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노인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3.11 11:06
  • 호수 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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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성 이자스민, 탁구여왕 이에리사, 시인 도종환… 이들의 공통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란 점이다. 외국이주민, 스포츠, 문학 등의 분야를 대표해 국회에 입성한 케이스이다. 그런데 노인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왜 없을까. 하다못해 조선족을 대표하는 비례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 마당에….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68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한다. 20대 총선 예비후보자 가운데도 60세 이상이 24.6%(398명)로 22.6%(365명)인 50대 미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노인의 권익을 대변하고 입법에 참여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대표자가 국회에 한 명도 없다는 건 정치에서 노인이 완전히 소외되고 배제됐다는 얘기다. 물론 300명 가까운 국회의원 중에 서청원·문희상 같은 70 넘은 이들도 있지만 그들이 특별히 노인을 위해 국회 활동을 한다고는 볼 수 없다.
우리 국회가 노인 정책과 입법 활동을 잘 해왔다면 이 시점에서 구태여 노인대표가 필요하지 않을 런지도 모른다. 여야의 공천관리위원회가 3선 이상 중진들을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에 포함한다고 작정한 판에 또 한사람의 노인을 들이밀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국회가 노인을 위해 일을 잘 하지 못한 채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키워왔기 때문에 노인대표를 보내려는 것이다.
19대 국회만 보더라도 노인복지 관련 입법 활동이 부진했고, 성과도 노인의 기대에 못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노인전담기구 ‘노인복지청’의 신설을 위한 법안이다. 각 부처로 흩어진 예산을 맞춤형으로 집행해 노인정책의 백년대계를 만들자는 의도에서 대한노인회가 청원했다.
132만명이 청원한 청원서에는 182명의 현역의원, 280명이 넘는 지자체의 장이 서명했다. 국회의장을 비롯 여야 3당 대표가 기회 있을 때마다 법안 통과를 약속 했지만 3년여가 지난 이 시간까지도 국회는 감감무소식이다.
노인대표를 국회에 보내려는 또 하나의 이유가 노인만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최근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10개 대학의 총학생회와 청년단체 등으로 구성된 ‘청년하다’는 ‘대학생·청년 공동행동 네트워크’라는 조직을 발족해 4·13 총선 후보자들에게 6개 항목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들은 학내 의사결정 기구에 학생 참여 보장, GDP의 1% 수준으로 고등교육 재정확보, 고지서상의 반값 등록금, 공공임대주택 청년배당 확대, 최저임금 1만원 보장, 사내유보금 풀어 청년 일자리 확보 등을 내세웠다.
하나같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할 뿐 경제적 불평등을 포함한 사회 정의의 문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책과 제도의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보편적 당면 과제에 대한 도전, 개선 의지는 담겨져 있지 않다.
노인은 청년과 다르다. 나라 곳간 사정이 빤한 데 거기다 대고 기초연금을 더 올려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이 나라의 노인이 누구인가. 일제의 탄압에 맨손으로 맞서 독립을 외쳤고, 김일성 공산당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켰으며, 새마을운동 등으로 산업화를 달성해 수출규모 10위권의 경제대국을 만든 주인공이다. 70여년 삶의 경험과 지식을 국가 발전과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바치겠다는 애국심과 민족애로 가득 차 있다.
오늘의 노인들은 과거 뒷방에 앉아 부양 받던 노인이 아니다. 일을 하고 재능 기부를 하는 등 여전히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며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다. 풍부한 지혜와 경륜을 밑바탕으로 빈부·이념·계층 간 갈등을 풀어주고 좌우의 중심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에 노인만한 능력을 보여주는 세대가 또 어디 있겠는가. 노인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의원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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