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장수 비결은 내 손으로 밥해먹고 생활하는 것”
“건강장수 비결은 내 손으로 밥해먹고 생활하는 것”
  • 이진규 기자
  • 승인 2016.01.22 11:03
  • 호수 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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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 한국식품영양재단 이사장

오랜 세월 먹어온 음식이 건강식
양은 줄여도 필수 영양분 꼭 섭취

백세시대를 맞아 행복의 필수요건으로서 건강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건강에 대해 자신하지만 실상은 잘못 알고 있는 건강상식으로 오히려 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한국식품영양재단의 김숙희(80) 이사장은 “모두 다 올바른 건강정보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새해를 맞아 김숙희 이사장을 만나 ‘건강한 식탁’에 대해 탁견을 들었다.
김숙희 이사장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국영양학회 회장, 세계영양학회 이사 및 부회장과 아시아영양학회 회장, YWCA연합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노인회 고문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37년간 영양학 교수를 지낸 학자지만 국민들에게는 문민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1993~1995년)으로서 소신있는 발언과 행보로 인상 깊게 기억되고 있다.

-한국식품영양재단은 어떤 곳인가.
“일반인들이 잘모르는 식품과 영양에 꼭 필요한 정보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곳이에요. 건강 및 식품과 영양분야의 전문가집단이 조사한 자료를 보통의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는 목적으로 설립했습니다. 주로 식약처, 농림부, AT센터의 지원을 받아 연구하고 있어요.”
-매우 젊어보이신다.
“항상 부지런히 활동을 하기 때문이에요. 스스로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고 집안일과 자기관리는 물론이고 사회활동도 쉬지 않고 있지요.”
-우리나라 노인은 건강한 편인지.
“우리나라 노년인구에서 보이는 영양섭취의 가장 큰 함정은 칼슘부족이에요. 노년기의 하루 권장 칼슘섭취량이 700mg 정도인데 평균 340mg 정도밖에 섭취하고 있지 않아 보충이 반드시 필요해요. 이로 인해 골다공증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죠.”
-적게 먹는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최근 방송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소식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죠. 허나 양은 줄어도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무기질 등의 필수 영양분을 균형에 맞게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잘 모르고 있어 걱정이 돼요. 특히 치매예방에 중요한 뇌기능에는 탄수화물이 필수적이이에요. 탄수화물의 글루코오스 포도당이 뇌기능에 필요한 열량을 공급해요.
-콜레스테롤은 몸에 안 좋다고 알고 있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몸에 안 좋다며 생선만 먹는 경향이 있는데 육식도 건강에 중요해요. 고기를 먹으면 포화지방산이 걱정된다며 피하고 있어요. 적게 먹어도 골고루 고기 반, 생선 반 먹는 게 더 중요해요. 식사의 총량에서 5대 영양소가 들어가 있게 먹는 게 중요하지요. 오히려 영양 불균형에 의한 해(害)가 더 커요.”
-노년기에 필요한 것은.
“노인이 되면 활동량이 줄어서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요. 가만히 누워 쉬고만 있으면 뼈에 있는 칼슘이 빠져요. 그래서 뼈건강에 활동량이 정말 중요해요. 집에서도 계속 돌아다니면 충분히 운동이 돼요.”
-건강을 위해 무얼 추천하고 싶나.
“권장할만한 방법으로는 직접 식단을 짜고 요리를 준비하는 겁니다. 요리하는 전 과정에서 두뇌와 신체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죠. 쌀을 씻고 밥을 짓고 하는 그런 활동이요. 장수의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밥해먹고 생활하는 것에 있어요. 야채 씻어먹고, 과일 깎아먹는 그것들이요. 저는 매일 아침 마를 깎아서 과일과 쥬스로 만들어먹고 요구르트도 만들어 먹어요. 집안일과 운동을 해야 소화과정도 원활하게 돌아가지요. 그것을 놓는 날이 건강을 놓는 날이에요.”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는가.
“요리하는 법을 잊으면서 치매가 시작되는 예가 많아요. 요리하면서 조리법을 외우고 만드는 과정에서 뇌와 손을 많이 쓰게 되면 치매가 예방되지요. 또, 노년기에는 옷을 갈아입고 샤워하는 등의 세세한 과정과 활동이 정말 중요한 겁니다.”
-노년기의 특징이 있나.
“남녀를 막론하고 나이가 들면 칼로리 요구량이 줄어들어요. 전체 먹는 식사량도 그에 맞춰 줄여야 해요. 대신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약을 많이 먹게 되는 시기이므로 간 해독을 위해서도 수분의 섭취가 매우 중요합니다.”
-삼시세끼를 꼭 챙겨야 하는지.
“건강 위해서는 ‘좋은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좋은 식사’도 중요해요. 아침식사는 중요하게 여겨 많이 먹고, 점심은 하는 일에 맞춰 균형 있게 먹고, 저녁은 숙면을 위해 소식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아침은 부실하게, 저녁은 거하게 먹죠. 정상적으로 하루 세끼를 잘 먹으면 몸은 정상을 유지합니다. 할 일도 끼니 사이사이 자신의 대사량에 맞춰서 해야 해요.”
김 이사장이 건강한 식생활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된 건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2004년 어머니를 여의고 상실감을 겪었는데 그때 뇌졸증이 찾아왔다고 한다. 상실감을 이기려 몸을 혹사하면서 일과 여행에 몰두했는데 몸이 제 기능을 잃게 된 것. 김 이사장은 10개월 동안의 치료와 재활훈련을 통해 회복됐지만 지금까지도 그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시니어 연령층의 건강한 식탁문화가 있다면?
“건강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랜 세월 먹어온 음식이 제일 좋은 건강식이죠. 먼 외국에서 공수한 것일수록 약품처리가 심하고, 우리 몸이 적응하기 어려워요. 그게 순리죠. 장수촌을 보면 이주가 거의 없는 게 특징이에요. 내 고장의 된장과 김치가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음식입니다. 내 생활 터전에서의 활동과 음식의 조화가 바로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은 조화입니다.”
-요즘 외부 활동은 어떠신지.
“매일 나가는 곳은 없지만 젊은 세대의 사회활동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계획하고 있어요. 모교 졸업생들의 행사와 동문모임도 열심히 하고 있구요. 이대 졸업생들과 2006년 설립한 유관순교육사업회의 이사장으로 1년에 20~30명씩 장학금을 지원하는 활동을 현재까지 꾸준히 하고 있어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이 가장 보람있는 일입니다.”
-노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른들이 나서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사회에 대해 눈치 볼 것 없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조언을 해서 후대의 아이들에게 희망찬 사회를 마련해 줘야 해요. 소모적인 이권다툼보다는 사회의 발전과 어려운 곳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새해를 맞아 우리사회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새해에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실현되어 나라의 재정이 진정한 일꾼들에게 흘러들어 열정을 성과로 일구어 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요. 우리 시니어들도 풍부한 경험을 활용하여 사회 참여와 활동을 활발히 한다면 정신과 건강이 풍요로워지리라 생각해요.”
김 이사장의 저서로는 ‘적응하는 인간’, ‘영양원리와 식이요법’, 수필집인 ‘먹는 즐거움·먹는 두려움’, ‘지방영양 영양학’, ‘어떻게 무얼 먹지’, ‘유전자의 지혜’, ‘인체영양학’등이 있으며 정부로부터 청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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