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뢰 도발·포격 도발 사과한 것 아니다
북, 지뢰 도발·포격 도발 사과한 것 아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8.28 14:04
  • 호수 4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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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서, 북에선 남측 조작이라 해
잠수함 안사고 국방비로 뭐 했나

남북 군사 대치서부터 극적 타결에 이르기까지 두 가지 아쉬운 점을 남겼다. 하나는 목함지뢰 도발 및 연천군 야산 포격 도발에 대한 북의 사과가 없다는 점이다. 남북 대표들이 내놓은 공동보도문에는 ‘북측,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 부상당한 것 유감 표명’이라고 쓰여 있다. 마치 지나가던 사람이 들여다보고 위로하는 듯 무책임의 극치다. 가방 끈이 길지 않더라도 이 말은 가식이며 진실을 은폐하는 발언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민 일부는 이 말에 대해 모멸감과 분노감을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런데 우리 측은 이 말을 ‘사과’라고 받아들여 황당하기만 하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참여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이미 말한 것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한 적은 이번 말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위록지마(謂鹿爲馬·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하는 것)가 아닐 수 없다.
북쪽 수석대표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한술 더 떠 아예 지뢰 폭발이 남측의 조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황 국장은 북으로 돌아가 조선중앙텔레비전에 직접 출연해 ”이번 긴급 접촉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가지고 상대 쪽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황 국장 발언이 북의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대내용일 뿐 남북 합의 자체를 뒤집는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김정은을 걱정해줄 만큼 한가한 이슈인가 반문하고 싶다.
북한의 지뢰 도발로 우리의 젊은 군인 2명은 다리를 잃었고, 연천군·강화도 주민들은 수일 동안 거처가 불편한 대피소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런 살인적 행위를 해놓고도 북은 자기들이 하지 않았다고 발뺌을 했고 공동문에는 사과 대신 유감이라는 단어를 끼워넣었다. 국어사전에서 ‘유감’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또, ‘사과’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으로 돼 있다. 두 단어의 어디 한군데라도 비슷한 데가 없다. 보수단체들의 반발이 특히 크다. 자유민주연구원은 “공동보도문 어디에도 사과는 없다. 이를 아전인수 격으로 사과라고 해석한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장관을 당장 해임시키고 공동보도문을 파기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언제까지 우리는 자주국방은 꿈도 꾸지 못하고 미국에 의지한 채 연약하기 짝이 없는 군을 믿고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가이다. 김정은은 이번에 준전시상태를 지시했다. 북한군은 유사시 포사격- 특수요원 침투- 잠수함을 이용한 후방 공격 및 교란-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기습상륙 등으로 전면전을 대비했다. 우리 방송은 쉴 새 없이 북 잠수함 50척의 행방을 모르겠다며 공포에 질린 어린아이처럼 징징댔다.
우리나라는 북한보다 3배나 많은 325억 달러의 국방비를 쓰고 있다(2014년 국방부). 그런데도 북이 잠수함을 70척이나 보유할 때까지 무얼 했는가 묻고 싶다. 북은 매번 무력 도발을 해놓고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거나 적반하장 격으로 남측의 잘못으로 돌리고 으름장을 놓곤 이득을 챙겼다. 이번에도 북은 사과다운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정·청을 비롯 신문·방송은 대통령의 원칙주의가 통했다고 띄워주고 국민의 성숙한 대응으로 얻은 승리(?)라고 자화자찬한다. 과연 그럴까. 황 국장이 공동문 발표 직후 북에서 딴소리 하는 것을 보더라도 북은 결코 이번 약속도 지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늘 그러했듯이….
군은 북에 대한 경계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 것이며, 군 수뇌부는 군 장비 납품비리로 국민혈세 빼먹을 생각 포기하고 잠수함부터 구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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