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에 감동 주는 어르신 산타들
동심에 감동 주는 어르신 산타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5.12.18 11:13
  • 호수 4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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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넘은 나이에 어린이들 위해 캐롤‧율동 맹연습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았다고 기뻐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12월 15일 경기 고양시새마을회관에서 만난 황재권(79) 어르신은 아이들에게 들려줄 캐롤과 율동을 익히는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울면 안 돼’ ‘루돌프 사슴코’ 등 귀에 익은 캐롤을 부르면서 황 어르신을 비롯한 60여명의 어르신은 강사의 동작을 따라했다. 어르신들은 동작이 조금 서툴고 느렸지만 스마트폰으로 촬영해가며 한 동작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교육에서 어르신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12월 24일 단 하루 산타로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실버인력뱅크, 복지관 등에서 산타봉사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따뜻한 정을 전하고 있다. 사진은 고양실버인력뱅크 어르신들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실버인력뱅크‧복지관 등 매년 산타봉사단 운영

실버인력뱅크와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산타봉사단’(이하 산타봉사단)이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산타봉사단은 매년 12월 24일 산타 복장을 하고 어린이집, 유치원, 병원 등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선물과 함께 추억을 전달한다. 이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곳은 경기도에서 시‧군별로 운영 중인 실버인력뱅크이다. 실버인력뱅크는 노인자원봉사, 노인일자리사업 등을 개발‧보급하는 기관을 말한다.
특히 고양실버인력뱅크는 2006년부터 매년 12월 산타 스쿨을 운영해 체계적인 교육 후에 어린이집 등에 산타를 파견하며 주목받고 있다. 올해엔 12월 10일 첫 교육을 시작으로 5회에 걸친 수업을 통해 60명의 산타를 양성한 후 30여곳의 파견할 예정이다.
산타 스쿨에서는 아이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캐롤과 율동,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레크레이션 등을 교육한다. 교육을 수료한 산타봉사단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린이집을 일제히 방문해 하루 동안 산타로 활동한다. 해당 방문기관에서는 사전에 아이들이 받고 싶어 하는 선물과 고칠 점 등을 적은 카드를 준비해 산타봉사단에 전달한다. 이를 산타의 상징인 빨간주머니에 담은 봉사단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하고 카드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애정이 듬뿍 실린 덕담도 선물한다.
이후 산타봉사단은 아이들과 함께 캐롤을 부르고 마술 등의 레크레이션을 1시간 가량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의 추억도 함께 선사한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여성 어르신의 참가비율이 높지만 산타가 남자라는 선입견이 강해 여성어르신이 산타로 오면 간혹 이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발생했다. 몇 해 전에는 한 유치원에 여성 어르신 두 명이 방문했다가 아이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 아이들과 사진 촬영도 고된 부분 중의 하나다.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에도 웃음을 잃지 않아야 하고 20~30명에 달하는 아이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는 게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다고 했다.
고양실버인력뱅크는 이런 점을 보완해 여성 어르신의 경우 수염 등을 이용해 최대한 남자처럼 분장하고 목소리도 두껍게 내는 훈련을 하고 있고 여러 차례 참여한 어르신들의 노하우를 통해 효과적으로 사진 찍는 법도 알려주고 있다.
4차례나 어르신 산타로 활동한 이찬재(79) 어르신은 “이벤트 업체의 산타들보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연령대가 맞아 아이들이 더 진짜처럼 느낀다”면서 “체력이 되는 한 꾸준히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시가 아이들의 산타가 되어준다면 아픈 어르신을 위해 산타로 변신한 사람들도 있다. 부천실버인력뱅크는 요양병원에서 투병중인 어르신을 찾을 예정이다. 고양시처럼 2006년부터 매년 산타 스쿨을 운영하며 어린이집을 찾았던 부천실버인력뱅크는 올해는 손수 방향제를 만들고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공연을 준비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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