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우리 사회…‘제2새마을운동’으로 바꿔야 해요”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우리 사회…‘제2새마을운동’으로 바꿔야 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3.25 13:59
  • 호수 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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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철 신임 충남연합회장

취임 후 한달여 만에 도 교육청·경찰청·대한웰다잉협회 등 7곳과 업무협약
46년 교직생활, 학교개혁에 앞장 서 39세에 교감… “전교조 투서도 많았다”

여든 넘은 나이에 매일 출근하며 하루 2~3건의 행사도 너끈히 소화해내는 노인 지도자가 있다. 신안철(82) 신임 충남연합회장 얘기다.
신 연합회장은 2월 15일 취임식 직후 한달여 만에 7개의 공공기관, 단체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3월 14일, 도 경찰청과 1노 1경의 ‘노인교통사고예방’에 상호협력하기로 했고, 다음날엔 도 교육청과 1교 1경로당 자매결연을 맺어 인성교육을 적극적으로 펴기로 했다.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충남연합회를 방문한 3월 21일에도 업무 협약식이 있었다.

-협약식을 많이 가진 건 그만큼 일을 많이 한다는 뜻인데.
“오전에 5곳의 단체와 협약식을 가졌어요. 모두 경로당활성화를 위한 일이지요. 도 교육청과 한 업무협약은 제가 천안시지회장으로 있을 때 벌였던 ‘효 사랑방’ 교육의 연장선이기도 하고요.”
신 회장은 이날 충남의 소방본부, 정신건강증진센터, 자원봉사센터, 노인보호전문기관, 대한웰다잉협회 등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을 위한 소방안전, 정신건강증진 및 자살예방, 학대예방, 웰다잉 교육 및 홍보, 취약경로당 환경개선사업 등을 하게 된다.
-도 교육청과 맺은 협약의 내용은 무언가.
“천안시지회장 시절 펼쳤던 효 교육의 성과를 봤는데 이제 도에 왔으니 여기서도 하는 겁니다. 그때 교육장 참석 하에 121개교 초·중·고 교장들과 121개 경로당 회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협약서 낭독도 하고 각자 그 자리에서 사인도 하고 그랬어요. 이번에도 효 사랑방 만들자는 제 말에 교육감이 찬동하고 일선 교육장 모아놓고 지시했어요.”
-강사는 어떻게 조달하나.
“대한노인회 내·올리(효)사랑 강사를 비롯해 ‘삼락회’(퇴직교원들의 모임) 회원들이 봉사할 겁니다. 천안에서 2개 시범학교에 각각 200만원씩 지원해 조손가정, 소년가장 등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기도 했어요. 사례집도 만들었고, 표창도 해주고 그랬지요.”
-왜 그렇게 인성교육에 치중하나.
“우리 사회가 빈부·계층·이념 간 갈등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어요. 그러니 경제 발전도 안 되는 겁니다. 제2의 새마을운동을 해야 돼요. 그래야 선진국 진입도 가능하지요. 바로 효 교육을 통한 ‘인성문화운동’입니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가정과 학교에서 실제로 효를 실천하자는 거지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동네어른들에게 인사하고 왔니’ 꼭 묻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면 칭찬도 해주고, 또 경로당의 노인들은 얻어먹지만 말고 동네에서 어른 노릇을 하라고 합니다. 길 가다 아이들 만나면 ‘공부 잘하라’고 사랑스런 말 한마디 던져주고 건널목을 안전하게 건너가는지 확인하고…그런 사랑스런 운동이 필요합니다.”
충남 예산 출신의 신 회장은 대전실업초급대학을 졸업하고 46년간 교직에 종사했다. 1999년 퇴임 후 천안시 생활체육회에서 활동하면서 노인회와 연이 닿았다. 천안시지회 노인대학장 8년, 천안시지회장 4년을 역임하고 올해 1월 임시 총회에서 실시한 제16대 충남연합회장 선거에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연합회장 선거 해 볼만 했나.
“저를 포함해 지회장 3명과 전임 사무처장 등 4명이 후보로 나섰어요. 지회장들이 저를 단일후보로 내세워 경선한 결과 근소한 차이(8표)로 당선됐지요. 참 힘든 선거였어요.”
-교직에 오래 동안 몸담았다.
“실제로 학생들을 가르친 건 12년 정도이고 주로 연구주임을 했어요. 제가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에요.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학교를 찾아다니며 개혁을 많이 했어요.”
-학교 개혁이라면 어떤 일들인가.
“새로 부임하면 수도·창문 같은 시설을 조사해 50~60가지 문제점을 표로 만들어요. 그걸 실천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세우고 바로 청부들과 일을 시작해요. 교장이 소매 걷고 땀 흘리는데 열심히 안할 이유가 없지요.”
-교사들은 그런 교장을 싫어하지 않나.
“교사들은 날 보면 인사도 안했어요, 아무튼 유별나게 일을 한 덕에 39세란 적은 나이로 교감이 됐어요.”
-전교조와 마찰도 많았겠다.
“그들하고 얼마나 싸웠는지 몰라요. 그 사람들로부터 투서 많이 받았지요.”
-원래 꿈은 무언가.
“장군이 되는 거였어요. 육군사관학교에 응시했다가 신체검사에서 탈락했어요. 군인 같은 추진력·사고력·열정을 가지고 학교 일을 했어요.”
-노인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제가 퇴직할 무렵 천안시지회의 노인대학장이 입원을 하게 됐어요. 천안시지회장이 저보고 그 자리를 대신 맡아달라고 해 8년간 일하다 천안시지회장이 된 거지요.”
-그라운드골프 쪽에선 꽤 이름이 알려졌다.
“제가 학교를 나와 동네노인들과 어울려 게이트볼·그라운드골프 등을 했어요, 제가 그라운드골프의 원조예요. 전국에 그라운드골프를 장려한 이가 바로 접니다.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유치했고, 대한노인회 건강대축제 그라운드골프 전국대회도 주관했어요.”
-연합회 일은 다 숙지했는지.
“다 했어요. 지회장하면서 일의 노하우를 많이 익혔어요. 경로당 실정도 잘 알고 분회장도 많이 만났고 리더십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충남의 노인들은 어떤가.
“노인들의 70%는 행복합니다. 특히 농촌노인들은 밖에 나가 일하면 3~4만원은 벌어요. 힘 있는 노인은 하루 10~15만원도 받지요. 문제는 도시노인들이에요. 수적으로도 더 많아요. 나머지 30%의 노인들은 거동도 불편하고 건강도 안 좋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지요.”

▲ 3월 21일, 충남연합회에서 신안철 연합회장(중앙)이 5개 단체와 업무협약식을 갖고 기념 촬영했다. 맨 오른쪽이 김현규 충남연합회 사무처장.

충남의 총 인구는 207만여명이다. 노인은 34만1200여명(16.1%)으로 초고령도시다. 여자가 남자보다 5만7000명 더 많다. 노인회원은 21만 6000여명. 15개 지회, 208개 분회, 5598개 경로당이 있다. 충남연합회는 지난 1월, 노인회관 신축 개관식을 가졌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558㎡(약470평)의 콘크리트 건물로 도비 44억원을 지원 받아 지었다. 충남도청과 이웃해 있다.
-새 건물에서 근무하는 기분이 어떤가.
“전임 송태진 충남연합회장이 이거 짓느라 애 많이 썼어요. 저는 오자마자 이 자리에 앉게 됐으니 운이 좋은 셈이지요. 저에겐 운이 항상 따라주었어요.”
-관운이 좋은가 보다.
“제가 교직에 있을 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교육부장관이었어요. 그이가 교장·교감 같은 고참교사 1명을 내보내면 신임교사 3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경제 원리를 내세우며 유능한 이들을 다 내쫓았어요. 정년 단축하던 그 해에 마침 저는 65세로 나올 수 있었지만 뒤에는 62세에 정년퇴임을 했어요. 연합회장 당선도 운이 따라줘 가능했습니다.”
-강당이 크고 시설도 좋다.
“며칠 전 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그랬어요. 여기 와보니 당신이 회관을 너무 잘 지어줘 고민이다, 절간처럼 조용하면 안 되니 노인들로 북적이게 만들어야 한다, 동네노인들이 모여서 배우고 즐기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그렇게 할 재원이 없다, 그러니 지원을 좀 해 달라, 그러면 노인들이 당신을 무척 고마워할 것이다 라고요.”
-도지사의 반응이 어땠나.
“제 말에 공감하더라고요. 그 자리에 복지국장도 배석했는데 노인회장이 하는 거 뭐든 도와드리겠다고 했어요.”
-교직공무원 경력이 도의 협조를 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겠다.
“천안에 있는 집에서 회관까지 승용차로 출근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가끔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고맙게도 교육청에서 운행하는 출근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어요. 버스에 탄 이들이 다 교육자에요. 선배라고 저에게 인사도 합니다.”
-충남연합회를 어떻게 꾸려갈 생각인가.
“노인에겐 일자리와 건강, 이 두 가지가 가장 필요해요. 일자리를 주선하고 건강을 장려하는 센터로 운영할 겁니다. 사회에서 존경 받는 노인이 되도록 노인대학에서 의식 변화, 자존감 높이기 등에 초점을 맞춰 교육하려고 해요. 아마 우리가 전국에서 웰다잉 교육을 가장 많이 했을 겁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을 경로당 회원에 가입시키는 운동도 하고 있어요.”
-중앙회에 하고 싶은 말은.
“회장직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기 위해 차 상급 회장에게 선서를 하도록 돼 있지요. 현재 경로당 회장과 분회장이 지회장 앞에서 선서를 하는데 분회장들이 이 부분의 시정을 요구하고 있어요. 경로당 회장은 분회장에게, 분회장은 지회장에게 선서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어 주었으면 합니다. 그이들이 협조를 안 하면 지회 일이 힘들어져요.”
-개인적인 희망이라면.
“제가 60여년 쉼 없이, 무난하게 공직생활을 해오고 있고 국가에서 주는 연금으로 가족들과 잘 살아요. 이 모두가 국가의 덕입니다. 보답하는 길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거예요. 임기 동안 열심히 뛸 겁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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