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하다’ 실버산업 견인하는 강소기업들
‘작지만 강하다’ 실버산업 견인하는 강소기업들
  • 정찬필 기자
  • 승인 2015.11.20 14:37
  • 호수 4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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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실버산업을 견인하는 ‘강소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중소기업이라는 한계를 넘어 각 분야의 대표상품을 키워냈다. 사진은 11월 5일 개최된 ‘복지 & 헬스케어 전시회’ SENDEX 2015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모습.

복정제형·이플루비 등 업체들,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인기몰이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 전문가 “실버산업은 중소기업에 맞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의 시장 규모는 약 27조원에 달한다. 고령인구의 증가가 이어지면서 성장세도 꾸준하다. 2020년까지 연평균 1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버산업의 성장은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래를 맡길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130만 명 vs 670만 명. 우리나라의 영유아(만 0세~2세)와 시니어(만 65세 이상)의 인구 비교다. 130만 명을 위한 유아용품점은 어디에나 있는 반면, 670만 명을 위한 시니어 전문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종합유아브랜드 ‘아가방’, 기저귀 ‘보솜이’ 등과 같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업이나 제품도 없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사회로 일찍 접어든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실버산업이 성장기를 거쳐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시니어 관련 산업을 유망업종으로 지정해 육성했고 제도개선은 물론 기술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실버산업이 부진한 원인으로 정부의 무관심과 대기업의 외면을 꼽는다. 지난해 국내 고령친화제품 연구개발 사업에 투자된 예산은 40억원으로, 전체 보건의료 연구개발 투자액 4535억원의 1% 미만에 그쳤다.
또 최근 실시된 고령친화용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버산업 관련 업체 대부분은 영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수 20명 미만인 곳이 73%에 달했으며 20~50명인 업체는 18.2%, 50~99명인 업체는 3.9%, 100명 이상은 4.9%에 불과했다. 규모가 작은 것은 단점이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중소기업 특유의 과감한 시도와 모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 김기향 본부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실버산업의 특징은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라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주택과 의료 부분을 제외하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산업”이라 말했다.
다행히 기술과 아이디어를 앞세운 ‘강소기업’이 늘고 있다. 강소기업이란 ‘작지만 강한 기업’을 지칭하는 말로 규모는 작지만 틈새시장을 적절히 공략해 높은 점유율과 매출을 기록하는 중소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대기업도 고전하는 실버산업에 진출해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시니어를 위한 패션 돋보기를 생산·판매하는 ‘이플루비’(www.efluvi .com)는 지난 2013년 설립됐다. 평범한 귀금속 액세서리 생산업체로 시작했지만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돋보기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접목했다.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고 수공예로 완성해 고급스러움을 앞세웠다. 단조로운 디자인 일색이었던 기존 돋보기를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평을 받았다. 첫해 900만원에 머물던 매출액은 2년만에 1억원을 돌파했다. 이플루비는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미국·일본·이탈리아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중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24hrs(www.24hrs.co.kr)의 엘비스 건강 신발은 어르신들에 대한 사소한 관심이 제품개발로 이어진 사례다. 박영호 대표는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관절이 좋지 않음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려는 욕구는 젊은이들 못지않아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을 상품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엘비스 기능성 신발은 쿠션이 좋아 편안함을 제공한다. 족저근막염 등으로 발바닥 통증을 느끼는 어르신은 물론 무릎과 고관절이 좋지 않은 분들에게도 인기다. 보행시 충격흡수 기능이 뛰어나고 발이 덜 피로하기 때문이다. 본사를 직접 방문하면 무료로 발건강을 체크할 수 있으며 올바른 보행법이나 스트레칭 요령, 체형진단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복정제형(주)(www.cozyma.com)은 올해로 창사 70주년을 맞은 중견 기업이다. 코지마(cozyma)라는 브랜드로 전신안마의자를 비롯한 안마기, 발마사지기, 체중계, 체지방계까지 다양한 건강제품을 판매한다. 주력상품인 안마의자의 경우 자동 체형인식 기능이 있어 버튼 하나로 체격과 체형에 따른 최적화된 마사지를 제공한다. 또 혈압과 체지방, 몸무게 측정장비에 IT 기술을 접목했다. 각종 수치를 측정하면 식단은 물론 생활패턴과 운동에 관한 처방까지 다양한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제공한다.
이들 강소기업의 공통점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생활 속의 아이디어를 성공적으로 제품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품질과 신뢰성을 앞세워 각 분야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퇴산업연구소 권도형 소장은 “독일의 칼, 스위스의 시계, 이탈리아의 자전거, 영국의 만년필 등 세계적인 명품들도 튼튼한 강소기업의 토대 위에서 탄생했다”며 “향후 실버산업의 발전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 육성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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