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울리는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
어르신 울리는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
  • 정찬필 기자
  • 승인 2015.08.07 10:44
  • 호수 4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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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분양·관리 부실로 큰 피해… 퇴거자 입주보증금 반환 거부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은 임차인이 퇴거할 경우 보증금을 즉시 반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을 주지 않고 있으며, 민사소송에서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판결이 난 뒤에도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다.”

▲ 어르신들의 노후 생활을 책임져야 할 실버타운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의 전경.

노인복지법상 의무가입불구, 일부 보증보험 가입안해
골프장 허위광고… 200억원 배상 판결 받고도 ‘침묵’
교육법인 소유 부동산이라 경매 불가… 발만 동동

경기도 용인 실버타운에 입주한 노인들의 딱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명지대 용인캠퍼스 인근에 위치한 ‘명지엘펜하임’은 단순한 주거 기능을 넘어서 의료·문화·레저 등 복합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지난 2006년 12월 오픈했다. 학교법인 명지학원이 시설관리와 운영을 책임지고 편안하고 안락한 시설과 입주자들의 신체적ㆍ정신적 특성을 배려한 첨단 서비스를 약속했다. 믿음직한 학교법인이 설립한 실버타운이자 9홀 골프장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많은 어르신들이 학원의 달콤한 약속을 믿고 입주했지만 8년이 지난 현재 온갖 구설수와 잡음으로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학원측의 허위광고와 부실 운영 때문이다. 명지학원은 실버타운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9홀의 골프장을 평생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입주해보니 골프장은 없었고 애초부터 인가 낼 계획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 이후 서비스가 달라 계약을 해지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학원측은 자금난을 이유로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의무사항인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입주자를 모집했다. 파행적이고 독선적인 실버타운 운영은 남은 여생을 편하게 보내려는 어르신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명지엘펜하임은 지하 2층부터 지상 9층까지 7개동 규모로 42, 48, 57평형 3가지 타입을 분양했다. 총 336세대 규모지만 현재는 100세대 정도만 남았다. 분양 당시 입주자들은 48평형을 기준으로 주택가격 3억2000만원과 시설이용선납금(골프장 건설비용 8300만원)을 포함해 총 4억300만원을 내고 입주했다. 그러나 입주가 시작된 2006년 이래 매년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갈등의 이유는 명지학원측이 당초 약속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를 본 입주민들은 대표단체인 입주자회원회(이하 회원회)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다. 회원회 관계자 박모(84)씨는 “즐거운 노후 생활을 기대하며 입주했지만 지난 8년간 너무나 큰 고통을 겪었다”며 “명지학원측의 말바꾸기와 거짓말에 큰 상처를 받았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한숨지었다.

◇보증금 반환여부 쟁점, 압류 및 경매도 어려워=현행 노인복지법과 시설 임대차계약서에 의하면 임차인이 퇴거 시 보증금을 즉시 반환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회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증금 반환은커녕 2013년 9월부터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입주자를 모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명지학원측은 당시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입주자들에게 당장은 어렵지만 1주일 내 보증보험이 가능하다고 속였다. 이들의 말을 철썩 같이 믿은 입주자들은 뒤늦게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회원회 관계자는 “이 때문에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수사결과 ‘혐의없음’이라는 납득하기 힘든 결과를 받았다”며 “현재는 보증금을 받게 해 달라며 용인시에 구제를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압류, 경매 절차를 밟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문제도 쉽지 않다. 현행 사립학교법상 교육부의 승인 없이는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하다. 회원회 측은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이 아니라 수익용 부동산이기 때문에 마땅히 매각을 승인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교육부는 현행법상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가신청조차 하지 않은 골프장=분양시 명지학원측은 단지 내에 9홀 골프장을 조성하여 입주민에게 평생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광고는 물론 계약서에도 이점을 분명히 명시했다. 이를 위해 8000만원이 넘는 시설이용선납금까지 받았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골프장 건설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명지학원측은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현재 홈페이지와 실버타운 소개 항목에서 골프장 관련 사항은 삭제된 상태다.
입주자들이 직접 용인시에 문의한 결과 골프장 조성을 위한 인허가 신청 자체가 없었다는 대답을 듣게 됐다.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 회원회는 시설이용선납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법정 공방은 회원회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2013년 4월 서울 고등법원은 160억원 상당의 승소 판결금과 40억원의 조정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4년간 계속된 줄다리기는 끝났지만 명지학원측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회원회 관계자는 “명지학원측은 승소 판결을 받은지 2년이 넘도록 배상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이나 대책도 발표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명지학원의 태도는 애당초 골프장이 조성될 수 없는 부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입주민들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인시 행정처분 고심, 회원회 대책마련 촉구=감독관청인 용인시는 지난 7월 명지학원 관계자를 불러 의무 가입대상인 보증보험 미가입 경위와 대책을 묻는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사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행정처분은 결정됐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명지엘펜하임은 일반 사업장이 아닌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실버타운이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도 “노인복지시설은 사업정지를 해도 징벌적 효과를 거둘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사업정지를 내리더라도 벌칙으로서의 의미가 없기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회원회 관계자는 “명지엘펜하임 거주자는 대부분 80대 이상의 나약한 노인이다. 이들은 한국전쟁과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온갖 고난을 겪었으며 이제야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입주한 이들”이라며 “이 실버타운의 복잡한 문제에 대해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고, 앞으로도 이와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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