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 즐거움 줄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요”
“어린이들에 즐거움 줄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요”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08.21 13:57
  • 호수 4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기 시흥시니어클럽 ‘갯골인형극단’
▲ 경기 시흥시니어클럽 ‘갯골인형극단’ 단원들이 8월 19일 관내 환희어린이집을 방문해 편식비만 예방극 ‘비실이와 퉁퉁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아동복지시설서 무료 공연… 노인요양시설도 방문
2008년 창단, 지난해 138회 공연… 각종 대회서 입상

“인형극을 보며 환히 웃는 어린이들의 얼굴이 저희들의 가장 큰 행복이자 기쁨이죠.”
어린이들의 즐거움과 교육을 위해 무료로 매년 150회가 넘는 인형극 공연을 펼치는 극단이 있어 화제다. 경기 시흥 시니어클럽 ‘갯골인형극단’이다.
이 극단은 매주 4~5일씩 두 조(A·B조)로 나뉘어 관내 주간보호센터,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등을 방문해 아이들의 흥미와 재미를 유발하고 교육의 효과도 높일 수 있는 인형극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오전 10시 30분, 관내에 위치한 환희어린이집에 극단 A조 단원들이 모였다. 11시에 열릴 공연에 앞서 무대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번 공연은 어린이집 측이 3개월 전부터 기다려왔던 터라 이에 대한 단원들의 각오는 대단했다.
“아이들 오기 전에 얼른 준비해야 해.” 김정자(75) 어르신의 독촉에 단원들은 무대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강당 중앙에 무대 틀을 잡은 뒤 그 위에 검은 천을 덮자 어엿한 공연무대가 완성됐다. 공연에 등장할 인형들은 그 뒤편에 가지런히 정리했다. 이 모든 것들은 단원들이 직접 재료를 구입해 제작한 것이다. 특히 단원들은 인형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김정자 어르신은 “인형의 이목구비, 의상을 제작하려면 한 달 이상의 공이 들어가야 한다”며 “많은 손길이 간 인형은 우리의 분신과 같다”고 설명한다.
이어 음향장비 점검이 끝나자 곧 공연이 시작됐다. 제목은 ‘비실이와 퉁퉁이’로, 군것질을 좋아하는 ‘비실이’와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는 ‘퉁퉁이’가 편식하지 않는 ‘건강이’를 통해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강당을 꽉 채운 50여명의 아이들은 공연 내내 까르르 웃으며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30여분의 공연 시간동안 쉴 새 없이 인형을 조작하던 단원들의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요즘 기승인 무더위로 힘들만도 하지만 단원들은 이 정도 고생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의 즐거움 가득한 얼굴을 마주하면 피로가 싹 가신단다.
“어린이 여러분,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먹어야 건강한 사람이 되요.” 김정자 어르신 당부의 말과 함께 공연은 끝이 났다.
공연 후 정영희(69)씨는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극단 창단멤버인 그는 공연 초창기 때와 비교하면 공연 소품은 물론이고 시나리오의 질까지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2008년 3월, 지역 노인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창단된 갯골인형극단은 전래동화극 ‘황소와 깨비’를 통해 그해 6월 첫 선을 보였다. 당시 공연에 사용된 인형들은 지금처럼 1m가 넘는 큰 인형이 아닌 손에 끼고 입만 벙긋거릴 수 있는 작은 크기였다. 게다가 더빙용 녹음작업도 없어 인형을 움직이며 직접 육성으로 대사를 읊어야만 했다.
정 씨는 “비록 환경은 열악했지만, 공연은 초창기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호평 덕에 자신감이 붙은 극단은 그해 10월 춘천국제인형극제에 참가해 극단의 장기적인 운영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이 행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팀들은 갯골인형극단의 수준을 훌쩍 뛰어 넘었다. 자신들이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달은 단원들은 대대적인 극단의 개편작업에 돌입한다.
우선 전문가를 초빙해 시나리오를 새로 짜고, 녹음실을 빌려 더빙용 녹음작업도 실시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2009년 4월 전래동화극 ‘신비한 부채’, 10월엔 성교육극 ‘안돼요, 만지지 말아요’가 초연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갯골인형극단은 재미와 더불어 교육기능까지 겸비한 극단으로 소문이 났다. 덕분에 공연 요청이 쇄도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공연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2008년 23회에 불과했던 공연은 2014년엔 열배가 넘는 138회를 기록했다.
극단을 담당하는 전순자 사회복지사는 “올해 공연 회수는 총 200회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얻었다. 2009년 경기도노인일자리경진대회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출전한 5개 노인일자리경진대회에서 모두 입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동시에 후원처도 생겼다. 2010년 2월 시흥시보건소, 2013년 3월 시흥시 위생과, 시흥시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인형 및 시나리오 제작비, 내레이션 녹음비 등 공연에 대한 지원을 받게 됐다. 이를 통해 편식비만 예방극 ‘비실이와 퉁퉁이’, 식품안전 계도극 ‘꿀꿀아, 먹지마. 불량식품이야’가 탄생할 수 있었다.
전순자 복지사는 “8년간의 과정을 거치며 공연의 양과 질이 크게 성장했다”며 “요샌 공연 대상을 어린이뿐만 아니라 요양시설의 노인들로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많은 공연일정을 소화하려면 기동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는 극단의 청일점인 황복수(70) 어르신이 해결하고 있다.
2013년 지인의 소개로 극단에 들어오게 된 그는 매일 같이 운전을 해 여성 단원들을 공연장에 데려다 주고 있다. 운전뿐만 아니라 무대 장비 제작 및 운반 등 궂은일을 도맡아 온 그이지만 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행복하단다.
이날 공연을 마친 단원들은 인근 식당에서 회포를 풀었다. 바로 다음 공연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가득한 단원들의 얼굴은 활기차고 행복해 보였다.
이상연 기자 leesy@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