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벽·쇼핑중독도 충동조절장애… 정신과 도움 받아야
도벽·쇼핑중독도 충동조절장애… 정신과 도움 받아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3.25 15:33
  • 호수 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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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조절장애 증상과 치료법
▲ 사소한 자극에도 폭언과 폭력 등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거나 분노를 쉽게 조절하지 못한다면 충동조절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리멤버’에서 충동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남규만 역할을 연기한 배우 남궁민의 모습. 사진=SBS ‘리멤버’ 갈무리

‘화’를 주체하지 못하거나 물건 던지는 행동 반복 땐 적극적 치료 필요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병행… 가족들, 비난 대신 치료의 동기 부여를

지난달 4일 충북 청주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 모(72) 어르신이 상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 어르신은 노인복지관에 탁구대를 설치하는 등의 문제로 박 모(71) 어르신과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최근 순간적인 분노나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그대로 표출해 폭행, 방화, 살인 등의 각종 범죄를 벌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충동조절장애는 외상 후 격분장애의 다른 말로, 정신적 고통이나 충격 이후에 부당함, 모멸감, 좌절감, 무력감 등이 지속적으로 빈번히 나타나는 부적응 반응의 한 형태를 말한다.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사람은 사소한 자극에도 발작을 하거나 치명적인 언행을 일삼으며, 재산과 기물에 대한 파괴, 공격적인 행동 등을 보인다.
충동조절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도벽, 방화, 도박중독, 자기 몸의 털 뽑기, 습관성 자해, 인터넷 중독, 쇼핑 중독 등이 있다.
대다수의 충동조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어떤 일을 저지르기 전까지는 잔뜩 긴장하다가 그 일을 실행하고 나면 쾌감, 만족감을 느끼며 긴장에서 해방된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 자책감, 당혹스러움을 내비친다. 흥분이 가라앉으면 자신의 언행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감각 기능이 마비돼 한참 뒤에야 자신의 몸에서 피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다.
충동조절장애의 원인은 크게 신경학적·생물학적, 후천적·환경적, 가족사·유전적 원인으로 나뉜다. 신경학적·생물학적 충동조절장애는 뇌 손상, 알코올 독성에 의한 뇌 장애, 변연계의 이상이 주원인이다.
후천적·환경적 충동조절장애는 성장기 학대, 부부 문제, 이별, 생명의 위협 등 심한 정신적 외상을 겪은 사람에게 생길 수 있다. 살면서 억울하고 불안하고 화를 참을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이 내면의 상처가 돼 어딘가에 쌓여 있어 분노를 촉발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충동조절장애는 대부분 바로 이 원인에서 비롯된다.
극소수이지만 가족사·유전적 요인으로 장애를 겪기도 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족 양상이 전반적으로 폭력적이고 분노를 잘 표출하면 이 또한 유력한 충동조절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대호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충동조절장애 환자는 지나친 분노감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너 죽고 나 죽자’는 등의 말과 함께 물건을 부수고, 사람을 해치는 등의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는 전문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며 가족과 주변 사람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고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동조절장애는 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자가진단으로 충동조절이 조금 어려운 단계가 나왔다면 소리 내서 울기, 편지나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눈물은 스트레스에 의한 호르몬을 배출시켜 마음에 안정을 주며, 분노할 때의 감정을 글로 옮기면 객관적으로 감정을 파악할 수 있어 통제력을 생기게 하기 때문이다.
감정조절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충동조절장애 치료는 질환별로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인지행동치료, 분석적 정신치료, 상담 등)를 병행하는 방법이 가장 흔히 이용된다. 약물치료는 우울감이나 분노, 충동성 등을 조절하기 위해 항우울제, 기분 조절제, 항정신병 약물 등을 처방한다.
하지만 치료 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을 비롯한 보호자들이 환자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쁜 습관이나 성격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턱대고 비난하면 안된다.
김 교수는 “시니어들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퇴직으로 인한 경제력 상실, 배우자의 죽음, 신체적 능력 저하 때문”이라며 “가능한한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리고 자원봉사, 종교생활 등 사회적 활동을 통해 삶에 대한 이유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동조절장애 자가진단표>
1 성격이 급하고 쉽게 화를 낸다.
2 분노를 조절하기 어렵다.
3 잘한 일은 칭찬을 받아야만 한다.
4 다른 사람의 잘못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5 화가 나면 타인에게 폭언, 폭력을 가한다.
6 분노가 극에 달해 운 적이 있다.
7 잘못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돌린 적 있다.
8 화가 나면 물건을 집어 던진다.
9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한다고 느끼면 억울하다.
10  화를 조절하지 못해 일을 망친 적이 있다.
※ 체크 결과 1~2개 어느 정도 조절 가능, 3~6개 충동조절 조금 어려움, 7~10개 전문의와 상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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