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쉬쉬’하다간 중증 악화… 당당히 드러내 치료받아야
치매, ‘쉬쉬’하다간 중증 악화… 당당히 드러내 치료받아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04.08 10:44
  • 호수 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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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의 우울한 그림자 치매, 이렇게 극복하자

조 모 어르신(76)은 3년 전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으면 일정 기간 약간의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고 진행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에 열심히 치료를 받았다. 같은 해에 동갑내기 이 모 어르신도 같은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자식들이 치매는 불치병으로 여겨 방치했다. 그 후 3년간 꾸준히 약물을 복용한 조 어르신과 치료를 받지 못한 이 어르신의 상태를 비교해보니 많은 차이가 나타났다. 조 어르신은 약물 이외에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제공하는 사회성과 따뜻한 보살핌으로 아직 초기치매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데 비해, 이 어르신은 성격이 난폭해지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주로 누워만 지내는 등 말기 치매 증상을 보였다.

▲ 각 시도에 설립된 광역치매센터를 이용하면 예방은 물론 정확한 진단과 함께 약물치료, 인지치료 등의 치료까지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컴퓨터로 인지증진 훈련을 하고 있는 치매환자의 모습.

치매 조기 발견하면 진행속도 확연히 지연… 광역치매센터 노크하면 도움
건강검진으로 유도해 치매 검사 받는 방법도… 경증환자, 움직이는 게 좋아

조기발견이 가장 중요한 ‘치매’
최근 케이블방송 ‘tvN’에서 방영 중인 ‘기억’이란 드라마에서 주인공(이성민 분)이 앓는 병이 알츠하이머 치매다. 이 드라마는 알츠하이머를 선고받은 변호사가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끝내 지키고 싶은 것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잊고, 잊어야 할 것은 자꾸만 기억해 내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건망증 증상들이 혹시나 치매의 전조증상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한다.
이처럼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화 관련 질병인 치매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치매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치매노인 환자 수는 노인인구 대비 △2010년 8.7% △2013년 9.4% △2014년 9.6% 등으로 늘었다. 오는 2050년에는 치매노인 환자가 15.1%(271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즉, 노인 7명 중 1명 이상이 치매환자가 되는 셈이다.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기억력·언어능력·판단력 등의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다발성 장애를 뜻한다.
치매는 완치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치매 종류에 따라 고칠 수 있는 치매도 있고 진행을 늦출 수도 있다. 치매 증상을 늦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가 큰 점은 위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연병길 가천대 길병원 뇌건강센터장(인천광역치매센터장)은 “치매는 빨리 발견하면 할수록 병의 악화 속도를 지연시키거나 유지할 수 있다”며 “본격적인 치매 증상이 나타난 다음에 손을 쓰면 늦기 때문에 60세 이상이면서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보이면 빨리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광역치매센터서 진단부터 치료까지
치매의 조기 검진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2년 중앙치매센터를 설립하고 이듬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경기, 경북, 제주 등 13곳에 광역치매센터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는 광역치매센터를 통해 종합적인 치료는 물론 예방과 발견, 보호 등의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인천광역치매센터를 위탁받아 치매관리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가천대 길병원은 치매 치료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환자들을 위해 치매센터를 가천뇌건강센터로 명명하고, 치매의 조기발견과 예방을 위한 맞춤형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가천뇌건강센터는 진료 성격에 따라 △뇌검진센터 △치매예방센터 △인지건강센터 등 총 3개의 세부 센터로 구성돼 있다. 의료진은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총 11명의 전문의로 구성돼 최상의 다학제 진료를 제공한다. 여기에 전담 신경심리전문가, 작업치료사, 전문 코디네이터, 간호사 등의 의료진이 진료를 돕는다.
치매예방센터는 치매는 물론 치매의 전단계로 볼 수 있는 건망증, 경도인지장애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한다. 환자는 전문의 진료, 전담코디네이터 상담, 검사, 치료 및 관리의 순서로 진료를 받게 된다. 만약 검사를 통해 치매 확진을 받을 경우에는 증상에 따라 인지건강센터 진료나 인지건강프로그램 연계를 통한 비약물치료 또는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인지건강센터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돼 있으며, 인지기능저하가 발생한 경우 인지기능의 향상과 사회적 기능증진을 위해 개인별 맞춤형 인지재활과 인지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치매 환자와 가족 간 신뢰 중요
그러나 ‘치매’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치매환자들이 치료를 받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이는 치매환자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치매환자의 보호자인 이모(45)씨는 “엄마가 최근 있었던 일들을 깜박깜박 잊으시긴 했지만 처음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러다 명절 때 찾아간 집이 길거리에 버려진 가방, 옷, 신발 등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고 엄마의 병이 치매라는 것을 느낌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자고 했지만 치매를 인정하지 못하고 무조건 검사를 거부만 하는 엄마 때문에 매일을 눈물로 보냈다”며 “가까스로 데려간 병원에서 경증치매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일찍 모시고 오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 후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치매 환자 가족이 겪는 정신적·심리적 상처도 크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 사는 전모(33)씨는 “치료할 희망이 없는데도 가족 모두가 24시간 매달리다 보니 다들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치매환자에 대한 가족들의 태도는 환자의 상태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가족들은 갑자기 성격과 행동이 바뀌거나 기억을 못하는 부모를 보면서 속상한 마음에 윽박지르거나 화를 내는데 그러한 반응은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데 악영향만 끼치기 때문이다.
연 센터장은 “치매 치료에는 가족과 환자의 신뢰가 중요하다. 환자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고 치매 환자가 웃을 수 있는 상황을 자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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