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생나눔교실’ 멘토로 활약하는 시니어 250명
정부 ‘인생나눔교실’ 멘토로 활약하는 시니어 250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10.30 10:54
  • 호수 4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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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행복할 자격이 있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 ‘인턴’에서 70대 시니어 인턴(정식 취업 전 직업훈련을 받는 사람) ‘벤’이 자신의 회사 대표인 30대 ‘줄스’에게 건넨 말이다. 노인을 조언자로 묘사해 큰 호평을 받은 영화는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고 멘토(조언자)로서 노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회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 인생나눔교실에서 활동하는 노인 멘토들이 학생·병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한 학교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교사‧기자‧대기업 임원 경험 살려 학생‧병사들 멘토로
젊은이들 속 깊은 사연 들어주고, 꿈‧용기 불어 넣어

이러한 가운데 조언자로서 노인의 모습을 실천하는 ‘인생나눔교실’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인생나눔교실’은 선배 세대(멘토)가 새내기 세대(멘티, 피조언자)와 소통을 통해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전하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멘토링 프로그램(어떤 문제에 대해 상담하거나 조언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전국 5개 권역별(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제주권)로 각 50명씩 총 250명이 활동하고 있다.
멘토들은 지난 4월 모집에 응모한 총 754명 중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쳐 멘토로 선정됐다. 교사, 기자, 아나운서, 대기업 임원 등 눈에 띠는 이력을 가진 이들과 함께 장애를 극복하고 예술가로서 활동하는 감동적인 사연을 가진 사람들로 멘토봉사단을 구성했다. 봉사단은 6~7월에 실시된 교육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단은 국군병영(150개소), 자유학기제 시행 중학교(43개소), 지역아동센터(37개소), 보호관찰소(20개소) 등 병사 및 청소년들이며 이들을 직접 찾아가 연말까지 총 2000회의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봉사단의 20%는 65세 이상 노인들로 구성돼 있는데 노인 멘토들은 은퇴 전 직업을 활용해 저마다 개성 있는 강연으로 멘티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춘천여고 교장으로 교직생활을 마무리 한 이정석(65) 씨는 ‘꿈꾸는 별’이라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퇴직 후 춘천소년원 학생들에게 매주 영어를 가르치고 있던 중 좀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인생나눔교실에 참여했다.

▲ 영화 ‘인턴’에서 시니어 멘토 ‘벤’이 30대 회사 대표 ‘줄스’에게 조언해주는 장면.

그의 수업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도레미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수업에 참여한 군인과 학생들은 처음엔 입만 뻥긋하다 이 씨의 독려로 하나 둘씩 화음을 맞춰 나갔다. 노래가 마무리 될 때쯤에는 아름다운 화음을 맞추게 된다. 이 씨는 이를 통해 협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젊은이들이 마음을 모으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색종이를 나눠준 후 자신의 계획과 꿈을 적게 한 후 이를 ‘별’로 접어 간직하게 한다. 이후 이 씨는 자신이 지도해온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멘티들의 꿈에 필요한 맞춤형 상담을 진행한다.
이 씨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듯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이 많다”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지만 대부분 긍정적으로 이를 잘 해결하고 싶어 하는 의지를 보인다”고 말했다.
속초양양교육지원청 교육장 출신인 정효남(65) 씨는 멘티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매기게 한다. ‘나의 꿈’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상담에서 그는 멘티들이 저마다 미래에 하고 싶은 꿈을 적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 적게 한다. 이후 멘티들이 적은 꿈에 대해 스스로 금액을 책정하게 한다.
멘티들이 직업에 대한 가치,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 재산에 대한 가치의 금액을 적어서 발표하면 정 씨는 참가자들에게 당신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독려를 해준다. 격려와 함께 멘티들이 체계적인 미래를 설계하게 한 것이다.
정 씨는 “10명 중 2~3명은 자신의 뚜렷한 미래관이 없었는데 이들이 내 얘기를 듣고 진지하게 꿈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할 때 보람은 느낀다”고 말했다.
소비자원과 대학교수로 활동했다 은퇴한 김종구(69)씨는 현실성 넘치는 조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생활경제를 가르쳤던 경험을 살려 ‘시장에서 잘 먹고 잘 살라면’이란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멘티들에게 자신의 장점, 단점, 잘하는 것, 못하는 것 등을 적게 한 후 이를 토대로 직업 선택에 필요한 현실적 조언을 한다. 자신이 가진 노동‧물건‧돈 중 무엇을 팔 것인지 고민하게 한 후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학생들 멘토로 참여한 노인들은 대부분 멘토링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맞벌이 부부 증가와 많은 학생을 관리해야 하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상담이 깊게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씨는 “멘티들은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길 하고 싶어하는데 이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며 “더 많은 멘토들을 양성해 이들의 고민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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