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열 서울 중랑구지회장 “경로당서 ‘국제시장’도 상영… 주민 모두가 좋아했어요”
노수열 서울 중랑구지회장 “경로당서 ‘국제시장’도 상영… 주민 모두가 좋아했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2.05 10:54
  • 호수 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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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활성화 우수지회 노수열 서울 중랑구지회장

비슷한 조건에서 상을 받으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다. 열악한 환경을 딛고 남보다 우수한 성적을 올려 상을 받았을 때 상의 가치가 돋보이고 수상의 영광도 큰 법이다. 서울 중랑구지회가 그 경우다. 중랑구지회는 지난해 경로당활성화사업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해 서울연합회 25개 지회 중 가장 우수한 지회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중랑구는 서울에서 노인 수가 가장 많은데다 생활수준도 높지 않고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자체의 지회 지원도 적은 편이다. 노수열(80) 중랑구지회장을 만나 우수지회에 오르기까지 겪은 일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노 지회장은 서울연합회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경로당 찾아가는 영화관’, ‘1·3세대 텃밭경작’ 등 특화프로그램 성과 돋보여
현안은 일자리 창출… 기초연금 수급자 많아 작년까진 재능나눔활동에 제한

-우수지회로 선정된 걸 축하드린다.
“경로당특화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연합회 일에 적극 협조한 덕이라고 봅니다.”
-특화프로그램 중 소개할 만한 것이 있다면.
“작년에 신내동의 한 아파트에서 외국영화 ‘비행기’·‘히어로’ 두 편의 영화를 상영했는데 아주 성황이었어요. 아이서부터 어른까지 주민 300~400명이 보고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경로당을 찾아가는 영화관’이에요,”
-야외에서 영화라니.
“날이 좀 더워 저녁에 시원한 바람이 불 때 아파트단지에서 커다란 스크린을 걸어놓고 컴퓨터와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여드렸어요.”
-스크린에 빔 프로젝트라면 비용이 많이 들었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상으로 지역의 경로당을 주민들에게 개방해 모두가 경로당을 사용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상영 설비는 물론 영화프로그램도 시에서 지원을 해줍니다. 작년에 화제가 됐던 ‘국제시장’도 경로당에서 보여드렸어요. 일부 지회에서도 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했어요.”
-또 다른 특화프로그램이라면.
“‘1·3세대 공감프로젝트’라고 해서 텃밭 경작입니다. 경로당과 가까이 있는 유치원이 함께 땅에다 무·배추·고추·상추 등을 심어 수확해 나누어 먹는 겁니다. 이것 역시 반응이 좋아요. 특히 유치원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도심에 그럴 공간이 있는가.
“땅이 없는 데서는 ‘상자텃밭’이라고 아파트 옥상 같은데다 상자를 갖다놓고 거기에다 채소를 기릅니다.”
-무공해라 더 좋을 듯하다.
“당연히 농약 같은 걸 쓰지 않고 기르고 맛도 최고랍니다. 경로당 부식비가 절감되는 효과도 있고요. 농사꾼들이 아니라서 수확한 배추가 속이 덜 찬 것들이지만 그걸로 김장김치도 담가먹어요. 올 겨울에 150~180포기를 담근 경로당도 있어요.
-노인과 아이들이 함께 농사를 지으면 어떤 점이 좋은가.
“인성교육이 따로 필요 없어요. 아이들은 자기가 키우는 채소는 물론 남의 채소도 애지중지하고 돌봐주는 습관을 익힙니다. 요즘 욱하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도 늘지만 할아버지·할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선 그런 장애 보기 힘들어요.”

중랑구지회는 이밖에도 ‘나눔 엮는 수다방’ 같은 특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다방’은 경로당에 뜨개질 강사를 초빙해 노인들과 아이들이 함께 뜨개질을 배우는 시간이다. 이 과정에서 1·3세대의 거리감을 좁히고 내·올리 효를 체험한다. 완성된 목도리·장갑·스웨터 등을 독거노인에게 전달함으로써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기도 한다.
노수열 지회장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군 제대 직후 상경해 중랑구에 정착했다. 평생 사업은 운수업. 젊었을 적 사업이 잘 돼 목돈도 만져보았다. 중랑구 신내동 영풍경로당 회원으로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고 영풍경로당 회장, 중랑구 부지회장을 거쳐 2014년 4월에 지회장에 선출돼 오늘에 이르렀다. 중랑구지회는 118개 경로당에 회원 5000여명을 두었다.

-운수업을 크게 했는가 보다.
“그렇지 않아요. 버스 한 대로 하다 1960년대 후반, 산업화가 시작되던 무렵 화물차사업에 손대 4남매 자식들 대학 다 보내고 다들 출가시켰어요. 최근까지도 개인택시를 가지고 있었어요.”
-중랑구 노인들의 생활수준은 어떤가.
“중랑구가 서울에서 개발이 가장 취약한 곳이에요. 노인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워요.”
-대부분 기초연금을 수령하고 있겠다.
“거의가 그렇습니다. 구에서 연금 지급할 돈이 모자랄 지경이니까요.”
-지회의 현안이라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겁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건강면에서도 좋아요. 몸을 움직이는 만큼 아프지 않잖아요. 작년의 경우, 230여명에게 교통안전지킴이·경로당도우미 같은 일자리를 제공했지만 많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노인재능나눔활동지원사업이 도움이 많이 되겠다.
“그간 나름의 어려움이 있었어요. 대부분 기초연금 수령자인 탓에 재능나눔활동 자격이 안 된 겁니다. 우리는 작년에 50명도 안됐어요. 다행히 올해부터 기초연금 수급자도 제한없이 참여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큽니다.”
-올해 사업계획은.
“노인회관을 확장하려고 해요. 2009년에 시 소유의 땅에 구에서 25억원을 들여 연건평 250평 규모의 2층 건물로 지었는데 강당이 좁고 뒤에 땅도 좀 있어 확장하려고 해요.”
-어떤 신념으로 지회를 운영하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에게 손 안 벌리고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았어요. 원칙과 절제가 제 삶의 철학이며 지회 운영에도 그걸 적용해요. 우리 지회가 어렵고 지원도 많지 않지만 그 범위 안에서 정직하고 꼼꼼하게 살림을 해나가고 있어요.”
-중앙회, 연합회에 바라는 게 있다면.
“통·반장도 활동비를 받고 있는데 그에 비해 일이 훨씬 많고 복잡한 경로당 회장이나 지회장들은 무보수에요. 국가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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