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3배 오를 때 그림값은 7.4배 뛰었다
아파트값 3배 오를 때 그림값은 7.4배 뛰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01.22 14:14
  • 호수 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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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경매가 경신하는 미술품들
▲ 미술품이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덩달아 유명 미술작가의 작품들이 1000억원이 넘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세계 미술계에서 최고가에 낙찰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최고가 경매… 서울 대형빌딩 한동 값
국내선 김환기의 추상화 47억원 최고… 박수근 ‘빨래터’는 45억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별이 빛나는 밤에’ 등 숱한 걸작을 남긴 그는 생전에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한 가난과 우울증으로 정신병을 앓은 그는 1890년 5월 치료를 위해 정신과 의사인 가셰를 찾아간다. 이 만남을 통해 ‘의사 가셰의 초상화’를 남긴다. 100년 뒤인 1990년, 이 그림은 일본인 기업가 사이토 료에이(齊藤了英)에게 낙찰된다. 금액은 당시로는 최고가인 8250만달러(약 997억원)였다.
이처럼 고흐뿐만 아니라 고갱, 모딜리아니 등 1800년대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활동했던 많은 화가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경우가 많다. 반면에 ‘미술재벌’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현대 유명 화가들은 생전에 자신의 작품을 판매해 큰돈을 벌고 있다. 일례로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데미안 허스트(51)는 지난 200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자신의 작품 50여점을 판매해 1억1100만파운드(약 1912억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경제학자이면서 매년 ‘한국의 그림가격지수’라는 보고서를 내는 그림 시장 전문가 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그림 시장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까지 10년 동안 주가지수가 4.2배,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3배 상승한 반면 그림가격지수는 7.4배 올랐다”며 그림이 주요 투자수단으로 변모했음을 지적한바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 5월 세계 미술계에서는 또 한 번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20세기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파블로 피카소의 1955년 작 ‘알제의 여인들’이 1억7963만 달러(약 2173억원)에 낙찰되며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의사 가셰의 추억’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싼 값에 팔렸다.
이 작품을 구입한 사람은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베르 알타니 전 카타르 총리이다. 왕족 출신인 그는 18년간 외무부 장관 등을 거쳐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총리를 지내기도 했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카타르 왕족은 개인거래를 통한 최고가 미술품도 소유하고 있다. 역시 지난해 2월 카타르 왕족은 스위스 개인 소장자인 루돌프 슈테린으로부터 폴 고갱의 1892년 작 ‘언제 결혼하니’를 3억 달러(약 3630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갱이 타히티 원주민 여인 2명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검게 그을린 피부의 여인들과 타히티의 풍경이 조화를 이룬 것이 인상적이다. 또 카타르 왕족은 앞선 2011년에도 폴 세잔의 ‘카드하는 사람들’을 개인거래로 두 번째로 비싼 1억5800만 파운드(약 2640억원)에 구매하는 등 세계 미술계의 큰손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면 ‘알제의 여인들’ 다음으로 비싼 낙찰가를 올린 작품은 무엇일까. 역시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11월 낙찰된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이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040만 달러(약 2061억원)에 낙찰됐다.
모딜리아니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누워있는 나부’는 그가 1917∼1918년경 캔버스에 그린 유화로, 붉은 색 소파 위 파란색 쿠션에 누워있는 나체의 여인을 담고 있다. 당시로서는 대담한 작품이었던 탓에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전시됐을 때 거센 논란이 일었고, 군중이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창밖에 몰려든 탓에 경찰이 전시장 폐쇄를 명령하기도 했다.
이 뒤를 잇는 작품은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베이컨이 동료 화가인 루치안 프로이트가 의자에 앉아 있는 걸 그린 작품이다. 루치안은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손자이기도 하다. 베이컨은 자신의 가까운 친구인 그의 모습을 세 폭짜리 회화 작품으로 남겼고 2013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240만 달러(약 1722억원)에 거래됐다.

▲ 국내 미술품 중 가장 비싸게 팔린 김환기의 ‘19-Ⅶ-71 #209’.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미술품 최고 낙찰가의 주인이 바뀌었다.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환기의 1974년 작 ‘19-Ⅶ-71 #209’가 홍콩 경매에서 3100만 홍콩 달러(약 47억2100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오랫동안 국내 최고가 기록을 보유했던 박수근의 빨래터(45억2000만원)를 제치고 최고가에 이름을 올렸다. 푸른 점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 이 점화(점을 찍어 그리는 그림)는 김 화백이 외국에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빨래터’ 다음으로 비싸게 팔린 작품은 이중섭의 ‘황소’이다. 35억6000만원에 낙찰된 이 작품은 어두운 배경 위에 한 마리의 소가 힘차게 땅을 내딛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이중섭이 사망 3년 전인 1953년에 그린 것으로 고향 친구가 무려 50년 넘게 소장하다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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