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조각의 대가… 삶과 죽음의 공존 담아내
인체 조각의 대가… 삶과 죽음의 공존 담아내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12.11 11:38
  • 호수 4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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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아나 갤러리 김영원 조각전
▲ 광화문 세종대왕동상으로 유명한 김영원은 2000년대 들어 ‘그림자의 그림자’ 연작을 발표하며 인체 조각의 대가로 추앙받고 있다. 사진은 2009년 작 ‘꽃이 피다’.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만든 작가… 이탈리아서 2인전 열기도
신체 갈라지며 꽃 피는 모습 표현 ‘꽃이 피다’ 연작 20점 공개

지난 11월 27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통해관 앞 충무광장에선 4.97m 높이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이순신 장군 동상 중 처음으로 활을 들고 있는 모습을 다뤄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 동상은 홍익대 미술대학장을 역임한 김영원(68)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은 서울 광화문에 세워진 세종대왕동상으로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런 김영원 작가의 무르익은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영원 조각전이 내년 1월 20일까지 쥴리아나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꽃이 피다’를 주제로 한 연작 20여점을 선보인다.
김영원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 동상을 제작하며 지도자 전문 동상 제작자로 유명하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는 김세중미술상과 문신미술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 조각계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1980년 첫 개인전을 가진 이래 9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초대전 150여회와 단체전을 16회 참여하며 꾸준히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2013년에는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노벨로 피노티와 조각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파도바시에서 2인전을 열기도 했다. 출품작 중 높이 3m에 달하는 ‘그림자의 그림자(길 위에 앉다)’는 파도바시 오페라재단 중앙 광장에 영구소장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국제전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 소개된다. 김영원은 2000년 이후부터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바라보다’, ‘사랑’, ‘꽃이 피다’ 등의 연작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그림자의 그림자’ 연작은 입체와 평면이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인체를 통한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이 시리즈는 시(詩)적이면서도 음악적 요소를 품고 있다. 단순한 인체조각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비롯해, 사랑, 황홀, 명상의 순간 등을 다채롭게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중 ‘꽃이 피다’ 연작은 머리가 갈라지며 새로운 인간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멀리서 바라보면 활짝 핀 꽃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김영원은 “화려함 속에는 추함이, 삶 속에 죽음이 공존하듯 작품을 통해 존재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국제전에 선보였던 작품을 축소한 후 빨강, 분홍, 노랑 등의 색을 입혀 새롭게 재탄생 시킨 2009년 작 ‘꽃이 피다’이다. 꼿꼿하게 선 사람의 상반신이 6등분 돼 부채처럼 펼쳐져 있는 모습을 조각한 작품인데 다양한 색을 입혀 실제 꽃처럼 화사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꽃은 피는 순간을 정점으로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가장 찬란한 순간이면서 동시에 죽음의 문턱에 진입하는 것이다. 꽃이 진 자리에는 열매가 맺히고 열매가 지면 다시 꽃이 피는 과정이 반복된다.
꽃이 핀다는 건 탄생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영원은 ‘꽃이 피다’ 연작을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2009년에 제작한 또다른 ‘꽃이 피다’이다. 누워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 앉아 있는 두 사람이 태어나고 다시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두 발로 선 한 사람을 표현한 작품으로 1세대에서 3세대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에 홀로 선 사람도 반으로 갈라지는 것으로 마무리해 다음 세대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인간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김영원은 2015년 작 ‘꽃이 피다’에서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손을 마주 잡은 채 서로를 의지하며 누워있는 여섯 사람을 묘사한 작품은 한 배를 타고 나아가는 선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김영원은 인체의 단면을 서로 마주보게 하고 한 몸 안에서 서로 엇갈리게 재배치하며 다양한 형태로 사람의 모습을 표현해낸다”며 “‘그림자의 그림자’는 이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어떤 절대 경지에 이른 인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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