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국민 재교육제도로 ‘제3기 인생대학’을 제안한다
50세 이상 국민 재교육제도로 ‘제3기 인생대학’을 제안한다
  • 이미정
  • 승인 2007.06.2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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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나이를 불문하고 활동할 수 있는 한, 일이나 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하거나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와 특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사회를 훨씬 먼저 경험한 선진국에서 한결같이 내놓는 가장 효과적 처방이다.


지금까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15~64세까지의 사람들을 근로 가능한 부양세대(근로세대), 65세 이상을 정년퇴직 후 수입이 없는 피부양세대(노인세대)로 생각해 노인 한 명을 근로자 몇 명이 부양하는가를 따져 노년세대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계산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 근로자 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20년이면 근로자 4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게 되고, 2050년에는 근로자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게 돼 사회적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적 부담 증가가 명백히 예견되는데도 일정 연령 이상을 고령자 또는 노인으로 규정해 이들을 사회의 생산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고 있다. 연금제도와 공공부조(빈곤층에 대해 국가가 최소의 생계비를 보장해주는 방법.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현재와 같은 사회복지제도로 노인을 부양한다면 고령화사회가 지속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복지제도 만으로는 사회가 노인을 부양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와 더불어 근로자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노인들에게는 일거리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단순한 정년 연장 및 폐지, 일자리 창출로는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고령자나 노인이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 의식을 갖고 자신의 능력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향상시키거나 자신의 적성을 새롭게 발견, 이에 맞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국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Peter Laslett)은 인생을 제1기(의존과 교육의 시기), 제2기(직업과 독립의 시기), 제3기(자기 성취의 시기), 제4기(의존과 노쇠의 시기)로 구분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퇴직 후 건강하게 생활하는 시기인 제3기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제1기 인생에서 제2기의 직업 활동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교육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물론 제2기 인생에서 취업 중 연수훈련 등의 기회가 있지만 제3기 인생을 준비하는 교육은 되지 못하고 있다.

 

제3기 인생은 개인에 따라 퇴직 또는 재취업 이후 20~30년이 될 수도 있다. 퇴직 이후 인생을 자기가 원하고 바라던 대로 계획해 나가고, 자기성취의 인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50대 이후의 인생과 이에 대한 준비 및 적응은 개인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뒀지 제도적으로 국가나 사회가 도와준 적은 없다. 인생 80년이 보편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가 국민의 50대 이후 30년 이상의 긴 인생에 대해 계획하고 적응하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복지대책이고 고령사회 대응책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사회심라학자 ‘윌리엄 새들러’(William Sadler)는 그의 저서 ‘제3기 인생’(The Third Age)에서 제3기 인생을 40대 이후의 건강한 생활시기로 보고 이 시기를 인생의 제2성장시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40대 말이나 50대부터 퇴직이 시작되고 있고 정년연장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50대 이후부터 생산성 향상과 재취업을 위해서는 물론 퇴직 이후 봉사활동과 취미 및 특기활동 등을 개발하고 준비해 자기성취의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또 취업과 건강한 생활을 통해 복지비용을 절약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50대부터의 재교육은 절실히 필요하다.


유럽을 위시한 선진국에서는 평생교육과는 다르게 노후 또는 퇴직 이후의 새로운 삶의 준비와 적응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제3기 인생대학’(University of the Third Age: U3A)을 운영해 오고 있다.

 

제3기 인생대학은 고령화사회의 대응책으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생각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50대 이상을 위한 국민 재교육제도로 삼는 것도 바람직하다. 제3기 인생대학은 선진국에서도 아직 사회적으로 제도화 돼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한번 사회적으로 제도화 해 볼만하다.


제3기 인생대학은 일단 국가가 지원해주기 시작하면 점차 일반화된 사회제도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제3기인생 대학을 대학중심 모델로 2~3년 시범 실시해 본 후 지원대책을 마련해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제3기 인생대학을 50대 이상 국민재교육 제도로 발전시킨다면 이는 사회적 투자에 비해 수십 배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고령화사회 대책, 사회발전 대책, 그리고 선진국보다 앞서 가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좀 더 서두른다면 이미 발표된 저출산고령사회 제1차 기본계획(2006~2010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시범사업을 포함한 법안(가칭 ‘제3기인생대학지원법’ 또는 ‘국민재교육지원법’)을 만들어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령화사회를 50대 이상 국민재교육제도로 해결하자는 제안에 국민들의 적극적 지지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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