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새는 변실금, 설사·변비 잦은 사람 잘 걸려
변이 새는 변실금, 설사·변비 잦은 사람 잘 걸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8.28 14:24
  • 호수 4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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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실금 증상과 예방법
▲ 변실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사진은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된 양배추를 환자에게 권하는 모습.

배변 시 과도한 힘 줘도 발병… 방치할 경우 우울증‧대인기피증 불러
경증일 경우 약물로도 완치… 야채류 많이 먹고 케겔운동 하면 예방

김부녀(67)씨는 어느 날 외출 중 팬티에 변이 흥건하게 묻은 걸 보고 깜짝 놀라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에도 김 씨는 하루 3∼5번씩 변이 새어나오는 통에 친구들은 물론 남편과 자식한테도 부끄러워 말을 못하고 혼자 전전긍긍해야 했다. 결국 우울증까지 겹친 그는 대장항문전문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노인성 변실금’으로 진단 받았다.
60~70대 연령층에서 변실금이 늘고 있다. 특히 과거 베이비붐 시대에 다산을 경험한 여성에게 숨겨져 있던 분만 손상은 30~40년이 지나 노화현상이 진행되면서 변실금, 요실금, 자궁·직장 탈출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변실금이란 방귀나 분변이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새어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환자 중 약 80% 가량이 60세 이상이며, 전체 환자의 약 60%는 여성이다.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하고 남은 내용물인 변은 일반적으로 연동운동에 의해 직장 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직장이 변에 의해 확장되면 직장-항문 억제 반사에 의해 항문 내괄약근이 이완되고 외괄약근은 수축이 되면서 대변을 배출하기 위해 복압이 상승한다. 정상적인 배변의 경우 복압이 항문 외괄약근의 수축을 이겨내면서 변을 볼 수 있게 된다.
변실금은 변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항문의 괄약근이 손상되거나 괄약근을 지배하는 신경에 문제가 생길 때 발생한다. 항문의 괄약근은 치핵, 치열, 치루 등을 고치기 위해 수술을 하다 손상되기도 하며, 출산 등의 분만과정에서 손상되기도 한다. 척추손상이나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 등으로 괄약근을 지배하는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겨도 나타난다.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주거나 만성 변비, 심한 디스크, 당뇨로 신경염이 온 경우, 잦은 설사에 시달리거나 이를 막으려고 설사 약을 남용할 때에도 괄약근이 무력해져 변실금이 올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어 직장의 탄력성이 줄어들고 배변감각을 느끼는 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노화현상 역시 변실금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건국대병원 외과 성무경 교수는 “정상적으로 대변과 가스가 직장으로 유입되면 직장은 이들을 저장해 화장실에 갈 시간을 벌어 줘야 하는데 직장에서 이 감각을 못 느끼는 경우 변실금이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변실금 환자는 쭈그려 앉거나 물건을 들고 일어날 때 자주 대변이 새어 나온다. 나오는 방귀도 참기 어려우며 대변을 조절하기 어려워 고생이 무척 심하다. 이를 방치할 경우에는 기저귀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은 물론 악취 등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감도 생겨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같은 정신 문제까지 유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요실금, 치질 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정신적인 수치심이 크고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성 교수는 “변실금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이나 병원을 찾기 부끄러운 마음에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병을 방치하면 증상이 점점 심해져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실금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증상의 정도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경증 상태부터 설사 혹은 딱딱한 변도 참지 못하는 중등도까지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치료는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 두 가지가 있다. 비수술적 치료는 장 통과시간을 늦추거나 변의 굳기를 개선하기 위한 약물치료, 식사조절, 괄약근 운동(케겔운동) 등이 있다. 변실금 환자는 설사를 동반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 경우에는 변경화제를 사용한다.
경증의 경우에는 약물을 사용해 정상적인 장내 세균을 증가시켜 설사를 예방하고 장운동을 개선해 배변 기능을 정상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비수술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고려된다. 특히 괄약근 손상에 의한 변실금인 경우에 많이 시술되는데, 보통 손상부위를 제거하고 남은 괄약근을 꿰매주는 괄약근 성형술이 시행된다.
그러나 괄약근에 이상이 없는 경우, 효과적인 외과적 치료수단이 마땅하지 않은데 최근에는 배변기능을 담당하는 근육과 천수신경을 자극해 이상 배변증상을 치료하는 천수신경자극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반복적인 여러 가지 치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소장 혹은 대장의 일부를 항문으로 사용하는 장루 수술과 인공 괄약근을 이식하는 수술을 한다. 그러나 시술기구가 고가인데 비해 결과는 100% 만족할 정도가 안 되고 보험급여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변실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배변시간과 배변횟수를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해 항문 근육을 손상시키는 변비와 설사를 예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을 자주 마시고 배변을 매일 10~20회 정도 참는 연습도 해주면 항문 괄약근을 강화시킬 수 있다.
평소 음식 섭취 일지를 작성해 어떤 음식이 변실금을 악화시키는지 알아두는 것도 좋다. 일반적으로는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 가공된 고기, 알코올, 유제품 등을 주의해야 한다. 변이 딱딱할 경우에는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며, 무른 경우에는 바나나, 감자, 치즈 등 수용성이며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운동 요법도 효과적이다. 변실금 환자에게 좋은 운동으로는 ‘케겔 운동’이 있는데, 다른 근육은 사용하지 않고 항문, 질, 요도를 수축했다 이완하는 운동이다. 케겔 운동은 다리를 골반 너비만큼 벌리고 양손으로 허리를 짚은 다음 숨을 들이마시며 10초간 항문, 질, 요도를 당기며 수축하고, 숨을 천천히 내쉬며 10초간 이완하는 방식이다. 이를 매일 30~50회 반복하는 것이 좋다.
성 교수는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약물치료 만으로도 뚜렷하게 호전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다면 어려워하지 말고 먼저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변실금 예방법
1. 규칙적인 배변습관 갖기.
2. 습관적인 관장약 복용 자제하기.
3. 괄약근 운동 생활화하기.
4. 수분 섭취 자주하기.
5. 카페인, 알코올, 유제품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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