믿고 일하지 않는 사람을 일컬어 캥거루족이라고 부르기까지 하겠는가. 최근에는 박봉에 고생하느니 차라리 놀고먹는 게 낫다는 ‘니트족’도 급증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노후에 편안한 여생을 계획한 노인이라면 이 보다 더 답답할 일도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내리사랑이라고, 우리 노인들은 가족을 위해 나이 들어서까지 너무 많은 헌신을 한다. 이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고생하는 자식이 안쓰럽다고 모든 것을 다 챙겨주어도 자식의 생각은 다르다. 고마워하기는커녕 부족하다고 탓한다. 그러다 덜컥 병이 들거나 죽었을 때 남은 가족이 어떻게 되겠는가. 노인은 노인이다. 온 가족의 생계를 움켜쥘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탈무드에도 나오듯이 훌륭한 어부는 자식한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


가족을 지원하는 노인이 있어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좋아지고 국민소득이 느는 것은 물론 환영한다. 노인복지사업에서 가장 기초적인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은 노인의 이러한 경제적 지원과 헌신이 제대로 평가되는 일이다.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에 온 사회가 덤벼서 노인의 고혈을 짜내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자식과 부모 사이라고 해도 그것만은 분명해야 한다.


노인들이 좀 더 깐깐해야 한다. 자식을 위해 뭔가 지원하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합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의사표시도 해야 한다. 소비를 할 때도 상응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 그 경영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장삿속이다. 수익성을 따지게 돼 있다. 결국 지불할 돈을 고스란히 지불한다. 고객인 당신이 왕이다. 노인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은 것 같고 염치없는 짓을 한 것 같다고 느낄 필요 없다.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족을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사람이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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