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전달법’ 대화기술
‘나 전달법’ 대화기술
  • 한혜경
  • 승인 2015.12.04 13:56
  • 호수 4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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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간의 사랑을 키우고 지키기 위해서도 지식과 노력이 필요할까? 나의 대답은 ‘매우 그렇다’이다. 가족은 끊임없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언제나 기대를 저버린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인간과의 사랑은 항상 움직인다. 한번 사랑했다고 해서, 한때 사랑했다고 해서 그 사랑이 변함없이 지속하리라고 기대한다면 그건 착각 중의 착각이다. 따라서 가족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과 기술,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와 소통의 기술도 필요하다.
‘나 전달법’(I-message)은 가족원 간에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이다. 나 전달법의 반대는 ‘너 전달법’(You-message)으로서 ‘당신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즉 문제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보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너 전달법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가족 간의 대화와 소통에 방해된다. 가족 중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해도 해고나 감봉을 할 수도 없는 일이며, 맘에 안 든다고 가족원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반면 나 전달법은 상대방으로 인해 마음의 평화가 깨졌을 때 ‘나’를 주어로 하는 의사 전달법이다. 그러나 ‘나’를 주어로 한다고 해서 모두 나 전달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당신이 무서워”, “나는 너 때문에 너무 힘들어”와 같은 표현은 사실은 ‘당신은 (나를 괴롭히는) 무서운 사람이다’ ‘너는 나를 힘들게 하는 (몹쓸) 사람이다’라는 표현과 다르지 않아서 너 전달법에 가깝다.
“몹시 속상했다”, “화가 솟구친다”는 등 자신의 감정만 장황하고 모호하게 표현하는 방식도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방은 나의 기분이 나쁘다는 감정은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잘못된 행동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게다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죄책감이나 저항감을 유발하는 말은 파괴적이며 오래 상처를 남길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올바른 나 전달법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3대 요소는 △나를 괴롭히는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 없이 서술한다 △상대방의 행동이 나에게 미치는 구체적 영향을 서술한다 △이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다 등이다.
예를 들면, 생일이라 먹을 것도 준비하고 모처럼 즐겁게 지내려고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아무 연락도 없는 아들 부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희가 올 줄 알고 기다렸는데 전화조차 안 하니까(상대방의 행동) 정성껏 준비해 놓은 음식이 그대로 남아서 처치곤란이고(내게 미치는 구체적 영향) 나이 때문인지 더(정말) 서운하게 느껴지는구나(내가 느끼는 감정).”
전문가들은 나 전달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내가 화가 났나?’ 혹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나? 걱정스러운가? 우울한가?’에 대해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안다는 게 쉬운 일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도록 노력하고,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가족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가족이기 때문에, 더욱 더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 싫어도 좋은 척, 대범한 척, 섭섭하지 않은 척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 전달법은 가족 간의 진정한 교류와 대화를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이 나에게 준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그러다 보면 의외의 소득이 생길 때도 있다. 상대방의 행동 때문에 화가 난 건 사실인데, 막상 그 행동의 ‘구체적인 영향’이 생각나지 않아서 픽 웃어버리고 화내기를 멈추는 경우가 그러하다.
물론 나 전달법이라고 해서 모두 부정적인 감정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나 전달법도 있다. 기분이 좋고 관계가 좋을 때 긍정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다. 가족의 호의나 선물에 대해서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니까 행복하고 힘이 난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나 전달법을 사용해 가족들과 따뜻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소망하며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연말연시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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