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바둑기사 이긴 인공지능 컴퓨터… 3월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
프로 바둑기사 이긴 인공지능 컴퓨터… 3월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1.29 11:11
  • 호수 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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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인공지능(AI) 컴퓨터가 프로 바둑기사와 대국을 벌여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바둑은 무궁무진한 수가 나올 수 있어서 컴퓨터가 이기기 힘든 사람의 영역으로 꼽히던 분야다. 그만큼 정보기술(IT)과 과학계에서는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1월 28일 구글의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유럽 바둑 챔피언이자 중국 프로 바둑기사인 판 후이 2단과 5번의 대국에서 모두 이겼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네이처는 논문을 통해 “10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기술”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이 사람 수준의 능력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바둑은 살펴야 할 공간이 서양장기인 ‘체스’보다 더 넓고 수가 무궁무진해 인공지능이 도전하기 힘든 영역으로 꼽혔다. 바둑은 탐색 공간이 워낙 광범위한 데다 한 수 한 수의 위치나 움직임을 평가하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64칸에 불과한 체스판과 달리 바둑돌을 놓을 수 있는 점은 무려 361개나 돼서 경우의 수가 많고, 여기에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 악착같은 승부근성까지 덧붙여지면 경우의 수는 더 늘어난다. 아무리 고도화된 계산능력을 갖춘 컴퓨터라도 인간 한계를 넘어 바둑 최고수를 쓰러뜨리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지론이다.
반면, 체스는 이미 기계에 무릎 꿇은 지 오래다. 지난 1997년 체스 세계챔피언이었던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가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와 승리를 호언장담하며 싸웠지만,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알파고는 바둑 돌을 놓을 위치를 평가하는 기능과 움직임을 선택하는 기능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기계의 한계를 넘어섰다. 여기에 학습 능력도 뛰어나 기존 바둑기사들의 경기를 통해 배우고 숱하게 자신과 겨루면서 훈련을 했다. 이러한 개발‧학습 과정을 거친 알파고는 다른 바둑 프로그램들과 대결에서 99.8% 승률을 기록했다.
기존 바둑 프로그램들은 단순하게 계산해서 바둑을 두기 때문에 엉뚱한 수를 놓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알파고는 이런 실수를 거의 하지 않아 마치 사람이 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 네이처의 설명이다.
바둑계에서는 알파고가 겨룬 판 후이가 한국의 프로기사들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이에 알파고는 더 높은 상대를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바로 세계 챔피언인 우리나라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다.
알파고는 10여 년째 세계 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세돌 9단과 오는 3월 서울에서 대국을 벌일 예정이다. 여기에 걸린 상금은 총 100만달러(약 12억원)에 달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IT업계, 바둑애호가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기면 상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세돌 9단은 네이처지를 통해 “인간 프로기사에게 대등하게 도전하는 컴퓨터와 대국하게 돼 영광이다. 결과에 관계없이 바둑 역사에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며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최소한 이번 대국에서는 이길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이세돌의 승리가 점쳐진다. 가재는 게 편이라고, 인간 편에 서고 싶은 심리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세돌은 세계 최강이다. 불굴의 투사로서 세계에 이름을 떨쳤고, 현역 프로기사 중 누구보다도 강한 집념과 인내, 물샐 틈 없는 수 싸움 능력을 갖췄다.
그렇다고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알파고가 역사상 처음으로 프로 바둑기사를 이긴 만큼 불굴의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상금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자존심이다. 이세돌마저 알파고에 패한다면 인공지능에 체스, 퀴즈는 물론 인간이 만든 최고 복잡한 게임이라는 바둑까지 제압당하는 ‘지구인의 굴욕’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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