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119서비스
독거노인 119서비스
  • 관리자
  • 승인 2007.06.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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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인천 부평구 부평동 부광감리교회 노인대학(학장 김상현 목사)은 교회 본당에서 70·80대 부부 14쌍의 합동금혼식을 올렸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노인대학 측이 이날 합동 금혼식을 개최한 것은 이들 노부부들이 젊은 날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살아온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다.


화제의 주인공들 가운데 한 사람인 이석근 옹은 이날 각자의 가족과 하객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금혼식에서 ‘사랑하는 아내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읽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편지 속에서 “가난한 소농가에서 시할머니와 시부모, 5남1녀를 기르며 변함없이 가정을 지켜줬다”며 “당신의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행복은 없었을 것”이라고 부인에게 고마워했다.


이채로웠던 것은 자녀들이 읽은 편지였다. ‘부모님 전상서’라는 자녀들의 편지 낭독 순서가 되자 유귀남-설명숙씨 부부의 세 자녀는 “교회가 마련해주신 이 금혼식이 오랫동안 우리 마음속에 소중한 교훈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혼식을 마친 부부들은 충남 덕산온천으로 1박2일 금혼 여행을 떠났는데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가족들과 보낸 세월을 기억하며 ‘어버이 은혜’를 함께 불러 듣는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상현 목사는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결혼 50주년을 맞는 어르신들은 오늘의 젊은 부부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치하했다.


이런 흐뭇한 이야기에 비하면 독거노인이 집안에서 숨졌는데 그 이웃이 열흘 동안이나 전혀 몰랐다는 소식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지난 6월 5일 전북 익산시 황등면 D아파트 임모(64)씨의 집 안방에서 임씨가 숨진 채 발견됐는데 아파트 관리원이 임씨의 아파트에 오랫동안 인기척이 없고 부패한 냄새가 나서 경찰에 신고해 그가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발견 당시 임씨의 시신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점으로 미뤄 숨진 지 열흘 가량 지난 것으로 보고있다. 또 숨진 임씨가 당뇨병을 앓아 왔다는 유족의 말에 따라 지병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임씨처럼 독거노인이 아무도 모르게 운명해 주위를 안타깝게 한 경우는 많았다. 얼마 전에는 서울에서 홀로 지내던 65세 노인이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됐고, 인천에서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인 89세 독거 할머니가 원인 모를 주택화재로 사망했다.


지난해 연말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는 437만명인데 이 가운데 17.9%인 78만명이 독거노인이다. 우리 사회의 핵가족화와 고령화 진행으로 인해 늙은 부모들이 자식과 따로 사는 경향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외롭게 죽어가는 독거노인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2020년 1000만명으로 늘어나고 독거노인 역시 이에 비례해 약 200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행히 정부는 10년 전부터 19만여대의 휴대용 발신기를 독거노인에게 보급, 위급한 상황을 맞았을 때 소방방제청의 119상황실에 비상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한 무선페이징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재작년부터는 ‘실버 앰뷸런스’, 즉 노인전용 구급차 67대도 주요 소방서단위로 운행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효심이 119’제도를 도입해서 멀리 사는 보호자가 독거노인의 안부 확인을 요청하면 119요원을 출동시켜 확인한 다음 회답해주는 제도도 도입했다.


이와 함께 소방방제청은 현재 독거노인 거처에 화재 감지기를 설치해 재난에 대비하는, 이른바 ‘U(유비쿼터스)119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이것은 선진IT국가로 발돋움한 우리나라가 ‘U-사회’를 맞아 새로 도입하는 노인복지 방안의 하나이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모 대선 예비주자의 복지정책 공약 가운데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의 보장’을 내걸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언제 어디서나 ‘노인 돌봄이’ 요청이 가능한 ‘돌봄이 119 유비케어 시스템’ 등을 넣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보면 ‘노인119서비스’도 조만간 도입 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문제는 무의탁 노인에게 보급되는 무선페이징 단말기의 점검 문제다. 아무리 좋은 기계를 보급해봤자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불끄기에도 바쁜 소방대원들이 일일이 독거노인 집을 찾아다니며 체크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하려면 소방대원을 아무리 증원해도 모자랄 판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업무를 소방서에만 맡긴다는 것 자체도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춘천에서는 강원체신청이 이런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강원지방소방본부와 노인119시스템 확인대행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강원도의 우편집배원들이 고유의 우편업무에 겸해서 각 독거노인의 단말기도 점검한다는 것이다. 이 덕택에 강원체신청은 사회봉사도 실천하고 연간수입도 3000만원을 올리게 됐다고 한다.


강원도의 예는 아이디어가 좋아 조만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노인의 안전문제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다. 문제는 이에 소요되는 복지예산인데, 복지예산을 늘리자면 경제규모도 커져야 되겠지만 정부가 중복되는 각종 위원회 등 방만한 정부기구와 인원을 줄임으로써 불요불급한 세출예산을 아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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