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방 벽 허물자 남성어르신 참여율 높아져
남·녀방 벽 허물자 남성어르신 참여율 높아져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11.27 14:36
  • 호수 4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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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상당·서원구 용암2동 삼일아파트경로당
▲ 충북 청주시 상당·서원구 용암2동에 위치한 삼일아파트경로당은 남녀 회원 모두의 취향과 감성에 맞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9988행복나누미 교육 시간에 응원수술을 들고 율동을 하고 있는 이복종 회장(가운데)과 경로당 남여 회원들.

프로그램 다양… 노래·운동 같이하는 행복나누미 교육 인기
회원들 ‘끈끈한’ 결속력, 지회 행사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

남녀 회원 모두의 취향과 감성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이 공존하는 경로당이 있어 화제다. 이곳의 회원들은 건강함을 갖췄으며, 성별 구분 없이 결속이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충북 청주시 상당·서원구 용암2동 삼일아파트경로당의 이야기다.
3년 전부터 이 경로당을 이끌고 있는 이복종 회장(73)은 “우리 경로당 회원들은 매주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일아파트경로당은 충북 경로당광역지원센터가 주관하는 9988행복나누미 프로그램(금요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강사와 함께하는 건강백세 운동교실(월·수요일), 고려수지침학회 충북지부와 연계한 수지침 서비스 및 교육(목요일)을 실시하고 있다.
중간중간 치매예방 프로그램(칠교놀이 등), 미술교실(만다라·색종이 공예 등), 노래교실 등도 열고 있다. 또한 회원들의 사기진작 및 결속력 강화를 위해 볼링·풍선·윷놀이 등 게임도 한다.
주목할 점은 매 프로그램마다 회원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것. 평균 70%(총원 46명 중 32명 이상)에 가까운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남성 회원들의 참여율이 고무적이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엔 18명의 남성 회원 중 상당수가 경로당을 찾는다.
충북 경로당광역지원센터 심완호 팀장은 “우리 센터는 올해부터 남성 회원들의 저조한 프로그램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남성 회원만을 겨냥한 프로그램을 전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다”며 “삼일아파트경로당은 회원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만을 선별 도입해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프로그램은 9988행복나누미 교육이다. 최근 어르신들 사이 유행하는 노래를 들으며 운동까지 할 수 있어 회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회원 중 최고령자인 권정림(96·여) 어르신은 이 프로그램의 열성적인 참여자이다. 권 어르신은 “이 시간만 되면 친구들과 춤추고, 운동하던 80년 전의 내가 떠올라 다른 프로그램보다 열정적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남성 회원들은 2년 전 시작된 건강백세 운동교실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세라밴드(근력운동용 고무밴드)·공·풍선 등을 이용한 체조로 유연하고 단단한 근육을 얻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20년 가까이 경로당을 출입한 노 실(76) 어르신은 “우리 회원들은 병원이 낯설다”며 “특히 남성 회원들 중 질병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로당이 성별 구분 없는 훌륭한 여가문화공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복종 회장의 프로그램 발굴 노력 덕분이다.
사실 그가 회장직을 맡은 3년 전 만해도 임원·회원들 사이의 다툼이 잦아 시끄러운 날이 많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떠올린 것이 ‘여가활동 프로그램’이다. 함께 웃고 즐기다보면 마음의 벽도 허물어지고, 동시에 건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었다. 지회는 물론 각 단체를 찾아 경로당에 유익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더해 성별에 관계없이 한데 어울리는 분위기를 조성키 위해 경로당 중간을 가로막고 있던 벽도 허물었다. 이 벽은 그간 ‘남자방’ ‘여자방’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해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친해진 남녀 회원들의 수다와 웃음이 경로당에 넘쳐났다. 회원 간의 결속력도 단단하고 끈끈해졌다.
경로당 살림을 맡고 있는 김화순 부회장(76·여)은 “매주 화·금요일마다 함께 하는 식사 준비에 많은 회원들이 도움을 준다”며 “간식거리도 대부분 회원들이 가져온다”고 전했다.
회원들은 지회의 든든한 일꾼으로도 거듭났다.
청주 상당·서원구지회 김정숙 경로부장은 “행사 등 대규모의 인원이 필요한 경우 가장 먼저 삼일아파트경로당에 연락한다”며 “회원들의 참여 의지가 높을 뿐 아니라 이복종 회장님이 개인택시를 운영하고 있어 다른 경로당에 비해 기동력도 앞선다”고 전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삼일아파트경로당은 지난해 10월 8일 노인의 날 행사에서 최우수모범경로당(도지사상)으로 선정됐다.
지난 11월 20일 오후 2시 30분, 경로당에 2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김정숙 경로부장과 신완호 팀장이었다. 김 경로부장은 지회 활동에 도움을 준 삼일아파트경로당에 고마움을 전했고, 신 팀장은 모범적인 운영을 해온 이 회장을 격려했다. 그 와중에도 이 회장은 “어르신들이 누워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발견했다”며 신나했다.
이윽고, 백혜원 강사의 주도아래 9988행복나누미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날 교육은 응원수술과 접시를 이용한 율동 따라 하기.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가 흘러나오자 경로당 곳곳에서 빨간·파란색 응원수술이 흔들렸다.
이후 1시간 가량 진행된 교육에 참여한 회원들은 만족감을 표했다. 그리곤 다음 주 프로그램들을 살피며 “또 일주일 내내 신나게 춤추고 운동할 수 있겠네”라고 행복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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