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결말 부르는 부모의 아동학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끔찍한 결말 부르는 부모의 아동학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3.18 09:11
  • 호수 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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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말 발생한 ‘인천 11세 여아 학대 사건’ 이후 장기결석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그동안 감춰졌던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월 12일 경기도 평택에서 실종된 신원영 군(7)도 끝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친부와 계모가 “아이를 길에 버렸다”는 말도 충격이었지만, 그 말조차 학대에 의한 사망을 감추려는 거짓말로 드러나고 말았다. 정치권의 공천 갈등과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적 대국이 지면을 도배하는 와중에 들려온 참담한 소식이었다.
계모는 한겨울이었던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2일까지 원영이를 차디찬 욕실에 감금, 수시로 폭행했다. 소변을 제대로 못 가린다는 것이 이유였다.
숨지기 전 마지막 20시간 동안은 알몸에 찬물을 붓고, 락스까지 끼얹은 것으로 부검 결과 드러났다. 락스에 노출된 부작용으로 숨지기 전 5일 동안은 계모가 주던 하루 한 끼 식사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친아버지는 경찰조사에서 “아동학대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영이가 결국 알몸으로 욕실에 갇혀 숨진 채 발견되자, 친부와 계모는 시신을 집안에 방치하다가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다.
이렇듯 아동학대의 심각성은 개별 사건에서 보이는 가혹함으로 이미 증명되고 있다. 배고픔에 허덕이면서 각종 학대로 숨진 평택의 신원영 군, 목숨 걸고 탈출한 인천 맨발 소녀, 냉동상태로 발견된 부천의 초등학생, 미라가 돼 버린 여중생까지 아동학대 사건은 이미 심각한 중범죄로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안타까운 것은 저출산 여파로 아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도 학대피해 아동 수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5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 1만9209건 중 1만1709건이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받았다. 이는 전년도인 2014년(1만27건) 보다 16.8% (1682건) 늘어난 수치다.
학대 유형별로는 성 학대가 308건에서 429건으로 39.3%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다. 신체 학대는 1453건에서 1884건으로 29.7%, 정서 학대는 1582건에서 2045건으로 29.3% 증가했다. 이외에도 두 가지 이상의 학대 행위가 함께 일어난 중복 학대는 4814건에서 5342건으로 11% 늘었다.
아동학대의 가해자 5명 중 4명은 부모로, 이는 수년간 변함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가해자의 8841명(75.5%)은 친부모였으며 계부모는 474명(4.0%), 양부모는 32명(0.3%)으로,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가 전체의 79.8%(9347명)나 됐다.
아동학대는 빈곤, 실직, 가족해체 등이 주된 요인이라고 한다. 문제는 가족해체로 인한 구조적인 폭력이 가장 연약한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아동학대 사건을 남의 집안 양육문제로 치부하거나 가해 당사자인 부모들의 잘못된 윤리와 도덕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절대적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생명 보존마저 위협하는 불안전한 장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가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어린이·청소년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경향은 우리가 과연 근대사회를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만연해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 아동들 대부분은 사회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었다. 정부와 지역사회는 아동학대 실태 파악과 더불어 아동보호 기관의 담당자 수부터 늘려야 한다. 또한 무너진 사회적 연대성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아동학대를 막을 제도적 장치와 함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성찰도 절실하다. 그래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학대당하는 사회에서는 그 누구도 고귀한 인간임을 자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항력이 없는 아동이 무참하게 죽어나가는 사회에서 나라의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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