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축제' 노인복지의 완성이자 고유의 문화다
'노인축제' 노인복지의 완성이자 고유의 문화다
  • 관리자
  • 승인 2007.06.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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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건강대축제, 체육대회 아닌 축제로 승화해야

안 필 준

대한노인회 중앙회장

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선진국들에 비해 고령화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 여러 면에서 뒤늦게 할일이 많고 분주하다.

 

다행히 늦게라도 고령화 추세를 걱정하는 뜻있는 여러 인사들이 나서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금년도에 입법화된 노인요양보험법, 기초노령연급법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한 나라의 노인들의 삶은 크게 세 가지 면에서 불편함이 없으면 복지혜택을 충분히 누린다고 할 수 있다. 건강, 용돈, 여가생활이 그것이다.

 

우리도 두 가지 복지는 그런대로 갖춰졌다. 노인요양보험법이 있어서 건강이 안 좋아져도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지는 않게 됐고, 기초노령연급법이 마련돼 부족하나마 용돈도 생겼다.


그러나 나머지 하나의 복지, 즉 여가생활은 아직 미흡하다. 여가생활을 즐길 수 없다면 건강하고 용돈이 있어도 그 삶의 질은 좋다 할 수 없다.


이 점에 착안하여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을 면담했을 때 전국의 노인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노인건강축제’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노 대통령이 흔쾌하게 받아들여서 서둘러 품신했고, 작년에 제1회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게이트볼, 에어로빅 등 7개 종목에 노인들이 참여하여 화기애애하게 경기를 치렀으나 노인들만의 고유한 여가문화로까지 승화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전통의 민속놀이, 토속적인 문화가 반영되지 못하고 편향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국의 노인들이 다 모이는 잔치마당에 민족 고유의 놀이문화와 풍속이 빠져 아쉽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중앙회는 ‘노인건강축제’라는 말에서 ‘건강’이라는 말을 들어내고 제대로 된 축제가 되게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2회 목포대회는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계획하고 있다. 또 기대도 크다.


그런데 노인문화가 우리한테 없어서 걱정이다. 너무 숨 가쁘게 고령사회로 들어가는 입구에 도달해서 그런지 노인들이 함께 모여 즐기기 좋은 마땅한 노인문화가 없어 당황스럽다.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때이니 아직 기회는 있다.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짜내고, 옛것을 찾아 축제에 도입하고 의미부여를 하여 노인문화로 정착, 발전시키면 된다. 진정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노후생활이라면 문화가 있어야 된다.


시조, 바둑, 장기, 제기차기, 서화, 이야기하기 등 노인들이 즐기는 문화생활의 저변을 넓히는 데 대한노인회가 앞장설 것이다. 전국의 경로당에서 노인들이 향유하는 문화생활이 축제로 고스란히 옮겨지고 이어지는 것이 노인축제다.

 

축제참가자 선발을 위한 예선이 읍·면·동에서 시·군·구, 나아가 광역시와 도 단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행사가 연중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방방곡곡의 고령 노인들에게 이것은 새로운 문화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듣자니 당국이 이 행사를 축제가 아니라 체육대회로 전락시키려는 모양이다. 귀찮고 번잡스러웠던지 복지부에서 문광부로 업무를 이관한다는 이야기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운동선수나 다름없는 대표선수들이 겨루는 체육대회가 되고 만다. 그래서는 전국 경로당의 일반 노인들의 참여를 막고 결국 외면당할 것이다. 경로당 노인들은 생각보다 늙고, 거동도 활발한 편이 못된다. 경로당 노인들을 배제하는 체육대회는 노인사회에 필요 없다. 감상이라면 텔레비전에도 있고 경기장에도 얼마든지 있다.


복지부와 대한노인회는 노인의 기준을 65세로 본다. 불과 5세 차이지만 65세 미만 세대는 청년처럼 젊다. ‘노인’자를 굳이 붙여 행사를 치러야 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장차 경로당의 일반노인들, 즉 민초들이 대표로 뽑혀서 축제 마당에 나와 몸소 겨뤄보고 또 구경하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할 생각이다. 전국을 돌아가면서 2~3일씩 예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한바탕 축제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노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노인축제에 나가보고 싶어 할 정도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진 행사로 축제를 끌어올릴 계획이 있다.


축제가 있는 날은 행사장 수십 리 범위 안에 있는 박물관, 체육관, 공원 등을 무료 입장할 수 있게 하고 점심도 따뜻한 정성을 담아 대접하려고 한다. 그 행사를 누가 주관하든 무슨 상관인가.


노인들, 노인사회와 함께 노인을 위해 축제를 열면 된다. 지금은 고령사회를 위해 여가문화를 즐기도록 인프라를 갖추는 시기다.


사실 노인들의 여가문화가 없다는 지적이 늘 있어왔다. 노인대학에 나와 스포츠 댄스나 노래배우기 정도를 하는 데 불과하고, 경로당에서는 고스톱을 치는 데 그치고 있다. 아주 편협된 노인문화다.


노인의 여가문화, 고유의 노인문화가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당국이 진작부터 서둘렀어야 했다. 그런데 축제와 ‘60세 이상 노인체육대회’를 고안하다니…. 어찌 그리도 노인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는가.


앞으로 90세 100세 110세까지 살아야 하는 노인들을 위해서 정말 제대로 된 노인축제가 필요하다. 텔레비전으로 중계하고, 신문과 잡지도 이때는 노인사회에 관심을 보이며 특집기사를 내보내는 성의를 보인다면 더욱 좋겠다.


우리의 축제는 일부 엘리트 몇몇이 치르는 행사여서는 안 된다. 일반 경로당의 민초들이 즐기는, 노인문화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축제의 장으로 활짝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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