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 사후 인체조직기증을 약속하면 10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한 명이 사후 인체조직기증을 약속하면 100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 이진규 기자
  • 승인 2016.02.19 10:55
  • 호수 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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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원 이사장

현재 필요한 인체조직의 75% 수입에 의존… 안전성⋅비용문제 등 많아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며 조직기증 필요성 절감… 국민에 바로 알리려 노력

“난, 한줌의 흙이 되기보다 100명을 살리는 하나의 생명씨앗이 되겠소”
한국인체조직기증원(www. kftd.or.kr)의 선언문이다. 한 명의 기증으로 최대 100명을 살리는 숭고한 생명나눔이 바로 인체조직기증이다. 인체조직기증은 화상이나 외상 및 질병 그리고 골육종, 암 등 선천성 또는 후천성 신체적 장애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뇌사 혹은 사후에 인체조직 일부분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눠 주는 생애 마지막 사랑의 실천이다.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국내 유일의 인체조직기증지원기관이다. 인체조직 기증문화 확산과 안정적이고 안전한 인체조직 이식재 공급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하며,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이 기관의 수장을 맡고 있는 유명철(74)이사장을 만나 인체조직기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체조직기증원에 몸담게 된 계기는?
“저는 원래 정형외과 의사예요. 특히 인공관절을 주로 시술하는 의사죠. 수술 특성상 뼈 이식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뼈 공급이 극히 제한돼 환자의 골반에서 뼈를 떼어 수술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한계에 부딪혀 뼈 이식을 하려면 어디서든 기증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의사였기에 더욱 절실했다는 뜻인가.
“맞아요. 이것은 제가 뼈 이식을 자주 하던 의사이기에 할 수 있었던 생각입니다. 자연발생적으로 떠오르게 되었죠. 초기에는 대학병원에 속한 소규모의 골은행과 조직은행에서 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시신의 뼈를 모아서 이식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소독해서 수술에 사용하는 방식이죠. 그러다가 2007년 체계적으로 제대로 된 공공의 성격을 가진 조직은행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필요한 환자에게 공급하고자 설립하게 된 것이 대한인체조직은행입니다. 강동경희대병원 내에 만든 재단인데 이것이 한국인체조직기증원으로 발전된 것이죠.”
-운영은 잘 되었나.
“기본적으로 인체조직은 돈으로 사고파는 공산품처럼 다뤄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증자의 숭고한 기증의지로 제공되는 성격이다 보니, 그 운영 주체가 개인이나 병원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다루어야 할 것임을 몸소 체감하게 되었죠. 그래서 정부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마침내 필요성을 인식한 복지부로부터 5년간 시범적 성격의 사업운영을 맡게 됐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는.
“처음에는 ‘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으로 시작하였고 현재는 공공의 성격을 지닌 ‘한국인체조직기증원’으로 개명했습니다. 5년여의 운영을 통한 홍보활동으로 국민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며 점차 발전시켜 왔죠.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방향을 설정하고 노하우를 축적하며 변천해 왔습니다. 다행히도 국민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는 과정에 있구요. 2009년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30만명이 인체조직기증을 서약했습니다.”

유명철 이사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경희대의대 석좌교수와 순천의료재단 정병원 명예병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1976년 세계 최초로 대퇴부절단 접합수술을 성공시킨 후 국내 인공관절 수술을 1만5000회 이상 집도해오며 시니어들의 건강한 관절치유를 위한 의술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과거 대학병원의 교수로 재직하며 28년간 ‘희망사회 만들기 의료봉사단’의 일원으로서 전국 7만5000여 명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200여 건의 무료수술을 집도하는 무료봉사를 수행한 공로로 2001년 서울시민대상, 2004년 국제로터리클럽 ‘초아의 봉사상’, 2012년 보건복지부장관상(행복나눔인)을 수상했다.

-인체조직기증과 장기기증은 다른가.
“생존 혹은 뇌사 시에만 가능한 장기기증은 최대 9명까지 도울 수 있습니다. 반면 사망 후 15시간 이내에 진행이 가능한 인체조직기증은 한 명의 기증으로 최대 100명까지 도울 수 있습니다. 단, 사망 원인과 시간이 확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10시간 내외의 기증 절차가 마무리되면 최대한 기증 전 모습으로 복원하여 염습 후 입관하여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으로 기증자의 시신을 모셔다 드립니다.”
-시신기증과의 차이점은.
“시신기증은 치매 등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에이즈 등 전염성 질환 그리고 암 등으로 사망하셔서 장기나 인체조직기증이 불가능하거나 고인의 유언 또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해부학 교육이나 연구를 위하여 의과대학에 온전한 상태의 시신을 기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각 의과대학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장기나 인체조직기증 후 시신기증은 불가능합니다.”
-인체조직 이식이 중요한 이유는.
“화상, 골육종(뼈암), 난치성 안표면 질환, 교통사고로 인한 뼈, 관절, 인대 파손 등으로 한 해 약 30만 건 이상의 인체조직(피부·뼈·연골·인대·건·근막·혈관·심장판막·양막·신경·심낭)이 이식됩니다. 인식하고 있지는 못 하지만 많은 질병과 장애의 치료에 인체조직이 사용되고 있는거죠. 그렇기에 더욱 기증이 활성화돼야 해요.”
-기증된 인체조직은 어떻게 쓰이나.
“피부의 경우 한 해 2만5000~3만명이 발생하는 화상환자의 2차 감염을 막아주어 소중한 생명을 살립니다. 화상환자의 20%는 10세 이하의 어린이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전신화상은 고위험 직군의 젊은 가장들에게 자주 발생하구요. 기증된 뼈는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이나 심한 골 결손 환자들이 장애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습니다. 골육종 환자의 80%가 20세 이하의 청소년이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성장에도 문제가 생겨요. 심장판막은 심장수술 시, 혈관은 관상동맥과 간·신장 이식수술 등에 사용됩니다.”
-인체조직 기증은 누구나 할 수 있나.
“인체조직기증은 만 14세에서 80세까지 누구나 가능합니다. 다만 환자분들은 건강한 이식재를 받을 수 있도록 기증자의 병력검사 등을 거쳐 기증적합성 판정을 받아야만 기증이 이뤄집니다.”
-인체조직기증이 그리 많지 않다 들었다.
“현재 인체조직의 약 75~80%가 수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의 경우 100만명당 103명의 기증자가 있는 반면 국내는 4.5명으로 하늘과 땅 차이죠. 그래서 매년 수백억원의 많은 돈을 들여 해외에서 수입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수입한 조직은 어떤 문제가 있나.
“수출국에서는 자국에서 사용 후 남은 이식재를 수출하고, 이렇게 수입된 이식재는 이력의 역추적이 어렵기 때문에 이식재의 안전문제가 야기될 수 있어요. 그리고 천재지변과 국가재난 발생 시 대량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수입 의존도가 높으면 수급 안정성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이식받는 환자가 지불해야하는 고가의 비용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이식재의 자급자족은 꼭 필요합니다.”
-기증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들었다.
“기증은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의 갱생을 통해 나의 넋이 면면히 이어갈 수 있고 내 일부가 남아있다는 큰 의미죠. 시니어 세대들이 직면한 죽음에 대한 통찰과 인생의 참뜻을 깨우치고 소신을 가진 분들의 솔선수범과 참여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겠다.
“한명의 신체로 백 명을 살릴 수 있기에 본 뜻 그대로의 살신성인을 이룰 수 있습니다. 내 기증이 사회에 미치는 도움과 파급 효과가 커요. 한 사람의 숭고한 기증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희생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길 바랍니다.”
-정부지원에 대한 바람은.
“인제조직기증의 윤리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순기능을 위해 반드시 국가에서 지원을 하고 수혜자의 부담도 최대한 덜어줘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으로 숭고한 기증자의 유지를 살려 아름다운 기증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기증희망 등록만 하면 되나.
“생전에 인체조직기증 희망등록을 했어도 사후에 기증자 유가족 중 선순위 동의자 1명의 서면동의가 없으면 기증이 불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증희망서약을 하신 후에는 꼭 가족들에게 알려줘야 해요.”
-기증 시 지원은 어떤 것들이 있나.
“위로금·의료비·장제비 포함 총 540만원 한도의 국가지원 혜택이 있습니다. 또 유가족의 아픔을 덜기위한 상담과 추모행사 등을 제공하고,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기증자 온라인 추모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운영 계획은 어떠한가.
“지난 해 말에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드디어 공공조직은행이라는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고요. 저희 기증원에서는 지금처럼 앞으로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보건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철저한 품질관리 하에서 ‘맞춤형 인체조직 이식재’ 등 양질의 좋은 이식재를 공급할 계획이고요.”
-의료기관과의 협조는 이뤄지고 있나.
“인공 고관절 수술 시 제거된 대퇴골두를 기증받는 ‘Living Donor(리빙도너:생체기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 국내 유수의 병원들 간 협약을 맺고 잠재 기증자 발굴을 위한 협업 시스템 구축도 하고 있습니다.”
-시니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백세시대 지면을 통해 인체조직 기증으로 생명을 살리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인체조직기증은 고도의 윤리성이 전제돼야 하고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과 도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생명나눔의 숭고한 뜻을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기증원은 현재 수도권 3곳과 지방 3곳을 중심으로 전국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전에 인체조직기증 희망서약을 하시려면 1544-0606으로, 사후 인체조직 기증자가 발생하면 인체조직·장기 통합콜센터 1577-1458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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