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일 경기 여주시지회장 “시와 ‘노인예우 조례’ 만들어… 인근에서 배워가요”
신현일 경기 여주시지회장 “시와 ‘노인예우 조례’ 만들어… 인근에서 배워가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04.15 10:56
  • 호수 5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여년 농촌지도소 근무… 통일벼 힘들게 보급
연임 중 노인회관 마련… 시에서 진정성 인정해

가장의 가장 큰 의무 중 하나가 보금자리(집)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현일(82) 경기 여주시지회장은 그 역할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시장과 함께 삭발시위에 동참하는 등 진정성을 인정받아 마침내 노인회관 마련의 염원을 이뤘다. 그는 또, 대한노인회 중앙회가 펼치는 사업에 적극 협조하는 노인지도자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4월 초 경기도 여주시 여흥로에 위치한 여주시지회 노인회관에서 만나 지회 운영의 묘와 철학 등을 들었다.

-어떻게 지내시나.
“논에 물 댔으니 삶아야 한다고 빨리 오라고 방금 전화가 왔어요.”
-논을 삶는다고?
“모내기하기 전 흙을 갈아엎고 비료 살포하고 로터리 작업을 합니다. 논 표면을 고르게 만드는 작업을 말해요.”
-아직도 농사를 짓는가.
“그럼요. 논·밭 5000평을 경작해 6남매 자식들에게 쌀을 보내줍니다. 촌에선 지금 70~80대가 농사일을 해요. 농사지을 후계자가 없어서 큰 문제예요.”
-여주는 언제 와도 착 가라앉은 분위기다.
“여기는 5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똑 같아요. 발전이 안 되는 이유가 강(남한강)을 끼고 있어서예요. 상수도보호구역이라 공장이 못 들어오고 군사보호지역이라 3층 이상 빌딩을 못 지어요.”
-여주도 노인인구가 많을 것 같다.
“시 인구가 10만여명이고 노인은 1만9000여명으로 17%를 넘었어요. 촌은 23~24%나 됩니다. 초고령화지요. 100세 노인은 21명으로 집계돼 있어요.”
-노인들의 삶은 어떤가.
“먹고살기는 어렵지 않아요. 그렇지만 독거노인 문제가 심각해요. 우리 시에 독거노인이 5182명이 있어요. 혼자 있으면 우선 먹는 게 부실해져 건강이 나빠집니다. 남들하고 어울리지 못하니까 외로워지고 ‘내가 왜 사는가’ 스스로 묻기도 하고 우울해 하다 자살에까지 이르잖아요. 그들의 힘겨운 환경을 해결해주는 게 급선무예요.”
-여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인사회의 현안이기도 하다.
“제가 사는 동네(북내면)에도 자기 어머니가 사망한 사실을 몰랐던 아들이 있을 정도예요.”
-농촌에서도 그런 일이….
“따로 사니까 그랬던 거죠. 물론 자주 찾아뵈야 했지만요.”
-그래서 다른 지역에선 경로당 ‘그룹 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우리도 4년 전 경로당에서 먹고 자며 공예품 등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카네이션하우스’를 운영했어요. 그런데 회원들이 거기서 잠을 자려고 하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 요즘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요.”
-다른 방법이라면.
“그래서 제가 계획하고 있는 게 공동주택화사업이에요. 잠도 같이 자고 밥도 같이 해 먹고 경로당에도 같이 가고… 동거동락하는 거지요. 시에다 계속 지원 얘기를 하고 있어요.”

신현일 여주시지회장은 여주 출신으로 여주농업고교를 나와 30여년 공무원 생활을 했다. 강화·양평·여주 등지의 농촌지도소에서 작물환경 분야에 종사했다. 정년퇴직 후 주변의 권유로 북내면 내의 경로당 회장을 맡으면서 대한노인회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이후 분회장, 여주시부지회장을 거쳐 2010년 여주시지회장이 됐다. 2014년 연임됐다. 성균관 여주향교 장의 및 운영위원으로 있다.

-농촌지도소에서 무슨 일을 했나.
“우리가 아주 고생 많이 했어요. 도열병 같은 거 예방 잘 못한다고 위로부터 야단맞기도 하고 . ‘통일벼’가 막 나오던 때였는데 농가에 그거 심으라고 했지만 듣지를 않아 애 많이 먹었어요.”
-박정희 정부 시절 수확량이 많다던 통일벼 얘기인가?
“맞아요. 그전까지는 ‘팔달’이라는 품종을 심었지요. 통일벼가 그보다 우수했지만 개혁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쉽게 품종을 바꾸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이 새로워요.”
-오늘날 쌀 걱정 안하고 사는 것도 지회장 같은 분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다.
“그런 셈이지요(웃음).”
-공무원 출신이란 점이 시 지원 받는데 도움이 되겠다.
“노인회 괄시하는 데는 없어요. 시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노인 예우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어요. 행사장의 맨 앞자리에 앉게 하고, 75세 이상은 공영주차장 무료주차에다 3시간 이상 댈 때는 50%만 받고 그러지요. 가평군지회와 양평시지회가 참고한다고 해 보내주기도 했어요.”
-노인회관 마련하기까지 고생 많았다고.
“6년간 지회장 해오면서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지요. 연면적 200평의 2층짜리 건물이에요. 처음엔 여주시지회가 복지관에 있었어요. 장소가 좁아 군수 사저로 옮겼지만 오가는 사람도 없고 절간처럼 조용해 따로 지어달라고 시장, 시·도의원들 만날 때마다 붙잡고 하소연했지요. 어느날 이범관 전 국회의원이 ‘해 봅시다’ 하고 나서자 도에서 (예산이)7억이 떨어지고, 다음해에 시에서 5억이 나와 ‘이제 됐구나’ 싶었지요. 외딴 곳에 있으면 점심 먹기도 불편해 꼭 복지관 옆에다 지어 달라고 했지만 땅이 없다는 거예요. 노인회관이 공중에 떠 있지요? 이게 멋 내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부지 여유가 겨우 57평뿐이라 건축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 건물을 공중에 띄운 겁니다.”
-경로당은 잘 되고 있는지.
“우리가 12개 분회, 316개 경로당이 있어요. 큰 곳은 100명이 넘기도 하고 적은 데는 20명 정도 되고 그래요. 요즘 아파트를 많이 짓는 바람에 경로당 수도 덩달아 늘고 있어요.”
-잘 되는 곳이라면.
“도에서 경로당 경진대회 연다고 해 작년에 주암 1리에 있는 경로당을 추천했어요. 거기는 풍물도 하고, 특이한 점은 노인과 노인을 자매로 만들어 서로 전화하게 하는 겁니다. 보건소에서 주기적으로 경로당에 나가 건강 체크도 해줍니다. 텃밭에 작물을 심어 수확해 먹기도 하고요.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지요.”
-지회 운영 철학이라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우리의 진정성을 인정해줍니다.”
-어떻게 진정성을 인정받았나.
“무슨 일이 있을 때 발 벗고 나서는 겁니다. 지난번 통일펀드 모금에 우리 지회가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액수의 기부금(1522만7000원)을 거뒀어요. 노인 재능나눔활동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도 300명이 참여하고 경로당활성화 기금(2000원)도 거의 완납했어요. 시에서 하는 일에도 최대한 협조해요. 4대강 사업 찬성시위 때 땡볕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갔어요. 공군사격장 확장한다고 해 국회의원, 시장하고 나란히 머리 삭발하고 국방부 앞에서 매일 데모했어요. 그런 걸 시에서 알아주더군요.”
-중앙회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노인인구가 느는 요즘 구태의연하면 안 됩니다. 지회장들의 아이디어는 시정에 먹히지가 않아요. 중앙회 지침 같은 게 있으면 그것에 의거해 시에다 지원을 요청하면 훨씬 효과적일 겁니다. 중앙회에서 지침 같은 걸 만들어 내려주었으면 해요.”

글·사진=오현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