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가 아닌 ‘스마트폰’에 그림을 그리다
캔버스가 아닌 ‘스마트폰’에 그림을 그리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10.30 13:25
  • 호수 4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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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디지펀 아트’ 전
▲ 이번 전시에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익숙한 휴대용 전자기기를 이용해 만든 회화, 동영상, 소리작품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사진은 김용철의 ‘20150101해맞이#1’.

동영상‧소리작품도 있어… 정교하면서도 재미있는 발상
독일작가 요르그 힌츠의 세계 주요도시 골목 풍경 볼만

탑골미술관(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실버해설사로 활동하는 심광섭(여‧67) 씨는 지난해 서울노인복지센터 ‘만화자서전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현재는 아마추어 만화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심 씨는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이용해 만화를 그리면서 주변의 놀라움을 사고 있다.
심 씨처럼 최근 휴대용 전자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등)를 이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휴대용 전자기기로 만든 작품을 모아놓은 ‘디지펀 아트’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12월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전 홍익대 교수 김용철 작가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과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시민들의 작품 등 8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 회화뿐만 아니라 동영상과 소리작품도 함께 선보여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전시 제목에 쓰인 ‘디지펀’(DigiFun)은 전자기기를 상징하는 ‘디지털’(Digital)과 재미를 의미하는 ‘펀’(Fun)의 합성어로 이번 전시가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준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은 이번 전시를 위해 김용관‧김용철‧박광수‧이피‧홍경택‧홍승혜 등 현대미술가 6인이 휴대용 전자기기를 이용해 만든 작품들로 꾸며졌다.
맨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원로작가 김용철(66)의 ‘20150101해맞이#1’(2015)이다. 국내 팝아트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는 이 작품에서 해 뜨는 사진을 바탕으로 그 위에 나무와 이를 쪼는 새를 그려놓은 작품을 선보였다. 도심에서 가까이 볼 수 없는 새를 의도적으로 크게 그리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고 있는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절묘한 만남이 인상적이다.
또한 2007년 이중섭미술상 수상자인 홍승혜(56)는 휴대폰의 벨소리로 많이 사용되는 마림바(marimba, 실로폰의 일종) 소리를 이용한 2분 33초짜리의 독특한 소리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빗방울’(2015)은 태블릿PC를 이용해 마림바 소리를 기하학적으로 조합한 작품으로 일정한 리듬으로 빗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마림바로 엮어낸 경쾌한 빗소리는 오두막 아래서 장대비를 맞는 기분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주목받는 설치미술가 이 피(34)는 서울 곳곳을 수십 개의 화산으로 표현한 ‘서울 화산’(2015)을 공개한다. 화산들은 뜨거운 용암이 아닌 사람의 신체 부위나 스마트폰, 금붕어 등을 분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도시인의 감춰진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휴대용 전자기기를 활용한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모바일 아티스트’라 불리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중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홍규(58)의 작품을 먼저 눈여겨 볼만하다. 2004년 미국 뉴욕 챌시-아고라갤러리에서 펜화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그는 2012년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400여장의 그림을 자신의 블로그 등 SNS에 연재하며 모바일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도시공학과 교수라는 자신의 본업을 살려 도시 풍경을 독창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선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그려낸 ‘파아란 기억의 흔적이’와 대형 건물 내부를 놀이터처럼 풀어낸 ‘삶은 출발의 설렘에’는 스마트폰으로 그린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정교한 표현이 일품이다.
국외 작가로는 요르그 힌츠와 수잔 머타의 작품이 볼만하다. 독일 작가 요르그 힌츠는 태블릿PC를 이용한 수채화 풍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톨레도, 영국 에든버러 등의 골목 풍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다. 햇빛을 피해 그늘로 걸어가는 사람의 쓸쓸한 뒷모습을 그려낸 톨레도(2013)와 시계탑이 보이는 에든버러 골목의 야경을 묘사한 ‘에든버러’ (2013)가 특히 볼만하다.
미국에서 다양한 모바일 미술 전시회와 페스티벌에 초청되며 활발히 활동 중인 수잔 머타는 극사실주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찌그러진 콜라캔,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 회화를 감상하는 관람객들을 그린 그의 작품들은 실제 사진처럼 정교하다.
세 번째 섹션은 관람객들이 ‘픽셀 스케이프’(Pixel Scape)를 이용해 직접 미술작품을 만드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기술원이 만든 ‘픽셀 스케이프’는 사진을 찍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면 이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시켜주는 장치다. 관람객은 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이를 SNS 등에 올려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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