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소득보장, 무엇이 문제인가?
노인소득보장, 무엇이 문제인가?
  •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15.09.25 10:45
  • 호수 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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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인원조단체인 ‘국제헬프에이지재단’이 지난 8월 지구촌 노인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세계노인복지지수(GAWI, 가위지수)를 발표했다. 2013년 이후 세 번째 발표다. 이 ‘가위지수’는 세계 각국 60세 이상 노인의 사회경제적 복지수준을 비교 측정하는 것으로 소득보장, 건강상태, 고용 및 교육, 환경 등 네 가지 영역에서 점수를 매기고 있다.
조사결과, 한국의 노인복지수준은 96개 조사대상국 중 60위로 평가되고 있다. 2013년 67위에서 조금 나아진 상태이다. 스위스가 1위이고 아프가니스탄이 맨 꼴찌이다.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대부분이 20위 안에 랭크되고 있는데 아시아에선 일본이 유일하게 8위로 평가되고 있다.
가위조사에서 한국이 이처럼 낮은 위치로 평가 받고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소득보장 영역이다. 이 부문에서 한국은 96개국 중 82위로 거의 꼴찌에 가깝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태국, 베트남, 필리핀도 우리보다 훨씬 더 높고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이외에는 우리보다 낮은 나라가 없다. 노인소득보장 수준이 이렇게 뒤처지고 있다는 것은 노인빈곤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보장 수준이 왜 이처럼 낮게 평가되고 있는가?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상태가 왜 이렇게 문제가 되고 있을까? 가위조사의 지표에 따르면, 첫째 연금소득자수가 적고, 둘째 노인 빈곤율이 높고, 셋째 노인의 상대적 소득 및 소비수준이 낮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보편적 노후 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 혜택을 받고 있는 노인 수가 적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작년부터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되고 월 20만원 정도의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이 450만 명에 이르게 되어 이제 형편이 좀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 국민에 대한 보편적 소득보장 장치인 국민연금이 성숙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국민연금제도를 시작한 역사가 짧고 제도 도입이후에도 가입해서 보험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적 소득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절대적 빈곤수준을 평가하지 않고 상대적 빈곤수준을 평가하는 이 지수에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거의 50% 수준에 이르고 있다. 노인소득이 전체국민의 중위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훨씬 못 미치는 나라들보다 더 나쁘게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적 소득빈곤상태는 연금 소득이 부족한데도 원인이 있지만 자식들로부터 받는 이전소득과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 금융자산 등의 자산소득이 적기 때문이다. 조사방법 상의 문제로 부동산 소득처럼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소득수준은 전체국민의 경제적 생활수준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노인빈곤 문제의 원인이 상대적 소외상태 때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민총생산(GDP) 면에서 세계 15위 안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도 3만불 가까이 이르러 세계 40위 안에 든다. 그런데 그간 경제발전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노인들의 상대적 소득수준은 세계 60위 뒤로 밀려나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지금부터 진지하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국민연금제도를 성숙화 시켜 연금수혜자를 늘려나가야 하고, 국민연금 혜택이 없는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을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노인들이 계속 일하면서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금융, 부동산 등 자산소득도 늘려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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