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최고지도자라 하기엔…
북한 김정은, 최고지도자라 하기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8.14 09:21
  • 호수 4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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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 방북에 얼굴 안 보이고
표준시 제멋대로 변경… 인성 부족 탓

최근 북한의 김정은이 보여준 몇 가지 행동은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가를 깨닫게 만든다. 이희호 여사가 북한으로 향하는 저가항공기를 탈 때만 해도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김정은의 방북 요청을 받고 간 거라 당연히 초청자를 만날 것이고, 그 자리에서 청와대로부터 내밀하게 전달 받은 친서를 품속에서 꺼내 건네주리라는 상상에서다. 김정은이 이 여사를 위해 베푼 만찬장에서 두 사람이 건배하는 순간을 그리며 그동안 경색된 남북 관계가 순식간에 풀릴 것을 기대했다. 그리하여 광복 70년을 기념해 남북 체육대회를 열고 민간단체들이 주관한 공동의 행사에서 남북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지층처럼 단단하게 굳어져있던 앙금을 순식간에 씻어낼 것이라 믿었다. 이 여사는 남북에서 충분히 그런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비중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박한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희호 여사는 3박 4일의 방북 기간 동안 김정은을 만나지 못한 채 돌아왔다. 김포공항에 내려 “민간 신분인 저는 이번 방북에 정부로부터 어떠한 공식 업무도 부여 받지 못했다”고 에둘러 말하는 이 여사의 어깨가 유난히 기울어져 보였다.
30대 초반의 김정은은 93세 노인을 초청해놓고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 무례함을 저질렀다. 김정은에게 이 여사는 생면부지의 할머니도 아니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김대중 대통령 부인이자 2011년 김 국방위원장 조문 당시 만났던 연이 있다. 미국의 은퇴농구선수를 초청해놓고 같이 술을 마시며 히히덕거리면서도 노구를 이끌고 먼 거리를 찾아온 전 퍼스트레이디를 무시하는 안하무인의 행동은 어릴 적 인성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다. 자고로 사람이 사람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건 인성이 부족해서다. 여러 가지가 모자라지만 김정은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다름 아닌 인성 교육이다.
김일성·김정일 등 조부·아버지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받지 못해 벌어진 또 하나의 사건은 표준시 변경이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8월 15일부터 표준시를 지금까지 사용해온 동경시보다 30분 늦춘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표준자오선인 동경 135도 기준의 동경시 대신 한반도 중앙부를 지나는 동경 127도30분을 기준으로 표준시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와 북한 사이에 30분의 시차가 발생한다.
북은 표준시 변경 이유를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주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대한제국은 127도30분을 기준으로 정한 표준시를 썼다. 이를 일제가 바꾸었고 해방 후 다시 ‘시간독립’을 내세워 대한제국 표준시를 채택했다가 5·16 쿠데타 세력이 운영한 국가재건최고회의 결정에 따라 동경시로 환원했다. 당시 변경 이유가 대일교역과 주한·주일 미군의 시차 불편해소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시 변경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고 사유도 그렇다면 표준시 변경을 굳이 못할 이유도 없다. 남북이 만나 연구와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루면 된다. 물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표준시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바꾸면 그로 인한 번거로움과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남북 통합, 남북 동질성 회복 등에 악영향을 준다. 이같이 중대한 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은 남한과 사전 상의 없이 혼자 결정해 불쑥 발표해버렸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 핵무기 같이 체제유지·과시용도 아닌 기껏 ‘생활의 도구’를 가지고 남측을 괴롭히는 김정은의 저급한 행동도 인성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마침 7월 21일, 국회에서 여야 의원 102명이 발의해 199명 전원이 통과시킨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됐다. 김정은도 인성교육을 받으면 남북 관계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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