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에서 도서관까지 공중전화부스의 변신
범죄예방에서 도서관까지 공중전화부스의 변신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1.04 10:48
  • 호수 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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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자 감소에 따라 불법 흡연실로 사용되는 등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공중전화부스가 최근 범죄예방을 위한 안심부스, 작은 도서관 등으로 사용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안심부스, 작은 도서관, 무인안내소로 사용되는 공중전화부스의 모습.(왼쪽부터 순서대로)

도시 흉물 전락… 범죄 위험서 대피할 수 있는 안심부스로 개조
철거되는 부스 기증받아 작은 도서관, 무인안내소로 꾸미기도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 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
1990년대 큰 인기를 끈 공일오비(015B)의 ‘텅빈 거리에서’의 가사다. 1990년대 전후 발표된 유행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공중전화는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한다. 이용자가 줄고 관리소홀로 불법 흡연실로 사용되거나 각종 쓰레기로 가득찬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공중전화가 새 옷을 입고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전국 지자체와 KT링커스가 손을 맞잡고 공중전화부스를 안심부스, 도서관, 무인안내센터 등으로 바꾸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1999년 15만3000여대에 달했던 공중전화부스는 이용자 감소로 지난해 12월 기준 7만여대 수준을 기록하며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공중전화부스 유지비용으로 100억원이 사용돼 왔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한 ‘보편적 통신 역무’ 서비스 제공 의무 때문에 일괄적으로 철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편적 통신 역무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역무를 말한다.
공중전화부스를 이용한 사업 중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안심부스이다. 안심부스는 공중전화박스를 개조해 위협을 느낀 시민이 재빨리 그 안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앞에 처음 설치된 이후 경북 포항, 안동, 영주 등 전국적으로 설치가 확산되고 있다.
범죄의 위협을 느낀 시민이 안심부스 안으로 대피해 비상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닫혀 바깥에서 열 수 없게 된다. 동시에 경고음이 울리고 경광등에 불이 들어와 멀리서도 위험상황을 쉽게 알도록 했다. 또 폐쇄회로(CCTV)를 통해 바깥에 있는 범인의 모습이 녹화돼 검거할 때도 유용하다. 모든 위기상황이 끝나면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녹색버튼을 누르면 되고 이 순간 경광등과 사이렌도 함께 해제된다.
또한 안심부스는 무선인터넷통신(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며, 부스 안에 있는 터치스크린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을 쓸 수도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있어 금융서비스 이용도 가능하다.
공중전화부스를 작은 도서관으로 활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부산 사하구의 ‘꼬맹이 도서관’과 경기 수원시의 ‘인계올레 작은도서관’이 대표적이다. 꼬맹이 도서관은 공중전화 부스 2개를 연결해 새마을문고 등 단체들로부터 기증받은 300여권의 책들을 비치해 시민들이 손쉽게 책을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계올레 작은도서관’도 철거 예정인 공중전화부스를 기증받아 작은도서관으로 꾸몄다. 동화책부터 인문‧사회‧문학‧시사잡지 등 50여권으로 책장을 장식하고 24시간 개방해 누구나 시간에 구애 없이 책을 빌릴 수 있게 했다.
인계올레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이 낯선 이용객들이 친숙한 공중전화부스에 꽂혀있는 책을 이용하면서 책과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점차 작은도서관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역 특색을 살려 공중전화부스를 홍보도구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폐부스를 개조해 제주 세계지질공원을 홍보하는 무인안내소로 이용하고 있다. 무인안내소는 제주 세계지질공원의 핵심명소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지질마을에 조성된 걷기 프로그램인 지질트레일, 지질테마숙소인 지오하우스와 함께 지역음식, 체험상품, 기념품 등을 홍보한다. 지질공원 활성화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 중인 성산리와 오조리, 사계리, 화순리 4곳 마을에 설치했다.
이외에도 전기차 충전기로도 사용돼 국내 전기차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면 무인은행 점포로 운영될 계획이어서 앞으로도 공중전화부스의 변신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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