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액제 상한액 2만5000원으로 올려, 돈 때문에 치료 주저하는 일 없게 해야”
“노인정액제 상한액 2만5000원으로 올려, 돈 때문에 치료 주저하는 일 없게 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8.07 11:17
  • 호수 4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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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리지 않게, 경증환자의 종합병원 외래진료 제한을
65세이상 10월부터 동네의원서 무료 독감예방접종… 손 씻기 생활화해야

정부는 지난 7월 28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사실상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지난 5월 20일 메르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69일만이다. 한 때 ‘의료 선진국’이라는 평을 받았던 대한민국에 ‘메르스’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공포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메르스가 종식될 수 있었던 데에는 몸을 사리지 않고 환자를 돌본 의료진과 병원의 희생이 한몫 했다.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보완한 것은 이들의 ‘노고’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과 일선 의료진들에게 쏟아지는 비판은 상당했다. 의료계 최전선에서 이를 지켜봤던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은 어땠을까. 7월 31일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55)을 만나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고 개선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메르스 사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정부의 초기대응 미숙이라고 생각합니다. 메르스 사태는 우리 정부의 방역체계에 얼마나 허점이 많은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발생 초기 감염 경로를 밀접접촉자에게만 국한한 나머지 잠재적 감염 대상자 범위를 지나치게 좁힌 것이 초기 방역에 실패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1번 환자가 2박 3일간 머물렀던 평택성모병원의 환자들 중 같은 병실을 사용한 환자들만 격리 조치를 하고, 환자의 보호자나 같은 병동의 환자들을 격리하는 것을 놓치게 된 것입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감염병은 공포의 대상이 됐다.
“이번 사태를 통해 병원이 얼마나 감염병에 전염되기 쉬운 곳인지 만천하에 드러났고 그만큼 방역·의료 체계에서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또한 우리 국민들에게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공포를 심어줬습니다. 문제는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해외에서 언제든지 유입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로부터 새로운 환자가 유입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검역을 철저히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 시 의료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지난 6월 평택성모병원을 시작으로 메르스 피해를 입은 건양대병원, 국립의료원, 서울의료원, 충남대병원 등 많은 의료기관을 방문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메르스 확진환자가 경유했거나 확진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의 경우, 환자들이 병원에서의 감염을 우려해 의료기관 이용을 자제하다 보니 환자 수가 급감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의료기관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고, 지역 경제까지 나빠졌습니다. 의료진 감염이 증가하면서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의 긴장감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의 보상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최근 국회에서는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을 위해 2500억 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정부가 애초 추경으로 편성한 1000억 원보다는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실제 의료기관 피해 보상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실제 메르스로 인해 전체 의료기관이 입은 직·간접 피해 손실액 추정치는 4100억 원을 넘고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경우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복지부 측에서 피해 심의를 할 때 이유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보상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의 감염 방지 시설 지원도 병행돼야 합니다.”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최근 해외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신종 감염병, 풍토병 등이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 씻기, 재채기 예절은 물론 충분한 영양섭취와 휴식 등이 중요합니다. 또한 방문하는 국가의 감염병 등을 사전에 조사하고 예방접종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 병원쇼핑을 자제하고 중환자실 및 입원실에 대한 보호자 또는 면회객 수 제한, 외부로부터의 음식반입 및 취사금지 등을 통해 감염의 우려를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의협의 노력은.
“메르스에 감염된 1번 환자가 아산, 평택, 서울 등을 경유하면서 병원 내 감염을 전파하지 않았습니까. 그 외 다른 감염자들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감염이 되고 자택격리를 당했습니다. 이는 대형병원 구조상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종별 진료 기준을 강화해야 합니다. 경증 질환자의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외래 진료를 제한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야간진료 수가를 인상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노인보건사업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14년 간 1만5000원에 정체돼 있는 노인정액제 상향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건복지부와 논의 중에 있으며, 지역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국한됐던 노인독감예방접종도 동네의원으로 확대했다. 노인 정액제는 총 진료비가 1만5000원 이내일 경우 1500원, 그 이상이면 총 진료비의 30%를 지불하는 제도이다.

-노인정액제 상한액 기준 때문에 어르신들이 의료기관 이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데.
“노인의료비 경감 측면에서 2001년 7월부터 시행된 노인 외래 본인부담금 정액제 상한액은 14년 동안 변함없이 1만5000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환자의 경우 야간시간대에 진료를 받거나 통상의 진료에 약간의 처치만 더해도 이 정액구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노인 환자들의 경우 의료기관에 항의하는 등 의료현장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수가 인상률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2만5000원 이상으로 노인 외래 본인부담 상한금액을 상향 조정해야 합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병원에 두 번 가야 할 것을 한 번만 간다던지, 검사나 치료를 주저하는 상황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어르신들이 이 같은 의료계의 목소리에 함께 발언을 해주고 입장표명을 해줘야 정부도 개선의지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0월부터 시행되는 노인독감 민간위탁사업에 참여하게 됐는데.
“의사협회는 낮은 접종수가(1만2150원)임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지키는 의사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감안해 이번 사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올해 10월부터는 65세 이상이면 동네의원에서 무료로 독감주사를 접종할 수 있습니다. 이제 어르신들은 독감예방주사를 맞기 위해 보건소를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위해 질병관리본부가 진행 중인 예방접종 시행비 산정 타당성 연구용역 결과를 조속히 반영해 내년도부터는 접종수가의 현실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고가여서 어르신들이 접종하기 어려운 파상풍, 대상포진 등이 포함된 예방접종도 성인필수예방접종으로 전환,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의사협회에서 원격의료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 목적이 대면진료를 받기 어려운 노인,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에 대한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그것에 대한 확실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원격진료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원격진료는 기본적인 진찰 행위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결국 원격의료가 진단의 정확성을 떨어뜨려 오진 및 치료 시기 지연 등으로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

-보건부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업무가 여러 부처에 혼재돼 처리됨에 따라 보건의료를 중점적으로 처리하기 어렵고 종합적인 조정 기능이 미흡하다 보니 비전문가에 의한 정책결정이 다분합니다. 이는 복지부의 올해 전체 예산 53조4000억 원 중 보건의료 분야 예산이 4%(2조2793억원)에 불과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보건부 독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또한 현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해 감염병 대응 등 일사불란한 운영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39대 회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째다. 남은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계획은?
“지난 38대에 이어 39대 회장에 연속으로 뽑아준 회원들의 뜻은 아마도 지속적인 안정 속에서 끊임없이 개혁하며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의사협회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의정합의 이행 논의를 본격 재개할 방침입니다. 총 38개 과제에 달하는 의정합의 내용 가운데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것이며 의료기관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등 동네의원 경영 활성화를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백세시대 독자들에게 한 마디.
“과거에는 어르신들이 오래 사는 것만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건강 상담부터 건강관리, 병 치료 등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의료기관이 환영을 받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상기하시길 바랍니다.”
배지영 기자, 사진=조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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