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노동개혁’, 노동계 반발로 제동… 청년실업 해소 위해 대타협 절실
시급한 ‘노동개혁’, 노동계 반발로 제동… 청년실업 해소 위해 대타협 절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8.21 13:31
  • 호수 4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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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확보를 위한 노동개혁을 두고 노사 간 입장 차가 엇갈리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 목소리가 워낙 거세 정부와 재계가 ‘임금피크제’ 확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23%에 불과했다. 55∼58세에 분포한 기업 정년이 내년부터 60세로 의무화되면 기업이 앞으로 5년간 추가로 부담할 인건비는 11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15조 원 규모의 신규 고용 창출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큰 데는 유독 심한 우리나라의 임금 경직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일본, 독일, 프랑스 등 9개국 중 가장 큰 임금의 연공성을 보였다. 예를 들어, 1년 차 직원이 월 100만 원을 받는다면 30년 차 직원은 월 313만 원을 받는 셈이다. 연공성이 강한 우리나라 임금체계 아래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조속한 임금피크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올해 안으로 공공기관에 전면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노사 현장의 다양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야당과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하되 강제가 아닌 노사자율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년연장법이 시행된 뒤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거부할 경우에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사측과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며 지난 8월 17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조합원 4만8000명의 국내 최대 단일사업장인 현대차 노동조합 역시 임금피크제 도입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일단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먼저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합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노사 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이 일부 대기업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극심하게 반발하는 것에 대해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극심한 청년 고용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지금도 청년 체감실업률이 22%에 육박하고 10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현실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고용절벽’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임금피크제 없이 근로자 정년만 60세로 늘린다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를 위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복귀 조건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를 내걸고 있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사안을 경영자가 마음대로 취업규칙에 반영할 수 있는 여지를 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노동개혁이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한시가 급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정부로서는 노사정 대타협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합의만 고집하다가는 시간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보다 큰 책임감을 갖고 분명한 개혁안을 제시해, 타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노동개혁은 본질적으로 한발씩 양보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과제다. 대기업 그룹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는 등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데 대해 노동계도 이에 상응하는 양보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노동개혁이야 말로 한국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과정임을 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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