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라고 주는 돈 노인복지로 돌려라
애 낳으라고 주는 돈 노인복지로 돌려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9.18 13:32
  • 호수 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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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는 하늘의 뜻이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것 자체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진리를 망각한 채 아이 많이 낳게 하겠다고 국민혈세를 쏟아 붓는 아둔한 행정을 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 나라는 지난 10년간 저출산 문제 개선에 80조원 넘는 예산을 써버렸다. 결과는 뻔하다. 출산율은 제자리 수준이고 출생 수는 감소했다. 정책 차원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가 2006년부터 올해까지 투입한 저출산 대책 관련 예산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난임부부 지원 등 총 81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만도 14조700억원이다. 이는 기초연금 예산의 2배에 가깝다. 하지만 출생 수는 49만3200명(2007년)에서 43만5400명(2014년)으로 오히려 5만7000여명 감소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1.123명(2006년)에서 1.205명(2014년)으로 여전히 초저출산의 기준인 1.30명을 밑돌고 있다. 차라리 이 돈을 노인복지로 돌렸다면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최하라는 불명예를 면했을 지도 모른다.
1970~90년대 정부는 산아제한정책을 폈다. 인구 폭발로 발 디딜 틈이 없어 지구 밖으로 떨어지는 사람을 그려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정관수술을 한 예비군에겐 당일훈련을 면제해주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되돌아보면 6·25 전쟁을 겪은 이 나라의 급격한 인구 증가는 자연의 이치이자 섭리이기도 하다. 전쟁 사상자로 인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신의 한수’였던 것이다. 그런 나라가 반세기도 못된 지금 신생아가 준다고 호들갑을 떤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식품·통계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은 미래에 쌀이 부족해 굶어죽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교사가 학생들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고, 토요일은 분식만 먹는 날로 정하는 등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금은 어떤가. 쌀이 남아돈다. 남아도는 쌀을 주체하지 못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에 남한 쌀 먹고 힘내서 핵무기 열심히 만들라고 퍼주기까지 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국가의 정책은 한마디로 무뇌아적 발상이다. 신생아가 줄고 노인만 늘면 생산력 저하- 경제 위축- 나라 존망이 위태롭다는 식의 단순 경제논리는 위에 언급한 사례에서 보듯 신뢰·타당성이 결여돼 있다. 출산율은 자연현상의 하나이다. 신생아가 주는 건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대신 낮은 출산율로 얼마든지 안정된 나라를 구현할 수 있다. ‘작지만 큰 나라’이다. 벨기에·스위스·덴마크를 보라. 우리와 비교해 면적과 인구수가 적은 나라들이 오히려 우리보다 국민소득, 행복지수가 높다. 무얼 말하는가. 인구가 많아야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허구임을 증명한다.
현대문명사회는 많은 노동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1만6000톤급 퀀텀크루즈를 조정하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다루는데 팔뚝 굵은 장정들이 필요하지 않다. 손가락 크기의 조이스틱을 돌릴 힘만 있으면 된다. 또,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꼭 한국사람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58만여명(2014년)이다. 필리핀 주부가 여의도 국회에 들어가 다문화가정 법안을 발의하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남한산성 문화해설사가 일본인·중국인들로 채워지는 세상이다. 언제까지 같은 민족, 한민족 타령인가. ‘대한사람~ 대한으로~’ 주야장천 노래 부르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는 대한민국뿐이다.
국가나 개인이나 패러다임을 바꿔야 살아남는다. ‘한민족만이 살 길이다’는 식의 도그마에서 벗어나 ‘작지만 강한나라’를 지향해야 한다. 미련하게 덩치 불리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사회에 맞는 새로운 미니국가의 틀을 짜는 게 현명하다. 정부는 ‘부부의 안방’을 간섭할 여윳돈이 있으면 대신 노인들 더 행복하게 해줄 일에 쓰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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