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노동시장 구조개혁 대타협… 임금피크제 등 취업규칙 변경 쉬워져
노사정 노동시장 구조개혁 대타협… 임금피크제 등 취업규칙 변경 쉬워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5.09.18 13:35
  • 호수 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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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勞使政) 대표들이 대타협 합의문에 최종 서명하면서 노동시장 개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가 일단 타협으로 해결되면서 산업현장에 적용될 법적장치들에 구체적이고도 세밀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9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노사정 대표들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합의문에 최종 서명했다. 이로써 65개 항에 대한 기준과 절차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되고, 국회 관련 입법이 추진된다.
이번 합의로 사업 현장에서는 근로자의 채용과 해고, 임금 체계 등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성과가 낮은 업무 부적응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가 담긴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된다. 그동안 근로기준법상에는 징계해고나 정리해고만 가능했지만 성과 부족이나 근로 태만 등의 이유로도 해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성과에 따른 해고 시 법적 소송 등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어 법과 판례를 토대로 일반 해고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담은 지침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취업규칙 변경요건이 완화되면서 기업들의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도 불가피해진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로는 취업규칙을 바꾸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하지만, 이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내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이 의무화됨에 따라 기업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부당 해고 등 현장에서의 분쟁을 최소화도록 조속히 관련 지침을 만들되 이를 법제화하는 것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도 보다 확대된다. 실업급여의 경우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까지 인상되고, 수급기간도 현행 90∼240일에서 30일씩 늘어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실업급여 예산에 올해보다 1조원 많은 5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근로시간도 최대 주 68시간에서 52시간(특별연장근로 포함 60시간)으로 단축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출퇴근 시 산업재해도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마련된다.
이밖에도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원‧하청,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비정규직 고용 및 차별시정 제도 개선 등이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고용과 임금 구조의 경직성을 완전히 깨뜨리지 못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일반해고 관련 합의나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도 구체적인 노사 합의를 다시 거쳐야 하고 최종적으로 국회 입법 문제도 남아 있다.
노동계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노사정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를 ‘야합’이라고 비난하면서 오는 11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국노총 역시 합의문 추인 과정에서 일부 강경파들이 분신을 시도하는 등 극렬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이제는 큰 틀의 노동개혁 청사진이 마련된 만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안을 단계별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여야는 정치력을 발휘해 노동개혁 관련 입법 작업을 서둘러야 하며, 경영계는 투자 확대와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투철한 책임감을 갖고 노동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누구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개혁을 방해하거나 노동개혁을 정쟁·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노동개혁의 첫 단추임은 분명하다. 노사가 합의한 사항은 대승적으로 받아들이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라는 본질을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중점 논의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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