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식 김제시장 “홀로 사는 어르신 안쓰러워 전국 최초로 ‘경로당 그룹 홈’시작했어요”
이건식 김제시장 “홀로 사는 어르신 안쓰러워 전국 최초로 ‘경로당 그룹 홈’시작했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09.25 10:50
  • 호수 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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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지평선축제 곧 시작… 코스모스 백리길로 초대

한때 이건식(71) 김제시장의 별명은 ‘벽골제 위원장’이었다. 정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벽골제 복원 예산을 부탁하고 졸라대서 붙은 별명이다. 김제는 벽골제의 고향이다. 벽골제는 백제 비류왕 27년(330년)에 축조된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저수지이다. 물을 가두어 가뭄을 극복하는 ‘과학영농의 효시’였다. 김제란 명칭도 예로부터 사금이 많고 벽골제의 제방이 있는 고장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시장은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고작 수문의 돌기둥 두 개만 장승처럼 서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나머지 ‘벽골제복원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부지 매입을 위한 모금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벽골제가 복원됐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경문화 축제 한마당인 ‘김제지평선축제’의 무대가 됐다.

-애향심이 깊은 것 같다.
“김제에서 태어나 평생을 김제 발전·시민 행복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김제의 한 해 쌀 생산량은.
“이순신 장군이 생전에 ‘약무호남이면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했어요. 만약 호남이 없다면 국가도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호남은 김제평야를 두고 한 말이에요. 여의도의 27배 되는 면적에서 고품질의 쌀 12만톤을 생산하고 있어요. 벽골제에 꼭 한 번 가보세요”

-전국 최초 자치단체장 무소속 3선 당선이라는 신기록을 갖고 있다.
“2006년 민선 4·5기를 거쳐 현재 민선 6기를 이어오고 있어요. 작년 6·4 지방선거 때는 아주 힘들었어요. 문재인·박지원·추미애·한명숙 등 야당 거물급들이 다 내려와 상대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난리도 아니였어요.”

-승리의 비결은 무언가.
“시민과 함께 하는 삶이었어요. ‘이건식이가 시골 가면 동네개도 안짖는다’고 했어요. 마을마다 발발이 돌아다니며 안면을 익혔다는 뜻이지요. 아내의 도움도 컸어요. 서울서 약국을 하며 뒷바라지를 했어요. 저는 가장으로서 한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만약 아내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당선의 이면에는 국회의원 선거 4번 낙선이란 아픔도 있습니다.”

-국회의원에 한이 맺힐 만하다.
“소령 예편 후 정치에 뜻을 두고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 훈련국장을 시작으로 중앙당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어요. 13·14대 총선에 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고, 15·16대 때는 무소속으로 나왔어요. 야당 밭이었던 호남에서 첫 선거에 38%의 지지표를 얻은 건 기적이라는 말도 들었어요. 한이 되기도 했겠지만 국회의원들 욕먹으며 정치하는 거 보면 국회의원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국회의원은 감히 생각도 못할 일들을 많이 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많이 있지만 가장 내세울 일은 김제의 역사를 새로 쓴 겁니다. 땅을 넓힌 거예요. 새만금사업으로 생기는 땅이 1억2000여만평이지만 김제의 몫은 그 중 13.2%에 불과했어요. 하물며 김제 앞바다도 우리 땅이 아니었어요. 일제강점기, 군산항을 위해 일제가 그어놓은 해상경계선 때문이지요. 제가 10여년 동안 우리 땅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내 3년여만에 승소해 36.8%, 4470만평을 얻었어요. 김제 전 지역의 27%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그 땅을 어떻게 쓸 건가.
“신항만, 국제공항, 새만금고속도로, 한중경협단지 등이 완공되면 바다 건너 중국인들이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우리나라에 와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언급한 지역이 바로 이곳을 말합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금융·교육의 도시가 될 겁니다. 김제는 거기서 나오는 세금만 받아도 되는, 희망과 미래가 있는 도시가 될 겁니다. 직원들에게 중국말 빨리 배우라고 다그쳐요.”

-선거에 노인들의 도움이 컸는지.
“많이 도와주셨지요. 보답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노인시책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TV를 보다 80대 노인이 점심 한 끼 먹으려고 경기도 끄트머리에서 탑골공원까지 매일 나온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 김제에도 저런 분이 계실 거라는 생각에 살폈더니 역시 계시더라고요.”

-어떻게 점심을 해결했나.
“교회와 성당에서 일요일에 신자들에게 점심을 대접하잖아요. 취사시설이 돼 있는 점에 착안해 목사님과 신부님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그분들이 흔쾌히 수락해주었어요. 일요일엔 교회· 성당에서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점심 대접을 해드립니다.”

-김제도 고령화도시이겠다.
“초고령화 도시에요. 노인인구가 2만43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27.2%에요. 그 중 독거노인이 8100여명으로 계속 늘고 있어요. 혼자 지내는 분들 집에 가보면 정말 가슴이 아플 정도에요. 추위에 떨고 제대로 먹지 못해 등이 굽고 얼굴이 거무스름해요. 일제강점기, 6·25를 겪은 이분들은 절약이 몸에 배 자식들이 보일러를 놓아주어도 그걸 틀까 말까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틀지를 않아요. 자식들이 힘들게 번 돈을 자신을 위해 쓰기를 원치 않는 겁니다. 이분들이 따듯하게 겨울을 날 수 있게 해드릴 방법을 찾다가 2006년 전국 최초로 ‘한울타리 행복의 집’, 경로당 그룹 홈을 만들게 됐어요.”

-경로당 그룹 홈이라고….
“핵심은 기존의 경로당 시설을 이용하는 겁니다. 2006년 시범적으로 2군데 경로당에 각각 1000만원의 시 예산을 들여 심야전기보일러를 설치해 따듯한 잠자리를 마련하고, 화장실을 넓혀 따스한 물로 몸을 씻도록 했습니다. 낮에는 경로당으로 쓰고 밤에는 독거노인들이 잠을 잘 수 있도록 한 거지요. 서너 달 후에 가보았더니 어르신들 얼굴이 훤해졌어요.”

-‘김제지평선축제’가 곧 시작된다.
“코스모스 백리길, 40여km 지평선 따라 가을바람 맞으며 걸어보세요. 몸과 마음이 확 트일 겁니다. 올해는 처음으로 사흘간 신명나는 농악대향연도 펼칩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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