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관마다 여성 당구 동호회 결성 붐
노인복지관마다 여성 당구 동호회 결성 붐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5.12.11 11:40
  • 호수 49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 어르신들 “포켓볼은 내 체질에 딱 맞아”
▲ 포켓볼이 여성 시니어들의 대표적인 실내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은 게임을 즐기고 있는 서울 양천구어르신종합복지관 포켓볼 동아리 회원들.

규칙 간단해 누구든 할 수 있어… 실내경기라 전천후 즐겨
1시간 치면 4km 걷는 효과… 유연성 좋아지고 치매 예방

지난 12월 8일 오후 2시, 서울 양천어르신종합복지관 포켓볼 당구장은 아침부터 나온 30여명의 동아리 회원들로 가득했다. 지도를 맡고 있는 정윤진 회장(82)을 제외하곤 모두 여성들이다. 최근 가입한 60대 4명을 제외하곤 모두 10년 이상의 구력을 자랑한다. 손에 들린 큐도 개인용으로 마련한 것이다. 포켓볼 덕분인지 회원들은 잔병치레 없이 지내고 있다.
동아리 최고령자인 강말란 어르신(87)은 “다른 운동은 움직임이 격해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포켓볼은 집중력만 있으면 할 수 있어 10년 넘게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희씨(63)는 포켓볼이 치매예방에 좋다는 말을 듣고 입문했다. 요즘엔 고교 동창 3명에게 포켓볼을 전파해 함께한다. 권씨는 “포켓볼은 ‘노후대책 스포츠’”라며 예찬론을 펼쳤다.
이처럼 노인복지관마다 시니어 ‘차유람’(유명 포켓볼 선수)이 뜨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며 야외활동이 힘들어진 고령자들이 노인복지관 등으로 실내스포츠를 찾아 나선다. 이 가운데 유난히 여성 고령자들의 비율이 높은 ‘포켓볼’이 눈길을 끈다. 자체 동호회가 결성돼 활동하는 한편, 복지관은 1년에 한 두 차례 가량 자체 대회를 열어 여성 어르신들의 포켓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노인종합복지관은 올해부터 복지관 주최 당구대회에 포켓볼 종목을 신설했다. 포켓볼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진행되면서 지난해 12월 ‘어우렁더우렁’ 포켓볼 동아리가 조직됐기 때문. 주축인 여성 회원들은 매일 복지관을 출입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한국당구연맹에 따르면 10년 전 이미 국내 포켓볼 동호인 중 60세 이상이 전체의 5%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며, 그 중심에는 여성 시니어들이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포켓볼은 당구대 위에 놓인 15개의 적구(컬러볼)와 1개의 수구(흰공)로 게임이 이뤄지며 적구를 숫자대로 구멍에 넣으면 득점하는 게임이다. 쿠션(당구대 벽을 맞추는 것)을 이용하는 4구, 3쿠션 등과 달리 규칙이 간단해 초보자도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런 점이 여성 시니어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1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해 힘들어하던 장순태 어르신(83)은 포켓볼로 노년의 또 다른 재미를 찾았다.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어 시작한 그는 이젠 각종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의 실력자가 됐다.
‘당구계의 왕언니’로 통하는 장 어르신은 “포켓볼은 실내스포츠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며 또래에게 포켓볼을 권했다.
단순한 동작만으로 혈액순환,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향상 등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포켓볼의 큰 장점이다.
한국당구아카데미 손형복 원장은 “볼을 치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펴며 자연스레 허리 운동이 되고, 팔과 다리를 뻗어 자세를 잡다 보면 팔다리의 유연성이 길러진다”며 “1시간 동안 당구를 치면 4㎞를 걷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3년 전부터 경기 안성 소재 한 노인요양원에서 생활 중인 최화순(89) 어르신도 요즘 포켓볼에 푹 빠졌다.
최 어르신은 “정확한 힘과 각도를 계산해 공을 굴려야 하기 때문에 포켓볼은 치매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노인에게 이만큼 좋은 운동은 없다”고 강조했다.
복지관뿐 아니라 일부 경로당에서도 이런 장점들을 수용해 당구장을 설치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11월 17일 포켓볼대를 설치한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보미청광아파트경로당이다.
임연식 회장(68)의 남편이 회원들의 건전한 여가문화 조성을 위해 포켓볼대를 기탁한 것. 장갑, 큐, 초크 등도 구입해 비치했다.
임연식 회장은 “3일동안 회원들과 함께 당구장에 가 직접 운동효과를 검증한 결과 운동효과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그간 고스톱에 빠져있던 회원들이 큐를 잡았다.
임연식 회장은 “저를 비롯한 5~6명의 여성들이 매일 당구 삼매경에 빠진다”며 “다른 회원들도 요즘 여성 고령자들의 대세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포켓볼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