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샤브샤브 먹고 싶었던 소원 푸네.”
8월 25일, 서울 용산경찰서 맞은편 더프라임주상복합 건물 2층의 ‘채선당플러스 원효로점’. 어르신 100여명이 4명씩 테이블에 나눠 앉아 종잇장처럼 얇은 한우를 끓는 육수에 담가 익힌 후 입안에 넣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음식점 이지연(44) 사장이 주관한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사랑의 점심 나누기’ 광경이다.
따듯한 밥 한 그릇을 대접 받은 이들은 김원묵 대한노인회 용산구지회장을 비롯 구내 경로당 회원들과 일부 소외계층 노인들이다. 김 지회장은 “이 사장의 초대로 회원들이 오랜만에 맛있는 고기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며 “걔 중에는 92세 어른도 계셨는데 평소보다 많이 드시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무료급식에 들어간 비용은 약 300만원이다.
이 사장이 나눔의 온정을 베풀게 된 건 행사 3주 전 탁여송 대한노인회 노인지원재단 국장을 만나면서다. 탁 국장이 이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일행과 함께 노인행사 관련 얘기를 주고받는 걸 우연히 들은 이 사장이 먼저 무료급식을 제안하게 된 것.
이 사장은 “작년에 음식점을 오픈한 이후 지역 주민들 덕분에 장사가 잘 됐다”며 “보은의 뜻도 있지만 평소 소외계층 어르신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70대 후반의 부모를 모시고 사는 이 사장은 노인 공경과 효심이 습관처럼 몸에 뱄다고 한 종업원이 귀띔했다. 이 종업원은 “어르신이 식당에 오시면 자리를 안내하고 직접 고기를 익혀 접시에 담아드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짧은 시간에 100인분 이상의 음식을 차려내는 건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종업원들이 내일처럼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힘든 거 내색 안하고 도와준 우리 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겸손해 했다. 탁 국장은 “노인 학대가 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이 사장 같은 이들의 선행이 더 많이, 더 자주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 5월 가정의 달, 노인의 날 등 1년에 두 차례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급식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오현주 기자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