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용 평택시지회장 “노인대학서 즐겁게 지내는 회원들 보면 뿌듯”
김낙용 평택시지회장 “노인대학서 즐겁게 지내는 회원들 보면 뿌듯”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5.10.30 11:05
  • 호수 4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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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 국민포장 받은 김낙용 평택시지회장

37년 공직 은퇴 직후 노인회 봉사… 천주교 신우회장도 맡아

조직의 역량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빛을 발한다. 그 배경에는 지도자의 뛰어난 리더십과 구성원의 단합이 있기 마련이다. 대한노인회 경기 평택시지회는 최근 통일과나눔펀드 모금에서 그 같은 전형을 보여주었다. 평택시지회 경로당 530곳, 회원 1만2409명이 한달이란 짧은 시간에 1300여만원의 기금을 모은 것이다. 모금에 참여한 대한노인회 199개 지회 중 단연 돋보이는 실적이다.
지난 10월, 평택시 중앙로에 위치한 노인회관을 찾았다. 노인대학을 겸한 지회 건물은 활기가 넘쳤고, 노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김낙용(82) 평택시지회장과 마주앉아 지회의 저력과 운영 철학을 들었다. 김 지회장은 올해 ‘노인의 날’(10월 2일)에 국민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놀라운 순발력이다.
“평택시 반지마을3단지경로당 회원이 45명이에요. 10~20평대의 작은 평수에 사는 이들이지만 17만원을 모았어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액수이지요. 그 경로당을 사례로 들며 전 경로당에 모금 독려를 한 결과 전 회원 2만 1000여명의 절반 이상이 동참해주었어요. 반지마을에 탈북자 150세대가 살지만 남한 사람들과 잘 섞이지 않으려고 해요. 경로당에 나오라고 해도 잘 안와요.”

-분단과 통일에 대한 소견은.
“우리가 일제 치하에서도 단일민족이었어요. 광복 되고나서 미·소 강대국에 의해 나라가 갈라졌지만 기성세대의 책임도 있어요. 우리 세대가 가장 빈약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평소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우리의 2세, 3세에게는 분단된 나라를 물려주어선 안 됩니다.”

-지회 분위기가 좋다. 운영철학이라면.
“제 모토가 노인에게 즐거운 시간과 행복감을 갖도록 하는 겁니다. 노인대학에 나와 유익한 강의 듣고 노래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분들이 2년 과정을 마치고 다시 재수, 삼수를 하세요. 10년을 다니는 분도 계십니다. 물론 시에서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주어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요.”

평택시 서탄면 출신의 김 지회장은 철도중·고등학교, 건국대를 졸업했다. 군 제대 후 10년간 면장을 지냈다. 지방공무원시험에 합격, 평택시청 행정계장을 시작으로 위생계장·세무과장·시민과장 등 37년간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1989년 명예퇴직 후 송탄 의료보험조합 대표이사직을 6년간 맡았다. 공직에서 은퇴 후 대한노인회 평택시지회 감사(2008), 평택시지회 부지회장(2010)을 거쳐 2012년 지회장 선거에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 농협중앙회 회장 표창, 경기도지사 표창 등 수상. 대한노인회 행복위원회 산하 천주교신우회 회장이기도 하다.
평택시지회는 노인대학, 그라운드골프, 시니어예술봉사단 등의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북부·남부·서부·팽성 등 4개 노인대학에 2200여명의 학생이 수강 중이며, 경기도에 그라운드골프붐을 일으킨 곳이기도 하다.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안성군에 고삼저수지가 있어요. 1968년 여름, 하루 600mm의 장대비가 쏟아졌어요. 제방이 터졌다는 말을 듣고 새벽 1시, 오토바이 뒷자리에 파출소장을 태우고 20리 길을 달려 저수지에 갔어요. 모래로 쌓은 제방이 무너져 저수지 아래 100여 세대의 마을이 물에 휩쓸리기 직전이었어요. 마을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어요. 제가 주변의 미류나무들을 베어다 동아줄로 묶어 땅에 박아 물길을 옆으로 돌리자고 했어요. 팬티바람으로 주민들하고 밤새 작업을 한 끝에 다행히 대형 사고를 막았던 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 이장을 하던 이가 요즘도 저를 보면 ‘면장 아니었으면 우린 다 죽었지’라는 말을 해요. 그때 하늘도 도왔어요. 하느님에게 더 이상 비오지 않게 해달라고 빌자 비도 그쳤어요. 기도를 들어주신 거지요.”

-천주교신우회 회장 자격이 있다.
“1개 경로당과 1개 종교시설이 자매 결연을 맺고 노인 행복 구현을 위한 협력과 상생의 길을 모색합니다. 저는 신우회 출발 때부터 총무를 하며 조직 관리, 운영 등을 챙겼어요. 현재 동두천신우회·평택신우회·가평신우회가 활발한 활동을 해요. 지난 4월 버스 한대 빌려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미혼모 아이들을 위로하고 미사도 봤어요.”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제가 위생계장 할 당시 전임 지회장(김용태)이 요식업협회 협회장 선거에 나왔어요. 음식점 하나 내려 해도 협회장의 도장을 받아야 하던 시절이라 선거 열기가 뜨거웠어요. 제가 실사를 나가보고 그이를 밀어 주어 당선됐지요. 그런 인연으로 2008년 은퇴 후 집에 있던 저를 그이가 불러냈어요.”

-공무원 경력이 도움 됐겠다.
“제 후배들의 협조를 많이 받고 있어요.”
-도내 그라운드골프 발상지라고.
“노인 건강에 가장 좋은 스포츠가 그라운드골프예요. 제가 게이트볼도 잠깐 해봤지만 그건 상대의 볼을 잡아먹는 식이라 가끔 다툼도 생기고 움직임이 거의 없어 건강에도 별 도움이 안 돼 그만 뒀어요. 그라운드골프는 16홀을 돌면서 자기와의 싸움이라 다툴 일도 없고 운동량도 많아요. 2003년, 도내에서 가장 먼저 평택시지회가 그라운드골프팀을 창단한 이후 현재 16개팀 450명이 운동을 합니다. 매년 봄·가을 두 차례 ‘평택시연합회장기대회’를 열어요.”

-대한노인회 발전 방향이라면.
“노인복지청이 빨리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인터넷으로 일을 주로 처리하는 통장에게 20만원의 수당을 주는데 반해 매일 경로당에 나와 회원들을 돌보고 헌신하는 경로당 회장들은 무보수입니다. 노인복지청이 설립돼 회장들에게 차비라도 챙겨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국민포장 수상 소감을 빠트릴 수 없다.
“‘아버지가 살면서 좋은 일 많이 해 국가로부터 인정 받았구나’라는 사실이 자식들에게 알려지고 귀감이 돼 기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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