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생활 밀착형’ 여성정책이 필요하다
[연합시론]‘생활 밀착형’ 여성정책이 필요하다
  • 이미정
  • 승인 2007.06.25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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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도시 생활에서 여성들의 불편·불안을 덜어내고 더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는 내용의 새로운 여성정책으로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여행(女幸)프로젝트)를 내놓았다.

 

2010년까지 여성 화장실 변기 수를 늘려 여성들의 화장실 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여성 전용 주차장을 설치하는 등 주차장의 편의와 안전시설을 개선하며 유모차를 마음 놓고 밀고 다닐 수 있도록 보도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문화시설에 수유실, 어린이 방 등을 설치해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법·제도적 측면에서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실제 생활에서 여성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울시 조사 결과 여성들이 생활에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공중화장실, 대중교통, 운전·주차문제, 보육시설, 보도 통행 등의 순이었다.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지하철이나 공원, 공공시설의 화장실에서 길게 줄을 선 경험을 갖고 있다. 어둑어둑한 주차장에 들어서거나 지하 보차도를 지날 때는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불안에 떨곤 한다.


젊은 엄마들은 사방에 울퉁불퉁하고 턱이 높은 길에서 유모차를 밀고나갈 때 보도가 얼마나 엉망인지를 실감한다. 게다가 유모차를 밀고 대중교통이라도 사용할라치면 불편한 게 문제가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모유가 좋다지만 수유할 공간이 없는 이상 외출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기를 맡길 곳이 없어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계는 호주제 폐지, 성매매 방지법 시행과 같은 숙원을 이루었다.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도 아직은 멀었지만 어느 정도 개선됐다. 이제는 추상적이고 거창한 구호보다는 피부에 와 닿는 ‘생활 밀착형’ 여성정책이 필요할 때다.

 

여성계는 이 같은 인식에 따라 일상을 파고드는 여성 운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제1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는 육아휴게소 운영 확대, 아이 돌보미 양성 등 실생활에서 필요한 방안들이 포함됐다.

 

진보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여성희망 쑥쑥 캠페인’을 진행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성들의 삶의 현장에서 모인 정책 요구를 각 대선후보들이 공약에 반영하도록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벌일 예정이다.


여성들은 차별적인 불편 사항을 바로잡기 위해 당국에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또 여성 자신들도 쾌적한 삶을 가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여성민우회의 경우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꺼이 불편해지기’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장바구니 사용하기, 면생리대 사용하기, 자기 컵·젓가락 가지고 다니기, 내복 입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운동으로 삶의 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정책 당국의 인식 변화와 의지, 여성들의 자발적 노력이 합쳐질 때 ‘생활 속 여성운동’이 효과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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